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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89)

by 날숨 한호흡 2008. 4. 16.

 

 

 

스승님께서는 항상 예기치 못한 시간에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일깨워주고는 하시었다.

하지만 어떤 때는 정말로 힘겨운 상태 하에서도 연락이 없는 때가 대부분이 아니시던가?

지함은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천천히 모친을 보았다.

아마도 아직은 내가 수련에 든 것을 아시지

못하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평안한 얼굴이었다.

자식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아신다면

그래도 저렇게 평온하실 수 있을 것인가?

아마 그렇지는 않으실 것이다.

내가 힘겹지 않게 있는 것으로 아시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또한 사실 힘겨운 것은 없지 않은가?

지금처럼 이렇게 편안하게 선화(仙畵)나 보는 것이 수련이라면

누가 수련을 힘들어 못한다고 하겠는가?

나의 이런 편안함이 어머님께 전달되는 것일까?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식을 멀리 떠나 보내놓고

마음 편할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자식의 편안한 마음이 모친께 전달되는 것은

인간이나 신이나 짐승까지도 동일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어머님께서 편안하신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은 나의 수련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은 나의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인가?

그렇다.

지금은 나의 마음만 여기에 와 있고 몸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다른 곳이 어딘가는 자신도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 다른 곳으로 돌아가기 전에 어머님께서 편안히 계시는 것을 보고 나니

한결 마음 편히 가서 수련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함은 다시 한 번 어머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바느질을 하시고 계셨다.

 

"그 녀석이 잘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 옷을 만든 들 입을 녀석이 서너 달 후에나 온다고

훈장 님께서 말씀하셨으니..."

 

서너 달이라?

어머님께서 방금 서너 달이라고 하시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나의 이번 수련은 서너 달 동안 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 동안은 어머님 곁을 떠나는 것이다.

지함은 다시 한 번 어머님을 보았다.

하시던 바느질을 멈추시고 먼 곳을 바라보시는 듯 하였다.

아마도 지함이 옆에 있을 때를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어머님의 곁을 떠나보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건만

막상 어머님 곁을 떠나려니 눈이 시큰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몸이 없으므로 눈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지함은 이 나이 되도록 모친의 속을 썩여본 적이 별로 없었다.

다른 아이들이 속을 썩인다고 하여도

지함만은 나이에 비하여 과하게 어른스럽게 커온 것이다.

지함의 모친은 지함으로 인하여 속이 썩어본 기억이 없었다.

그만큼 나이에 비하여 속이 깊었고, 행동이 어른스러웠다.

어머님께서 하시던 바느질을 멈추고 계시는 동안

지함은 가만히 어머님의 옆에서 어머님을 바라보았다.

고왔던 처녀적의 모습이 많이 지워져 있었다.

나를 키우시느라고 어느 덧 이렇게 변하신 것일까?

 

'어머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수련을 하여 반드시 훌륭히 되어서 돌아오겠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어머님의 기대에 어긋나는 자식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함은 어머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뼈를 갈고 닦는 일이 있어도

이번 수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하였다.

'결코 어머님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성공적으로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리라. 이번 수련이 결코   내 수련의

전부는 아니다. 아마도 수련의 초입에 드는 수련일 것이다.  아마도

이번의 수련으로 인하여 내가 수련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가

결정될 것이다. 

결코 부모님께 실망을 드릴 수는 없다.'

지함은 다시 한 번 각오를 새로이 하였다.

이제는 어머님을 뵈었으니 돌아가야 할 것이다.

어머님께서 아시고 모르시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나

인사는 올려야 할 것 같았다.

지함은 그 자리에서 어머님을 향하여 큰절을 하였다.

절을 한다고 해서 모친께서 아실 것이라고 생각지는 아니하였으나

그래도 절을 하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지함이 큰절을 올리자 지함의 모친이 혼잣말을 하시는 것이었다.

 

"에그. 그 녀석이 있었으면 지금쯤 서당에서 돌아왔을 것인데..."

 

바느질 거리를 집어드시던 모친은 또다시 지함의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 어머님께서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움직이는 것을 아시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아마 아닐 꺼야.'

지함은 약간의 장난기가 들었다.

모친의 앞에 앉아 있어 보기로 한 것이다.

바느질 그릇 위에도 공간이 중복될 수 있어 앉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떠나려던 지함은 어머님의 바로 앞에 앉아서 다시

어머님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모친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는 것을 덜어드리고 떠나고 싶었다.

지금 모친께서 무엇을 원하고 계시는 것일까?

그것을 해드리고 나면 모친께서 기뻐하시지 않을까?

내가 없는 동안이라도 모친께서 즐거이 생활하실 수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전에 한 번 장난으로 하였던 문디네의 일은

아무 때나 써먹으면 안 될 것이었다.

또 그렇게 아무렇게나 써먹는다면

오히려 수련에 방해가 될 뿐으로 생각되는 것이었다.

나의 그러한 행동을 스승님께서 좋게 보아주실 리가 없는 것이다.

일정한 단계에 오르지도 않은 상태 하에서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하시지 않겠는가?

지함은 슬며서 발동하던 장난기를 접었다.

이번에는 고이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수련을 하고 나서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어머님을 찾아뵈리라.

그것이 어머님께도 좋은 일이 되지 않겠는가?

자식이 공부를 한다고 떠나서 공부도 하지 않고 돌아온 것을 아신다면,

그것이 설령 중도에 포기한 것이 아닐지라도 기쁨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았다.

 

'어머님은 이미 자식의 성공을 비는 마음으로 저렇듯 계시지 않는가?

가자. 열심히 수련을 하여 어머님을 기쁘게 하여 드리자.'

지함은 일어섰다.

일어서서 마음으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였다.

본래의 자리?

그곳이 어디이던가?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선계의 어느 자리에서 온 것인가?

올 때는 생각 없이 모친을 뵈러 왔건만 갈 때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이러한 행동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몸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이곳에서 무슨 몸이 있단 말인가?

나의 몸은 속에 있고, 마음만 이곳에 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가 있던 곳으로 가는 방법은 어떠한 것일까?

지함은 순간 자신이 왔던 방법이 생각났다.

마음으로 왔으니 마음으로 가는 것이 마땅할 것이 아닐까?

 

'그렇다. 마음으로 왔으니 마음으로 가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마음을 모아 자신이 있던 곳을 생각하였다.

별로 집중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하였으나 순간 앞이 잠시 환해지더니

본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 멀리 앞으로 끝도 없이 산과 들, 강이 펼쳐져 있었다.

저 넓은 곳에 내가 보고 싶은 모든 것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 같았다.

방금 집에 다녀왔듯이 저 넓은 곳의 어느 곳이든 저 안에 모두 있으며,

저 안에서 무엇이든 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마음이 중요한 곳.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곳.

속세에서는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이곳에서는

너무나 쉽게 가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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