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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83)

by 날숨 한호흡 2008. 4. 8.

 

 

 

선인은 조상을 천도할 수 있음에 대하여 옛날 이야기처럼 들은 적이 있다.

조상의 업이 무거워 스스로 천도되지 않더라도 후손이 선인이 됨으로

조상을 모실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말은 결코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지금 와 있는 이 선계의 일원이 되어 조상님들을 훌륭히 모시고

속세의 모든 중생들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나의 사명일런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살며 죽어가고 있다.

그 세일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살아가면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좋은 일을 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 아주 짧다면 짧은 세상을 살아왔다.

겨우 일곱 해를 살아온 것이다.

그 일곱 해 동안 이 세상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수련을 할 수 있을 만큼 살았다는 것은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이라고 해서 전부 수련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의 경우는 하늘의 은총을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모든 것이 소중한 것이다.

이 그림에 나온 작은 하나 하나까지도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 아닌가?

속세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보통의 경우라면 작은 것에 대하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헌데 지금과 같이 보통의 경우가 아니라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도 되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신경 써서 확인하고 확인해서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신이 숨쉬고 있는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있다.

지금은 피로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이곳의 모든 것이 다르지 않은가?

공기를 통하여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기운이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을 때는 있을 수 없었다.

 

지함은 자신의 몸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무엇인가 달라 보였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되 하여튼 달라져 있는 것이다.

몸의 여기 저기가 시원하고 체온이 없는 것 같았다.

지함은 가만히 손을 만져보았다.

역시 찬 것은 아니되 별로 온기가 없었다.

인간의 몸으로 이러한 상태라면 오래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헌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얼굴을 만져보았다.

역시 온기가 없었다.

손을 휘둘러 바람을 느껴보았다.

공기가 느껴지기는 하나 역시 아무런 온도를 느낄 수 없었다.

 

이곳은 온도가 없는 곳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선계라고 어찌 온도가 없을 것인가?

기운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기운이 들어오는 것이 전과 달랐다.

약간씩 강도가 높여지고 있는 것 같았다.

온 몸이 시원해지며, 약간의 피로가 누적되던 부분이 사라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머릿속이 시원한 것이 너무 좋았다.

지금 상당히 복잡하다면 복잡한 환경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도

머릿속이 무엇인가 정리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에는 들으면 잊고 잊으면 다시 들어서 외워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차근차근 쌓여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창고 안으로 마구 던져지는 것들이 저절로 제 자리에 자리를 잡아서 배치되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보고들은 것들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항상 머릿속이 맑으면서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인간으로 있을 때는 많이 외우고 나면 잊어먹는 것이 많아서 많이 외운다고 하여

많이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헌데 이곳에서는 그것이 아닌 것이었다.

 

이것이 신의 능력인가?

선계의 구조인가?

선계는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인가?

이러한 것이 선계의 일반적 현상인가?

누구나 선계에 오면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인가?

대단하고 엄청나다는 생각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것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잠을 자지 않아도 모든 것들이 보충되는 것과

인간의 모든 능력을 전부 동원해도 안될 것 같은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

생각만으로 모든 물질계는 물론 인간의 생활까지도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바로 인간들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오던 것들이 아니던가?

성황당의 그 점쟁이 할머니가 매일 각종 제물을 차려놓고 비는 것들이 모두 그러한 것들이 아니던가?

점박이네 아버지 장사 잘 되도록 하는 것, 막동이네 엄마 아프신 것 낫도록 해달라는 것 등이

모두 그 할머니가 비는 것들이었다.

 

그러한 것들이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가능한 것이었다.

그 정도까지 해보지는 않았으나 전에 독남이와 문디의 경우를 보면

점쟁이 할머니가 빌어주는 모든 것들이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신의 능력!'

'인간이 신의 능력을 갖는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신의 능력을 갖는다면 어떠한 일을 하여야 할 것인가?

우선 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 중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신의 능력이 무한정일 것인가?

지금 자신도 어느 정도는 신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헌데 아직 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 알아내는 것은 신만의 능력인가?

인간인 자신도 가능할 것인가?

지함은 지금의 자신이 평소 인간으로 있을 때의 자신이 아님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보통의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인 것이다.

생각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능력이 엄청나게 상당히 성장한 것이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지금 자신은 신의 영역 입구에 간신히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한 발자국 더 들어섰을 때

어떠한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신의 영역'

신만이 가능했던 그 성소(聖所).

많은 인간이 그곳에 입성을 시도하려 하였다가 천벌을 받아서 불구가 되거나

목숨이 거두어진 적이 있음을 들어서 알고 있다.

헌데 지금 자신이 이곳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스승의 가르침과 선화(仙畵)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화가 신 자체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의 의사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 선화를 만드신 분은 어느 신일까?

혹시 나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시는 동막 스승님이 아닐까?

 

'동막(東幕)'

스승의 이름이 주는 의미를 지함은 모르고 있었다.

헌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무엇인가 거대한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지함은 동막이라는 말에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막을 수 있는

차양이라는 뜻이 들어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우주의 입장에서 볼 때 태양 정도는 작은 별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어떠한 신도 태양과 지구 사이에 빛의 통과를 막는 장막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 정도의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인가는 알 수 없으나

신이 태양의 빛을 가림으로 인하여 지구의 조건을 변화시키고

그 조건하에서 시험을 하여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능중의 하나였다.

물론 동쪽이라는 방향은 지구에서나 통용되는 것이므로

이 이름은 동막 선생이 속세에 있는 동안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우주에는 등록되어 있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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