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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88)

by 날숨 한호흡 2008. 4. 15.

 

 

 

지금은 스승님께 도움을 청할 때가 아닌 것이다. 어쨌든

혼자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할 시기인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할 때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선인은 인간과 달리 완성체이므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내가 지금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으나 어차피 선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가?

선인이 되는 것은 이렇게 가벼운 훈련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의 한계를 벗어날 정도의 어려움이 있을 런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갔을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겠는가?

들어가 보자.

들어가서 모든 것과 다시 부딪쳐 보자.

지함은 각오를 새로이 하였다.

 

'역시 아니었어.'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자신이 하여왔던 것은 수련이 아닌 것이다.

수련의 준비과정으로서도 미흡한 정도의 과정을 밟아왔던 것이다.

그러한 것을 그것이 수련인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수련이란 현재의 자신을 벗고 다른 자신으로 태어나는 것일진대

어찌 그렇게 가볍게 바꾸어질 수 있을 것인가?

본래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기는 하나 본래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서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있지 않은가?

가고 가다가 길이 저물면 노숙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야 할 것이다.

이 길은 이미 선택의 가능성이 있는 길이 아닌 것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망설이며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자'

헌데 어떠한 순서로 가야 할 것인가?

자신을 바꾸는 일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닐진대

선화를 보고 선계의 풀잎을 만져보며 그 기운을 느꼈다고 해서

자신이 선인이 되는 것은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아마 무슨 과정이 있을 것이었다.

 

선계란 것이 멀고멀어 상상키 어려운 여정이 될 수도 있으나

가지 않고는 안 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다.

더구나 이 길은 나 혼자만의 선택이 아닌 것이다.

할아버님 때부터 부모님을 거쳐 내려온 선계에의 길인 것이다.

결코 간단치 않은 길이며, 누구나 갈 수 없는 길을

자신은 갈 수 있도록 배려 받은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가지 않는다면 그 많은 업을 어찌 할 것인가?

인간으로 평범하게 있는 다고 해서 힘겹지 않을 것도 아닐 것이다.

수련을 하지 않고 인간으로 있다가 죽어서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나의 목표는 수련을 통하여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다.

자신을 찾고 나서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리라.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는 동안 나의 진가를 발휘해 보자.

나의 몸이 나의 것이 아니며 한시적으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의 몸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다.

이 몸이 없으면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몸을 관리함에 소홀함이 있다면

나의 길을 끝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지함은 자신의 손과 발, 다리, 팔 등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너희들이 좀 고생이 될 것이나 반드시 보람이 있을 것이다.'
수련이란 것이 이렇게 앉아서 선화나 선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부터는 앉아서 바라보는 것에서 떠나

행동으로 수련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지함은 지금까지 서 있던 곳에서 멀리 앞을 보았다.

끝없이 넓은 대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가자.'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도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막상 걸음을 옮기려 하자 이제부터는

정처 없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하직 인사라도 하고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부모님의 곁을 떠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아니

지상의 시간으로 하루가 채 안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 동안 자신이 평생 할 생각을 전부 한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머리의 한계로 그러한 생각을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인사를 드리려면 부모님께서 계신 방향으로

절이라도 하여야 하지 않을 것인가? 어느 쪽에 계실 것인가?

이곳은 해가 뜨고 지는 곳이 아니라 방향을 알 수 없었다.

방향을 안들 어찌 할 수 없는 것이 이곳에서

부모님께서 계시는 곳이 어느 쪽인지를 모르므로

역시 소용없는 짓이었다.

지함은 동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려 하였다.

 

' 아버님. 어머님. 저는 이제 수련에 들려 합니다.

도와 주시 옵 소서.'

보이지 않는 부모님을 향하여

엎드려 절을 하고 고개를 들자

앞에 보이는 광경이 변하여 있었다.

자신의 집 마당에서 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 자신의 집이었다.

부모님과 집에서 허드레 일을 하고 있는 점순이,

농사일을 돕고 있는 머슴 일군아저씨가

그대로 일을 하고 계셨다.

 

어머님은 방안에 계시는 것 같았다.

아버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밭에 나가셨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함은 가만히 자신의 집 주변을 보았다.

변한 것이 없었다.

 

자신이 먹다가 남겨놓은 엿이 접시에 담긴 채

대청마루에 그대로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자신이 가지고 다니던 책 보따리가 대청 위에 그대로 있었다.

누구에게 전한 적이 없음에도 책 보따리가 마루에

놓여 있는 것은 아버님께서 가져다 놓아두신 것인가?

지함은 방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어머님께서 바느질을 하시고 계셨다.

얼굴이 한없이 평화롭고 포근해 보였다.

어머님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어머님께서는

지함이 이렇게 가까이 에서 보고 있음을

모르고 계시는 것 같았다.

지함은 가만히 어머니를 불러 보았다.

 

"엄마."

자신이 부르는 것을 어머님께서는 듣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지함은 다시 어머님을 불러 보았다.

 

"엄마."

여전히 미동도 없이 바느질을 하시고 계시는 것이다.

나의 음성이 모친께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식의 음성을 듣고도 모른 체 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떠한 상태로 이곳에 와 있는가?

혼(魂)만 와 있는 것인가?

 

아차!

그렇다면 내 몸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내 몸이 어디에서 어떠한 상태로 있는 지 모르고

이렇게 정신을 빼놓고 있지 않은가?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잠시 의식만으로 이 곳에 와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육신과 의식을 분리하여 움직이는 훈련을 하지 않아

동시에 두 가지를 생각하며 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다.

수련이 일정 경지에 오르면 육신을 비울 때 이상 없도록

방법을 사용하므로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완전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지 않는가?

만약 몸이 사라진다면 나는 수련을 할 수 있을 런 지는

모르지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 어찌 알겠는가?

수련을 하고도 이것을 부모님께서 모르신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다시 친구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지함은 황급히 자신이 있던 그 자리로 마음을 돌리려 하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선계에서 무슨 일이 있겠느냐? 

천천히 돌아보고 오너라."

스승님의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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