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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87)

by 날숨 한호흡 2008. 4. 13.

 

 

 

이곳의 모든 것이 하나로 이루어져 상호간에 거미줄 같은 연계를 이루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하나로 구성되어 통일된 체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이

일정한 방법에 의하여 기운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인간으로 있으면서는 풀과 나무, 산과 들, 하늘과 땅이 기운을 통하여 연동되고 있음을 느낄 수 없었다. 허나 이곳의 분위기는 어떠한 것도 이탈하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탈이라는 용어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곳이었다.

지함은 완전히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체제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신은 자신의 몸조차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전에 한 번 자신이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실감한 적이 있는 것이다.

집 뒤에 있던 나뭇단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뛰어가서 잡으려 하는데

자신의 몸이 생각처럼 말을 듣지 않아 결국 장독이 깨지는 것을 보고만 서 있었던 기억이 살아난 것이다.

헌데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로 구성되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 자리에 앉아 풀잎을 만져보자 모두가 하나라는 느낌이 너무도 구체적으로 와 닿았다.

풀잎 한 조각을 만졌음에도 모든 것을 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은 것이다.

 

'이 느낌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지함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은 것이다.

과연 모든 물체에서 나오는 기운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단지 풀잎 한 조각을 만진 것에 불과한데 이렇듯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고,기운을 느낄 수 있다니!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그들의 기운이 너무도 포근하였다.

마치 어머니의 품안에 있는 것처럼 아늑하고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멀리 떠나 있다 고향으로 돌아오자

모든 동네사람들이 반겨 맞아주는 것과 너무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녹여주는 그 무엇이 있었다.

겪어 본 적이 없어서 무엇이라고 설명을 할 수는 없었으나

아마도 설명한다면 그 느낌과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느낌이 온 몸의 세포 하나 하나에 스며들어와 자신을 바꾸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까지도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이곳의 모든 것들과 동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기운을 받아들이며, 이들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함은 자신의 기운이 바뀌는 것을 보고 있었다.

손이 금방 태어난 어린이의 손처럼 하얗게 변하더니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었다.

날개 짓만 한다면 공중으로 날아 올라갈 수도 있을 만큼 몸이 가벼워졌다.생각만으

로 날 수도 있는 곳이니 날개란 필요 없는 곳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 인간의

감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함의 경우 날기 위해서는 날개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함의 생각과 같이 이곳의 모든 것은 우주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일체화되어 움직이는 이곳의 경우 우주의 일부로 존재한다 함은 우주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으며, 우주의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말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주의 일부'

그러나 이것이 피부에까지 와 닿았음에도 더 없이 먼 곳의 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직은 자신과 많은 거리가 있었다.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내 것인가 하면 아직 내 것은 아니었다.

 

'이것이 무슨 차이일까?'

지함은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인간임으로 인하여 존재하는 차이라면

이것은 인간의 몸을 벗어야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고 수련 정도의 차이라면 수련단계가 올라가면서 해결될 것이었다.

지함은 눈을 감았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란 무엇일까?

수련?

수련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일까?

아니라면 수련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 것인가?

공부하고 놀고 잠자고 밥 먹고 쉬는 것? 나의 모든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서당에 가서 공부하고 동무들과 놀다가 돌아와서

사랑채에서 책 읽거나 쉬고, 나가서 어른들 일하시는 것도 가끔씩 보고...

별 생각 없이 매일을 보내며 한자 몇 자 더 알고,

키가 조금씩 커 가는 것 외에는 변하는 것이 없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수련이 아닐까?

 

아닐 것 같았다.

수련이라면 마음 깊이에서 무엇인가 달라지는 것이 있어야 하였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무엇인가 피부의 표면으로 지나간 것 같으면서도 속 깊이 내 것이 되지는 않은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러한 것들이 내 것이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마저도 없이 매일을 보내지 않았는가?

 

'어찌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이 모든 것이 나의 것처럼 느껴질 것인가?'

수련을 하여야 할 것 같았다.

수련만이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풀잎 하나를 만져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단계.

이러한 단계에 오른다는 것이 이곳에서는 평범한 것이나

인간으로 있는 나의 경우에는 한없이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수련'

어떠한 수련을 하여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모든 능력은 너무나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능력으로 어떠한 일을 한다는 것은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었다.

수련이란 것에 대하여 이제까지는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호흡이나 하고 생각을 가다듬어 행실을 바로 하는 것으로

자신이 하여야 할 수련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헌데 이곳에 와 보니 그것만으로 갈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는 것이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기능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어떠한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히 연결되어 있었다.

허나 지금 자신은 자신에 대한 것도 아는 것이 없다.

지금의 내가 진정 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곳에 온 후 내가 이 몸을 입고 있으나 이 몸이 과연 나의 몸인가에 대하여도

의문이 드는 날들이 있는 것이다.

선인과 동격으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수련의 진도가 이렇게 나가서는

이승을 마감할 때까지도 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있을 수 없었다.

이러다가는 여전히 미완의 인간으로 남아 불완전한 기운에 윤회를 거듭하며,

숙제를 하고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한다?'

수련을 하고 싶기는 하나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하여야 할 런 지는

다시 스승님께 여쭈어보아야 할 것 같았다.

 

"스승님."

"......"

 

대답이 없었다.

 

"스승님."

"......"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렇지.'

지금은 시험기간인 것이다.

혼자서 답을 찾아내야 하는 기간인 것을 모르고 스승님께 도움을 청한 것이다.

그래가지고 서야 답이 나올 리 만무하거니와 만약 답이 나온다면

그것은 이번 시험에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곧 낙제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큰일 날 뻔했다.'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스승님께서 대답을 하여 주셨다면 나는 그것으로 이번 시험에서 뿐만이 아니라

영원히 낙방을 할 수도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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