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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78)

by 날숨 한호흡 2008. 4. 1.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확인하는 것일까?

지함이 이 파장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았다면 누가 자신을 확인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 단계에까지 가 있지는 못한 것이다.

인간으로 있을 때의 버릇이 그대로 살아 있는데다가 연령의 벽을 넘지 못함으로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생각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계란 생각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곳임을 알지 못하고 있던 지함은

아직 생각의 범위가 자신의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작아서 어떠한 영향력이 있는 파장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미약한 느낌.

우주에서는 그저 숨결같이 아주 약한 바람이 불은 듯 만 듯 한 그 미세한 움직임도 전부 파악이 되며,

그 움직임을 알 수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하물며 지함의 앞에 그려지고 있는 선화는 엄청난 크기의 선화였다.

인간의 시각으로서는 볼 수 없는 먼 곳의 것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었다.

선화란 시공을 초월하여 우주의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주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서 인간이 그려서 벽에 걸어놓고 보는 그림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인간의 그림이 한 시점의 사실을 담고 있다면 선화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이 선화의 기능을 통하여 이동까지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의 그림을 그려서 앞에 놓고 그 그림에 집중하여 생각을 하다보면

그 그림에 그려져 있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한 기능까지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선화였다.

 

그림이지만 거의 전지전능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림을 통하여 기운을 보낼 수도 있고,

그림 속에서 자신이 취하고 싶은 것을 취할 수도 있었다.

사과가 먹고 싶으면 사과를 그려놓고 집중하면 그 사과가 앞에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선화였다.

선화 역시 등급별로 기능상의 제한이 있었으며 파장만 전하는 선화, 기를 보낼 수 있는 선화,

기를 보내 물질로 현신 시킬 수 있는 선화, 자신이 선화를 통하여 직접 이동할 수 있는 선화,

전지전능한 기능을 몰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선인의 경지에 이른 선화 등이 있었다.

이러한 선화의 기능은 선화를 그린 사람의 능력을 따라가는 것으로서

작가가 어떠한 기능을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선화를 그린 사람은 타 선인이나 인간계에서 자신의 선화를 가지고 있을 때 이 기능을 없앨 수도 있으며,

추가할 수도 있으며, 거두어 올 수도 있고, 또한 모든 기능을 없앤 채

그림으로만 존재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선화의 이러한 기능들은 선인이 선인인 상태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지상에 내려와 수련을 할 때

항시 먹을 것과 입을 것 등 선계의 물품을 조달하거나 선계의 소식을 전하며,

지상에 내려왔다가 다시 복귀하는 통로로 사용하기도 하였던 기능으로서

상급 선화의 경우는 그림 속으로 실제의 통로가 열려 있었다.

 

생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 그림이 현실을 반영하며,

현실과 그림의 차이가 사실상 거의 없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였다면

지함은 아마도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다.

아직도 지함은 그림과 현실의 차이, 생각과 그것이 동일하게 반영되는 현실의 차이를

깊이 모르고 있었다.

선계를 알기까지는 아직도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선화 하나를 알기에도 시간이 더욱 필요한데 선계에서 선화는 하나의 물건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하나의 물건의 기능이 이럴진대 다른 것들의 기능 중 어떠한 것이 있는지 모를 것이었다.

선화 역시 선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생각을 그리고 그 생각을 펼쳐 보이는 도구 중의

하나에 불과하였으나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기능을 지니는 엄청난 도구인 것이다.

선계의 물품이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모든 기능이 기적으로 발휘되는 것이며 기란 선계의 기본 구성요소임을 안다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었다.

 

지함은 그림 속에서 자신과 연관이 있는 부분이 보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그림을 보자 무엇이든 꿰뚫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속에서 아주 멀리까지 보이고 있었다.

현실공간과 완전히 동일한 모습이었다.

멀리 산이 중첩되어 보이고 있는 산맥이 그래도 보이고 있었다.

이제는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서 현실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말이 그림이지 전혀 그림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공중에 떠서 그림을 보고 있었던 것이 언젠가 땅을 딛고 서 있는 것이었다.

지함은 문득 그림을 처음 볼 때의 생각이 났다.

그 때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헌데 그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과 동일한 현상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그림 속에서 어떠한 것이든 가능한 것인가?

지함은 문득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그림에 반영되는지 알고 싶었다.

어떠한 생각을 해도 된다면 이왕이면 지금 자신의 집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었다.

지함은 다시 그림을 보았다.

그림에는 멀리 산이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집을 생각하자 산의 그림이 점점 가까워지며 산과 산 사이에 넓은 골짜기가 나타났다.

골짜기의 넓이가 넓어 들판을 형성하고 있었다.

자신이 꼭 새처럼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보이는 것이다.

 

동네가 보였다.

동네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을이 보이고 동네사람이 걸어 다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한 꼬마가 어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옆집 독남이었다.

엄마의 치마를 잡고 무엇을 조르면서 따라가고 있었다.

독남이는 지금 문디네로 일하러 가는 엄마를 따라 밥을 얻어먹으러 가는 중이었다.

문디는 독남이와 가끔 소꿉놀이도 하고 하는 동네 여자 친구였다.

얼굴도 예쁘고 착한데 동네에 역병이 돌 때 문디 아버지가 그렇게 이름을 붙여놓은 것이다.

문디네는 그래도 살림이 그런 대로 있는 편이어서 춘궁기에도 밥을 굶거나 하지는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으나 가만히 들어보니 옷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는 것 같았다.

무릎이 헤져 있었다.

 

앞에도 빨아 입지 못하여 지저분한 상태였다.

문디네 가면 문디를 볼 것이다.

헤진 모습으로 문디를 만날 것을 염려한 독남이가 옷 타령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옷을 구해서 입혀주는 것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독남이네는 형편이 어려워서 어려서부터 지함이네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고 있었다.

독남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독남이는 어머니 밑에서 크고 있었으며,

동생 둘은 친척집에 맡겨져 크고 있었다.

지함은 독남이의 옷을 살짝 건드리며 깨끗한 옷으로 바뀌도록 가볍게 기원하였다.

 

"엄마. 옷 바꿔줘이..."

 

"그래. 알았어. 바꿔 줄 테니 좀 더 참아라."

독남이 어머니는 독남이를 다독이며 가다가 독남이를 내려다보았다.

옷이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로 깨끗해져 있었다.

 

'아니.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이야?'

집에서 애를 데리고 나올 때까지도 독남이의 옷은 무릎이 헤진 상태 그대로였다.

헌데 지금 보니까 옷이 바뀐 것이다.

아주 깨끗한 옷이었다.

아직 옷이 언제 어떠한 상태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정신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아까 자신이 본 것과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도중에 변동이 없었음에도

바뀌어 있는 것이다.

지함은 자신도 헷갈릴 정도로 어안이 벙벙하였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것인가?

나의 능력으로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인가?

시험인가?

 

'무슨 조화 속인가?'

독남이 어머니가 어안이 벙벙하여 있는 동안에 독남이는 좋아서 앞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이제 문디를 마음 편히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럴 수가.'

독남이 어머니 역시 숨이 멎을 정도로 놀라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무슨 도깨비를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분명히 독남이의 옷에 대하여는 자신이 보았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조금만 더 있으면 독남이의 옷을 바꾸어 주려고 하던 중이 아니었던가?

헌데 오늘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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