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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84)

by 날숨 한호흡 2008. 4. 9.

 

 

 

선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선생님'

지함은 스승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아직 인간인 내가 선계에 들어와서 이러한 영광을 누리고 있다니!

지함은 머리가 쭈뼛하였다.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은 아직 인간의 육신을 지닌 단계로서 한참 미완성체인 것이다.

미완성 율도 높아서 아직 선계의 입구에서 머뭇거리기에도 너무나 많은

부족함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족함을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해보려 하기는 하겠지만

지금의 능력으로 그것이 완전히 불가능함을 알고 있었다.

 

'나는 아직 인간인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 것이다.'

그랬다.

신의 경지는 인간으로 있는 이상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불가능한 경지였다.

도저히 가능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한시적으로 이곳에 와 있으며, 얼마나 이곳에 있을 것인지 모르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처신을 올바로 하여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신을 올바로 한다는 것은 바로 생각을 바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을 바로 함으로써 행동이 바르게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었다.

이러한 것을 함에 있어 한 치의, 아니 한 치의 천만분지 일도

오차가 없어야 할 것이었다.

 

털끝만큼의 오차라도 있다면 바로 그것이 자신에게

치명적인 오류로서 작용할 것임이 느껴졌다.

일부 인간들이 완성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욕심만으로 선계에 입성하였다가

본체에서 스며 나오는 불완전성이 발각되어 영영 살아나지 못하고 미물 화하였음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계는 무서운 율법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었으며, 이 율법의 서슬이 항상 시퍼렇게

날을 세운 채로 자신의 몸 전체에 닿아 있어 도리에 적합하게 행동하는 한 아무런

이상이 없으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한 번이라도 하였다가는 몸을 베이고 마음을

다치며, 영영 기회마저 박탈당하도록 되어 있는 곳임을 깨닫고 있었다.

 

'신의 경지'

역시 무서운 곳이었다.

이 선계에서 가장 힘없는 신이라고 해도 자신 하나 정도는

털끝만큼의 힘도 들이지 않고 처리할 수 있음이 느껴졌다.

역시 신들의 영역은 달랐다.

천지만물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이 일정한 법칙에서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는 것,

이곳에서 존재하는 그 무서운 힘을 가진 신들조차도 이 세계에서 적용되는 천지의 법칙,

즉 조물주의 창조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자신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

감히 이곳에 와서 거닐어 볼 자격도 갖추지 못한 한 낱 애송이일 뿐인 것이다.

인간의 목숨을 거둘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은 신에게는 기초적인 여건조성의 범위에 있었다.

그 능력을 누가 발휘할 것인가에 따라 임무가 지정되어 있었다.

지금 지함에 대하여는 동막 선생이 그 능력을 가지고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지함의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동막 선생이 지고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함이 동막 선생의 의지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은 곧 수련의 중단,

즉 죽음보다 못한 삶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였다.

살아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삶이 될 것이었다.

수련생으로서 이보다 더욱 두려운 것이 있을 수 없었다.

수련을 하기 전에는 수련의 의미를 몰랐으나 수련을 시작하고 나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수련이 전부이고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느껴지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수련에서 시작되고 수련에서 끝나며, 이것으로 인하여

이 세상이 유지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었다.

 

'수련'

인간을 갈고 닦아 우주에 내놓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

이러한 엄청난 일을 앞에 서서 알려줄 수 있는 분.

 

'동막 선생님'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감히 인간이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어찌 인간이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신만이 가능한 일인 것이다.

동막 선생은 신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지상에 있을 때는 그러한 것을 상세히 알 수 없었다.

헌데 이곳에 와서 보니 동막 선생의 그림자가 끝이 없는 것이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이곳,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넓은 부분이 동막 선생의 능력 범위 내에 있었다.

지함은 이곳에서는 생각을 하는 것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막 선생을 통하여 우주로 전달되는 것 같은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불완전할 경우 동막 선생이 걸러서 내보냄으로 인하여

생각의 오류로 인한 파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선계란 곳이 생각의 오류로 인한 파장이 너무도 커서 한 번 생각을 잘못하였다가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

만약 생각을 한 번 잘못하여 사람이 죽었다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이었다.

생각을 되돌릴 수 없다면 그 사람이 죽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인간세상에서 살인죄에 해당하는 죄를 짓는 것이 아닌가?

나의 생각 한 번에 다른 사람이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어찌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신의 능력으로도 판단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일이었다.

하물며 인간이 아무리 신중히 판단한다고 하여도 신의 능력의 가장자리에 갈 수 있을 것인가?

지함은 인간의 능력과 신의 능력이 전혀 다른 것 같았다.

같은 부분이 있을 것이나 같은 부분은 얼마 되지 않고 다른 부분이 많은 것으로 느껴졌다.

다른 부분이 많다면 그것을 어떻게 알고 따라갈 것인가?

 

수련의 목적이 이것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간이 신의 능력을 가져오는 것.

아마 인간의 몸으로 있는 동안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인간의 몸이란 한없이 거추장스러운 면이 있어

이 몸을 가진 채 신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허나 자신이 지금 인간의 몸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손을 대보아도 체온이 느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인간의 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신의 몸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신의 몸이 어떠한 상태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자신의 상태로는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았다.

 

어찌할 것인가?

수련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았다.

수련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이라?

지금 자신은 수련을 한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저 선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스승의 뜻도 정확히 모르고 선화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수련공부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수련공부를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드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헌데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전혀 힘들지 않게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몸을 가지고 이렇게 힘들지 않게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다.

인간의 몸으로 이렇게 힘들이지 않고 공부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은 신의 몸도 아니고 인간의 몸도 아닌 중간의 상태가 아닌가?

이 상태는 스승이 잠시 공부를 위하여 자신에게 부여한 조건 같았다.

이러한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기의 운용이 가능하지 않던가?

하지만 자신의 수준이 그렇게 신의 경지에 다다를 만큼 성숙되어 있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나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지함의 생각 언저리에는 조금씩 자신에게 부여된 능력의

한계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설령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안다고 하여도 이것을 어찌 할 것인가?

지금은 그저 조심하여야 하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일이 없지 않은가?

지금 이러한 생각을 할 때인가, 아닌가에 대하여도 알 수 없다.

 

앞에는 여전히 선화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선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자신이 지금 하여야 하는 공부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할 수 있는 공부가 없는 것이다.

'그래. 선화를 열심히 보자. 지금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지함은 다른 생각을 접어 넣고 다시 선화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선화에는 지함이 커오던 과정이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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