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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79)

by 날숨 한호흡 2008. 4. 2.

 

 

독남 어미는 걸어가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러한 일이 없었다.

자신도 착각할 정도로 오늘 이상한 일이 생긴 것이다.

이제까지 남에게 못할 짓을 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다.

남달리 착한 일을 한 것은 없어도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짓을 한 기억은 없는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이런 놀라운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인가?

독남 어미는 저만치 뛰어가다가 서 있는 독남이를 불렀다.

독남이는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고 다시 뛰어가고 있었다.

이런 옷을 입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이다.

깨끗한 데다가 적당히 두껍고 따뜻하기까지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엄마가 뭐라고 하는 것은 일단 생각 밖의 일이며, 빨리 문디를 만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는 것이다.

독남 어미는 이러다가 저 녀석이 이상한 말이라도 하는 날에는 정말 동네사람들에게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세 독남 어미가 혼자 오래 살더니 사람이 이상하게 된 것 같아.'

이런 말들을 자신이 없는 곳에서 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독남이 입 조심부터 시키고 볼일이었다.

삼촌이 가져다주었다고 할 것인가?

그것은 그렇다 치고 어느 삼촌이라고 할 것인가?

동네사람들이 삼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아! 그렇지. 그래.'

독남 어미는 좀 멀리 있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살고 있는 동생이 생각났다.

그 동생이 다녀가면서 독남이 옷을 해주었다고 하면 될 것이 아니겠는가?

독남이에게는 외삼촌이 해주었다고 말하라고 하면 될 것이다.

문디네 집에 도착하기 전에 저 녀석과 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독남이는 저만치 앞에 가고 있었다.

새 옷을 입더니 금방 다른 아이가 된 것처럼 바뀐 것이다.

기가 살아 있었다.

 

"독남아이-. 이놈아. 좀 천천히 가그래이-. 엄마 말 좀 듣고 가야지-."

독남이는 그래도 여전히 발걸음을 늦추지 않고 가고 있었다.

독남 어미는 반은 뛰어서 독남이를 쫓았다.

독남이 역시 더욱 빠른 속도로 앞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자식과 어미가 서로 잡고 잡히지 않으려고 뛰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독남아이-."

독남 어미는 숨이 차서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

 

"이놈이. 어디 집에 가서 보자."

독남이 역시 이 옷을 자랑하여야 할 것인데 무엇이라고 하여야 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가 해주었다고 하면 우리 집의 형편을 잘 알고 있는 영악한 문디가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너희 엄마가 무슨 형편에 이렇게 좋은 옷을 해주시니?'

금방 이렇게 물어 올 것이 뻔하였다.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지함의 머릿속이 복잡하여 왔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감히 하늘공부를 하겠다고 생각은 하였으나 그것이 너무나 엄청난 것이라 규모를 짐작할 수 없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서당에서 하듯 책 몇 권을 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지함은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지 대책이 서질 않았다.

이러한 것을 무슨 공부라고 할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공부라...?'

지금까지 공부를 한 것을 보면 선계의 입구에서 그림을 본 것 밖에 없지 않은가?

허나 그것이 과연 그림 그 자체였는지에 대하여서도 지금은 자신이 없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독남이를 본 것인지 아니면 사실 속에서 독남이를 본 것인지도

정확히 판단이 되질 않았다.

그림과 현실이 하나가 되어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가지가 구별이 되지 않는 정도에 이르고 있는 것이었다.

구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림 속은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처럼 생각이 되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림으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공부를 시키는 도구?

그렇다면 그러한 목적으로서의 그림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공부의 도구였다.

모든 과정이 상세히 나타나서 보여지므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었다.

헌데 문제는 그림이 사실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에 대하여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림과 사실이 다르다면 내가 그림 속에서 어떠한 생각을 하여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문제가 될 것이 없겠으나 그림이 곧 현실이라면 문제는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것들이 있게 되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생각지 않던 일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아까 독남이와 문디의 경우처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옷 하나로 문디가 독남이에게 시집 갈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사람의 팔자가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그림과 현실에서 동시에 진행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 사람들이 처한 처지를 그림은 그림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구별할 수 있는가?

구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의 실력으로는 그림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그림 속에 들어와 있지 않은가?

그림 속에서 집에 가보려 하다가 독남이네를 만난 것이다.

그림 속에서는 날아다니며 보는 것처럼 내려다 볼 수가 있었다.

 

헌데 현실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아무리 내가 하늘공부를 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아닐 것 같았다.

아마 나중에 선인이 현실 속에서도 날아다니고 그림 속에서도 날아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 속에서나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들이 가능한 것이 선계의 그림 속 이야기였다.

그 그림 속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이것이 공부를 하는 도구인 것은 짐작으로 알겠으나 그 이상의 어떠한 기능을 가진 것인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현실과 연결되는 기능을 가진 것인 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움직이는 것이 지금은 그림 속의 이야기이지만 나중에는

현실과 연동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계란 것이 어쩌면 너무나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아주 간단할 것일 수도 있었다.

이것이 아직은 감이 느껴지지 않아 복잡하게 생각되고 그 원리가 알 수 없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잘하면 이해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당장 닥친 그림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 것인가?

이것은 스승님께 여쭈어보아야 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스승님께서는 할 이야기가 있으면 알아서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았던가?

지금은 스승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혼자서 해결하라는 뜻으로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스승님께서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말씀을 해주시지만

평소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승님의 말씀이 없으시다는 것은 독립하여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우선은 그림이 현실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인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극도로 조심스럽게 생각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생각 하나 하나가 모두 행동으로 비추어지는 단계에서 생각을 함부로 한다는 것은

곧 행동을 함부로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단계, 이것이 선계의 특징인 것인가?

 

선계란 언행일치가 아니라 사행(思行)일치의 세계였다.

자신의 생각이 곧 바로 행동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곳.

생각만 해도 무서운 곳이었다.

이렇게 정확하고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곳에서는

어떠한 생각도 함부로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생각을 함부로 하였다가는 결과가 함부로 나타나서 나중에 수정도 하지 못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감히 인간으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경지였다.

이러한 경지가 있음에 대하여 생각도 해보지 못한 지함은

 

자신의 마음 경지가 이러한 정도에 다다르기 위하여는 어떠한 수련을 하여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한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선계란 곳이 영영 오지 않을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언젠가는 와야 하는 곳인 것이다.

스승이란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히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 아닌 가르칠 것 자체를 만들어 내시는 분인 것 같았다.

그 가르칠 것이란 것이 인간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생각만으로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

모든 것이란 곧 선인화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이 인간으로 있는 이상 불완전의 대명사로서 그 자체가 어떠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완전에 다가갈 수 없음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었다.

인간은 그 자체에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능한 것이 없었다.

마음만으로는 아무 것도 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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