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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91)

by 날숨 한호흡 2008. 4. 18.

 

 

 

'과연 이 생각이 맞아 들어갈 것인가?

지함은 우선 선계의 물건을 만져보기로 하였다.

방금 전 속(俗)에서는 어떠한 물건을 잡는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물건을 집어든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늘은 선계의 물건의 감(感)을 느낄 수 있는가 여부를

먼저 확인해 보기로 하였다.

앞에 있는 풀을 만져보았다.

 

풀이 만져졌다.

선계의 풀이 만져진 것이다.

속세의 풀과는 약간 다른 것 같았다.

아주 부드럽고 연하였다.

그러나 어떠한 기운이 느껴지는 풀들이었다.

연한 가운데서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주 질기고 질긴 기운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장난기가 발동되어 잡아 당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선계에서 장난기를 발동하다가는 어떠한 벌이 내려올지 몰랐다.

지함은 그대로 놓아두고 다시 다른 나무를 만져보았다.

 

진달래 나무 만한 작은 나무였다.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으나

그 꽃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꽃들이었다.

색깔 역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꽃이었다.

지함은 이 풀과 나무를 보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이곳의 물질은 왠지 빛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빛으로 만들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빛 자체보다는

빛을 낼 수 있는 어떠한 아주 작은 알맹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내는 빛은 그 물체에게 적당한 정도의 빛으로서

더 이상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은 것 같았다.

마치 속세에서 태양 빛이 비출 때의 밝기만큼 지함에게 보여지고 있었다.

따라서 보기에 눈에 익숙하기는 하였다.

 

'그런데 이곳의 물체를 만져도 되는 것일까?'

지함은 조금씩 주변을 거닐며 선계의 사물들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보이고 있는 것은 풀과 나무, 바위, 흙, 자갈, 물 등으로서

지상의 물건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들이었다.

모양새는 비슷하였으나 다만 그 물질이 빛과 비슷한 것으로 구성되어

무엇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 것뿐이었다.

보기에는 같았으나 느낌상으로는 전혀 다른 것 같았다.

 

'우선 이곳의 모든 것에 익숙 하자. 그리고 나서 다른 것을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수련 장소에 대한 지식도 없이 어떠한 것을 익힐 수 있을 것인가!

지함은 하나하나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살펴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들이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수련에 필요한 것일 것이다.

그러한 것을 소홀히 지나치다가는 다시 볼 수 없을 런 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살펴보던 지함은 나무를 살짝 만져보았다.

역시 풀과 같이 끈질긴 기운이 느껴졌다.

 

이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질긴 기운이 있던가?

지상의 물질들도 이렇게 질긴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았다.

나무들도 연하여 약간만 힘을 주어 꺾으면 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길가에서 큰 잡초라도 잡아당기면 끊어지는 것들이었다.

헌데 이곳의 식물들은 꼭 무엇이 안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끈질긴 것들이었다.

 

'내가 기운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이들이 강한 것인가?'

지함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생각을 가다듬어 보았다.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지상과는 무엇이 다른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다시 가만히 풀을 잡아당겨 보았다.

역시 질기기가 밧줄을 당기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있는 힘껏 당겨 보았으나 끄덕도 하지 않았다.

당겨지기는커녕 아래위로도 움직임이 없었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풀들이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이 잡아당길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던 풀들이

선계의 바람에는 더 없이 부드럽게 날리는 것이었다.

 

'아하-. 내가 할 짓이 아닌 것을 하고 있었구나. 이것은 나의 할 일이 아니다.'

지함은 이곳의 물질들을 시험하기를 멈추었다.

이 행동을 잘못하다가는 무슨 야단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큰 일 날 뻔하였다. 내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구나.

어쩌려고 선계의 풀들을 잡아당겨 끊어놓으려 하였단 말인가?

이곳에 자라고 있는 풀들은 선계의 물건들인 것이다.

무엇 때문에 선계의 물건들을 함부로 망가뜨리려 하였단 말인가?

결코 나의 일이 아닐뿐더러 이러한 일을 하였다가는 내가 성치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전부 나의 마음가짐을 시험하는 것임을 왜 모르고 있었던가?'

지함은 머리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직 내가 하늘의 법도를 몰라 실수를 할 뻔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곳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며 그것을 통하여 배우는 것이지

결코 이곳의 털끝 하나 건드리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나의 힘이 이곳에 미치지 않길 망정이지 내 힘이 미쳤다면 어찌할 뻔하였는가?

 

'나는 아직 선계에 들어가도 될 것인가 시험 중에 있지 않은가?'

자신은 모르고 있었으나 지함은 지금 정심(正心)에 대한 시험 중이었다.

타인의 물건에 대한 지함의 태도를 시험하는 기간 중이었던 것이다.

아니 타인의 물건이 아니라 나의 물건이 아닌 모든 것,

즉 선인으로서 만물을 대하는 지함의 심경을 시험하는 기간이었다.

우주에는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우주의 것이 있다.

천지 만물이 결국 우주의 것이나 이 '우주 물' 중에서

누가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측에서 나름대로 우선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이 우선권이 사라지고 나면 다음 권리자에게로 이전되거나

사용권에 대하여 중립적인 '우주 물'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수련과정에서는 이러한 작은 부분이지만

결국은 수련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서서히 시험하여

하늘의 뜻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인가를 시험하는 과정을

수시로 겪게 되어 있었다.

 

깨달음은 작은 깨달음 즉 소각(小覺)이 쌓여서 대각(大覺)이 되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대각이 오는 경우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각이란 완성되는 순간 온 우주를 받아들여야 함으로

깨달음을 얻기까지 그 우주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서

자신의 내부에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따라서 깨달음의 길을 가는 과정은

우주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이 그릇을 단전이라고 하는 것이며,

이 단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과는

보통 인간의 생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단전은 크기가 콩알만 할 수도 있고 항아리만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수련으로 강화하기만 한다면 그 크기와 무관하게

우주를 담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 단전을 만들어 나가는 재료가 바로

호흡으로 이루어진 기운이었다.

지함은 아직 본격적으로 호흡을 배우지 않아

단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는 들지도 않았으므로

풀 한 포기 잡아당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생각만으로 어떠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단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생각과 기운의 관계를 알려주기 위한

기본적인 것이었을 뿐 아직 지함의 능력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훈계 성 시범으로 보는 편이 더 나을 만큼

정심에 대한 보조적인 교육자료로서 사용된 것이었다

 

'정심'

지함은 지금 하여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수련과정 중 정심에 들 준비를 하는 것임을 알았다.

이곳에서 풀을 잡아당겼으나 미동도 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아직 기운을 가지고 있지 못함과 정심의 기초를 득한 후에

기운을 가지는 수련을 하여야 함을 말씀해주시는 것 같았다.

이것이 시험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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