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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76)

by 날숨 한호흡 2008. 3. 29.

 

 

 

땅에 닿는다는 것은 지금은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뜬 이유가 무엇인가 알아야 하였다.

높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땅과의 거리가 중요한 것이다.

즉 나의 몸의 어느 부분이 땅과 가깝다고 해도

항상 한 뼘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리를 뻗으면 다시 몸이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지함은 지금이 그러한 작은 일에 신경을 쓸 만큼 한가한 시간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선계공부이다.

선계의 공부를 함에 있어 지금처럼 부수적인 것에 시간을 빼앗긴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은 앞에 펼쳐지는 그림을 보아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림을 보도록 하기 위하여 몸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림의 연못에서 나오는 기운이 나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저 그림이 크기 때문에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라는 뜻이 담긴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한 생각을 하는 순간 지함의 몸은 다시 서너 길을 솟구쳐 올랐다.

이제는 떨어지면 다칠 것 같은 생각이 들만큼 높이 공중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렇게 높은 곳으로 올라와도 과연 괜찮을 것인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무 것도 자신을 받치는 것이 없었다.

여전히 연못에서 나오는 기운이 자신을 위로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헌데 전보다 더 강한 기운이 자신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연못의 크기가 더 커 보였다.

전에는 연못의 직경이 세길 정도였으나 지금은 열길 이상으로 넓어 보이는 것이었다.

자신을 받치고 있는 기운도 원뿔 모양으로 형성되어 자신을 받치고 있었다.

따라서 기운의 넓이로 보아서는 넘어지거나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기운의 강도 역시 엄청나 손으로 아래를 밀어보면 금방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세기였다.

마치 사람의 손으로 밀어 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하게 자신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도 많다.

어찌 이러한 것들이 공부를 한다고 알아질 수 있을 것인가?'

무형의 기운이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유형의 기운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본 적은 많아도

무형의 힘이 이렇게 강력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무형과 유형의 기운 차이는 무엇인가?

 

보이는 것을 유형이라고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무형이라고 하는 것인가?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나는 보이지 않는 기운에 의해 들어 올려져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이것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엄연한 현실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인정하여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았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보다 더욱 강력한 것.

이것이 바로 기운의 힘인가?

기운이란 무엇일까?

 

'기운'

저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은 바로 기운의 힘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물감과 보이지 않는 붓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단지 차이라면 보이는 것인가 안 보이는 것인가 뿐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아주 안 보이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인 것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보일 것인가?

아마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일까?

 

'기안'

기의 눈으로 보면 보일 것 같았다.

지금 피부로 느끼고 있듯이 기만의 시각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인가'

누군가는 이러한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알아내는 것에 상당히 가까이 접근하여 온 것만은

틀림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기운'

하늘이 모든 것을 공평하게 배분해 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사람마다 준 것은 있으되 그것이 각자 양적으로 질적으로 다른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함은 그림을 보다가 점점 인간의 삶의 근본적인 부분으로 의문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그림이 시사하는 바는 인간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떠한 것이든 지함이 원하는 것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함이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그려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그림이 그려지는 속도와 정밀도, 그리고 움직임에서 현실과 차이가 없을 만큼 발전되어 있었다.

그림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모든 것이 완벽히 현실화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있는 것이 선계인가?'

이러다가는 모든 것이 현실로 변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림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변하고 있다. 생각을 잘 하지 못하다가는 큰 일이 날 것이다.

장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생각을 잘 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진화하여 나가는데 생각을 잘못하여

그림이 현실이 되는 날에는 바꾼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이 그림을 보고 있는 사이에 모든 것이 생각할 수조차 없이

바뀌어 가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앞에 보이고 있는 것이 바뀐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지함은 머리 속이 번쩍 하는 느낌이 들도록 정신이 들었다.

이것이 처음에는 그림이었으나 점차 그림이 아닌 단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장차 무엇이 될 것인가?

내가 이 그림을 본 이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던 공간의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이 적용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것인가?

 

아니다.

누구에게 설명할 일이 아닐뿐더러 스승님께서만 아신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아니 스승님께서 모르신다면 또 어떤가?

이것은 나의 수련인 것이다.

나의 수련인 것을 누가 본다고 하고 보지 않는다고 하지 않을 것인가?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그림을 똑바로 보는 일이다.

이 앞에 보이고 있는 것이 그림에서 많이 발전하여 지금은 그림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되

어쨌든 그림에서 발전하였으므로 그림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 같았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색을 가지고 있음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며,

그 색은 그 물체가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일진대

이러한 모든 것들은 한편으로 지금 보이고 있는 그림과 동일한 많은 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림이라?'

이 세상에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 중 그림이 아닌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러한 그림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없거니와

이러한 그림이 나의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역시 없는 터여서

지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궁금함을 가지고 있었다.

의문의 덩어리가 점차 커지고 있었으며, 그 의문의 덩어리가 앞에 있는 그림을 보는데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의 생각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 가고 있었다.

 

지함은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그림을 보아야 할 때이다.

헌데 잡념이 성장하면서 그림을 보는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그림을 놓친다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수련을 놓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며,

지금 해야 할 수련을 놓친다는 것은 다음에 언젠가 다시 하여야 할 일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

아니다.

그것이 아닌 것이다.

지금 이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놓친다는 것은 다음에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간은 한 번 뿐인 것이다.

다시 지금의 이 시간이 온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시간이 있다고 해도 지금의 시간이 아니며 그 때는 그 때의 시간인 것이다.

그 때는 지금 겪고 있는 단계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을 것이다.

지함은 한 순간의 나약함으로 주어진 과제를 다하지 못할 뻔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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