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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66)

by 날숨 한호흡 2008. 3. 18.

 

 

 

"지함이는 3대에 걸쳐 기운을 받아서 기운에 대하여는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지.

그 애는 크게 될 것이니 자네는 지함이를 잘 키워야 할 것이네."

"예.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헌데 훈장님께서는 어찌 아시는지요?"

"자네는 내가 왜 모른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네. 자네 요즈음 이상할 것들을 겪은 적이 없는가?"

"예?"

 

진화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동막선생이 최근 들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러한 일은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닐세. 다 일어날 만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이지.

그리고 일어날 만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이지."

 

진화는 모든 것을 들켜버린 것 같아 가슴이 조여왔으나 그 상대가 동막선생임을 생각하자

한편으로는 털어놓을 수 있는 분이 알고 있어 후련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시고 계셨는지요?"

"자네는 내가 이 동네에 왜 와 있다고 생각하나?"

"예. 그게 저..."

"아. 이 사람아. 내가 일없이 왜 이곳에 와 있을 것인가? 다 일이 있으니 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일이란 것이 저와 관련이 있는 것인 지요?"

"자네와 무관하면 내가 왜 지금 이렇게 긴말을 하고 있겠나?"

 

진화는 무엇인가 머릿속을 희미하게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아버님께서 생존시에 누군가 지함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며

머지 않아 지함을 찾을 것 같고 그 사람이 나타나면 지함의 일은 반드시 그 분과 상의하여

처리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지함의 스승이 바로 훈장님이신지요?"

"내가 아니라고 할 수야 없지만 그렇다고 전부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그렇다면 스승이 또 있는지요?"

"본인이 나와 수업을 하고 나서 다 깨치면 다시 필요 없는 것이고, 모르면 다시 필요한 것이지. 하지만..."

"하지만 어찌 될른 지요?"

"잘 될 게야."

 

진화는 동막선생의 말씀을 듣고 한편으로는 마음의 놓이면서도

무엇인가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것이 있음을 느꼈다.

 

"자네는 무엇인가 느끼는 것이 없는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이 온 지요?"

"이곳에 와서 무엇인가 다른 곳과 다른 점이 있는 것을 느끼고 있는가 말일세."

"무엇인지 모르지만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것이 있는 것 같사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는가?"

"미처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잘 생각해 보게."

 

허나 진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만 답답해 질 뿐 알 수가 없었다.

기운에 대하여 알고 있지 못한 관계로 이러한 일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는 했어도 직접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헌데 오늘은 자신의 몸에서 직접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걸세. 기운이란 신기하고도 오묘한 것이어서 인연이 있으면 한 순간에 알아지기도 하고,

인연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

 

진화는 자신이 기운과 인연이 있다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기운과 인연이 있으니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기운과 인연이 없으니 모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는 기운과 인연이 있는 것인 지요? 없는 것인지요?"

"자네 생각에는 어떠한 것 같은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운이란 본인의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기운이 있어도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 되는 것이고,

없어도 본인이 있다고 생각하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지.

기운처럼 인간의 정신력에 좌우되는 것이 따로 없네."

"그렇다면 기운이 저와 인연이 있는 것 같사옵니다."

"어찌 그렇게 생각하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기운을 느낀 것이 인연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사옵니다."

 

"기운이란 바다와 같이 대단하고 태산과 같이 큰 기운이 있는 반면,

수면 중의 숨결같이 잔잔한 것도 있는 법이지.

이 모든 것들이 기운과 연관이 있고, 기운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니

기운이란 신의 영역이기는 하나 인간의 생각에 의해서도 상당부분 좌우되는 것이기도 하지."

"기운이 있는 것은 알겠으나 이 기운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른 지요?"

"이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하여야 쓸모가 있는 것이네.

기운이 자신의 것이 되고 아니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지.

기운으로 하여금 나의 말을 듣게 할 것인가 아닌가는

그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지."

 

진화는 동막선생이 하시는 말씀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인간의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세계가 있다는 것과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음에 대한 것이

아직 확실히 믿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기운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기는 하겠으나 이것을 알아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아직 기운을 모르므로 날 수 있는 생각일까?

기운을 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늘어날 것인가?

동막선생의 말씀을 들어보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하였다.

하지만 알아서 어떻게 한단 말인가?

 

"자네가 할 일은 없네. 지함이 할 일이 있을 것이네."

"지함이 할 일이 있다면 저는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 것인 지요?"

"무엇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무엇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도와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네."

 

지함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을 하였다.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지함은 이미 일곱 살이 되었다.

일곱 살이라고 해도 철이 날대로 난 아이처럼 모든 행동이 의젓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일곱 살이면 철없이 졸라대기만 할 것인데 지함의 경우는 다른 아이와 달리

모든 것에 조르는 것이 없었을 뿐 아니라 한 마디만 하면 알아들었고,

때로는 이야기하기도 전에 자신이 알아서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는 진화가 친구인 도진에게 보낼 서신을 방안에 써 놓고 보내지 못하고 외출에서 돌아오니

서신이 사라진 것이었다.

혹시 서신을 본 사람이 없는가 확인해보고 있던 중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

혹시 지함이 알고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알아보려 하였으나 지함이 어디로 가고 없는 것이었다.

진화는 찾다가 결국 다시 서신을 작성하여 보내려 하던 중

지함이 들어오며 서신을 전달하고 왔다고 하는 것이었다.

지함이 걸어서 다녀오기에는 상당히 먼길이었다.

그 길을 한나절이나 걸리면서 혼자 다녀온 것인가?

 

"어떻게 된 일이냐?"

"예. 아버님의 서신을 보고 전해야 할 것 같아 이웃 아저씨가 가신다는 길에 따라서 다녀왔습니다."

"그랬느냐? 그렇다면 미리 이야기하고 다녀오지 그랬느냐?"

"말씀드리려 하였으나 아무도 계시지 않아 그냥 다녀왔습니다.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그래 그 서신은 어찌 보았느냐?"

"아버님께서 서신을 쓰시는 것을 보니 금일 중으로 보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안 계시므로

보내드리기는 하여야 할 것 같아 그냥 다녀왔습니다."

"그래 알았다. 앞으로는 전달하지 않아도 되니 절대로 혼자서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라."

"알았습니다. 아버님."

 

진화는 지함의 영특함에 대하여 때로는 걱정이 되지 않는 바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함은 아이들과 어울려 놀 때는 아이답게 잘 어울리므로 그 또한 걱정할 바가 아닌 것이었다.

아이다우면서도 때로는 너무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워서 걱정이 되기도 하는 날들이었다.

이러한 것을 가지고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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