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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85)

by 날숨 한호흡 2008. 4. 10.

 

 

 

 

할아버님께서 자신을 얻고 기뻐하시던 일들이 보였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자신을 아껴주시고 키워주시는 과정이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인간으로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있었다.

무엇인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있었다.

빛 같으면서도 빛도 아니고 안개 같은 것이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것이 있으나 언뜻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지함은 자신이 어릴 때 다친 적이 없음이 기억났다.

넘어지거나 자빠졌을 때 다친 적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나무 위에서 내려오다가 떨어졌을 때에도

다른 아이들은 다쳤어도 자신은 약간 절기만 하였을 뿐 깊이 다친 적이 없는 것이다.

의아하게 생각하던 부분이었다.

 

그림 속의 또 하나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은 묘한 것이었다.

또 하나의 나가 있고 내가 그 또 하나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기분.

지함은 자신의 경우 지금의 경로를 오기 위하여 수 생을 준비하여 왔던 부분이

있음이 느껴졌다.

이것은 자신만이 하였던 부분이 아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하여 내려오면서 이어져 왔던 부분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림 속의 다른 사람들은 그런 기운이 없었다.

헌데 할아버지의 주변에 약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아버지에게도 역시 약한 기운이 서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어머니에게는 보다 강한 기운이 보였다.

아니 약간 색깔이 다른 것 같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은 백색이었으나

어머니를 둘러싸고 있는 기운은 황색이었다.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자신을 잉태하였을 때 용이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고 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굳이 차이를 찾으라면 그것인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확실한 것을 알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이 때로는 자신의 발 밑에서, 또는 머리 위에서,

앞에서 옆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며 자신을 호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색깔이 진해졌다가 엷어졌다가 하면서 변하고 있었고,

어찌 보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였다.

 

'기운이 저런 것이구나.'

지함은 아직 기운을 그렇게 본 적이 없었다.

기운이 있으며 이 기운을 이용하여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으나 기운을 눈을 보면서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다른 사람을 가만히 보니 검정색, 파란색의 약한 기운에 둘러싸여서 살아가고 있었다.

풀과 나무에도 약한 기운들이 서려 있었다.

처음에는 안보였으나 점점 눈이 열리는 것 같았다.

사람마다 물체마다 각기 다른 색깔과 농도의 기운에 쌓여 있었으며,

그 기운은 자신이 싸고 있는 물체의 주변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이 기운의 움직임은 물체의 움직임과 연관이 있어 보였으며 일정한 법칙이 있는 것 같았다.

참으로 우주의 모든 것이 어떠한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아주 작은 것에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떠한 법도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법도'

이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다가 어떠한 선을

이탈하였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헌데 수련 중 지금까지 본 것에 의하면 그것이 아니었다.

먼지하나 티끌 하나에서도 이것을 움직이는 원리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참으로 우주란 털끝 하나가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없는 것 같았다.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것이다.

모든 것들이 저렇게 기운과 공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공생이 아니고 기운과 하나인 것 같았다.

기운 자체가 항상 움직이고 있었으며, 살아있는 것 같았다.

기운에 대하여 느끼고 있던 중에도 계속 자신이 커온 과정을 보여주는 선화가 지나가고 있었다.

 

막동이와 서당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또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있음은 경이였다.

무엇인가 현재의 자신과 보이고 있는 자신과에 차이가 있었다.

원래 자신은 장난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헌데 그림 속의 자신은 끊임없이 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한 동막 선생께서 자신과 막동이를 야단치지 않으신

채 공부를 가르치시고 계시는 것이었다.

선생께서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보고 계심에도 저렇게 가만히 계시는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은 장난을 하지 않고 있었으나 자신과 막동이만 장난을 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이상하였다.

자신이 원래 장난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지금 보이고 있는 것은 장난꾸러기인 것이다.

혼자서 보고 있음에도 누군가 함께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커다란 극장에서 자신은 배우이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관객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참을 장난하던 자신은 이번에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조금의 잡념도 없이 공부에 전념하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욱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한참을 놀다가도 공부를 시작하자 더욱 빨리 진도를 나가고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이러한 면을 알고 계심으로

장난을 하여도 놓아두고 계시는 것 같았다.

헌데 막동이는 아직 자신이 배운 부분을 익히지 못하여 혼이 나고 있었다.

자신이 오늘 공부한 부분을 알고 있는 것과 막동이가 모르고 있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이상했다.

이런 적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단 말인가?

헌데 지금은 그런 것이다.

인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으로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헌데 지금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막동이를 보니 동막 선생이 자신을 혼내는 것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 불만은 자신을 향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선생님께 혼이 나고 있는 막동이

는 속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내색을 못하여 끙끙 앓고 있었다.

그 불만이 지함의 눈에 보이고 있었다.

 

붉은 색의 기운이 막동이의 머리 쪽에서 김이 나는 것처럼 올라가고 있었다.

화가 나지 않았을 때는 엷은 흰색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을 사용하는 사람이 움직이려 하는 방향으로 먼저 움직여서

무슨 행동을 하려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속으로 화를 내는 것을 보자 그 기운이 뒤통수에서 몰려 위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아마 동막 선생은 막동이의 기분을 아시고 계시는 것 같았다.

그 불만이 밖으로 나타나던 아니던 동막 선생은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막동이를 혼내고 있었다.

 

"네 이놈! 어찌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장난만 친단 말이냐?"

"저만 장난하였습니까요?"

"그럼 누가 장난을 하였단 말이냐?"

"지함이도 장난을 하였습니다요."

"지함이가 언제 장난을 하였단 말이냐?"

"제가 장난을 할 때 같이 장난을 하였습니다요."

"나는 못 보았는데 누가 보았단 말이냐?"

"......???"

 

선생이 못 보았다는데 막동이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을 보고 있는 지함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동막 선생이 보시고도 못 보았다고 하시는 분이 아닌 것이다.

분명 자신이 막동이와 함께 장난을 치는 것을 본 것인데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생각하여야 할 런 지 몰랐다.

갑자기 앞의 그림이 희미해졌다.

그림의 앞에 안개 같은 것이 서리더니 다시 그림이 보이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그림이되 더욱 상세히 느껴지고 있었다.

지금은 자신도 막동이와 장난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학동들과 함께 둘 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으나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함은 나중에 그 날 공부한 것에 대하여 잘 외우고 설명하였으나

막동이는 외우지 못하여 선생으로부터 꾸지람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와 달리 보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느껴지지 않고

인간으로 있을 때와 같은 감각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왜 이러한 감각으로 느껴지는 것인지 그 차이를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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