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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67)

by 날숨 한호흡 2008. 3. 19.

 

 

 

진화는 지함이 기운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동막선생으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기운을 알아야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 역시 기운을 알아가면서 새로운 많은 일들을 알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것에 비추어 본다면 지함이 기운을 알고 있어야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을 물어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만약 물어보았다가 아니면 알려주어야 할 것인데 자신이 무엇을 알려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어보았다가 대답도 못하고 말 것이 아닌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물어보지 않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에서 진화가 지함에게 물어보지 않고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함이 기운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진화는 동막선생을 찾아가서 기운에 관하여 더 물어보리라 생각하며 길을 나섰다.

 

그 날 따라 동막선생이 집에 계시지 않았다.

근래 들어 동막선생이 집에 계시지 않는 날이 늘고 있다고 하였다.

이유는 모르겠으되 무슨 일이 있으신 것 같았다.

진화는 동막선생이 가실 곳이 단화산이 아닌가 생각되어 단화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단화산으로 가던 도중 전에 기운이 땅속으로 흘러서 단화산으로 가던 일이 생각났다.

그렇게 많은 기운이 흘러 들어가는 곳이라면 그 기운이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오늘은 동막선생과 무관하게 단화산을 보고 돌아가고 싶었으므로

단화산을 한 번 올라가 보고 돌아가려고 단화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단화산 아래를 들어서자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지며

무엇인가 예기치 않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떠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화는 애써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진정한 후 단화산을 향해 걸었다.

오늘따라 단화산이 멀고 높은 것 같았다.

다른 때는 쉽게 올라가던 길을 오늘은 퍽이나 힘겹게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올라가던 진화는 멀리 정상 가까이 높이 솟은 바위 끝에 희끗한 사람의 모습 같은 것이 보임을 느꼈다.

보이다가 안보이다가 하지만 틀림없이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켠에 앉아 있으면서 옷자락이 보이다가 말다가 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도포자락이 바람에 날리는 것 같았다.

 

'이 추운 날씨에 저곳에 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혹시?'

진화는 동막선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으나 그럴 리가 없다고도 생각하였다.

일전에는 동막선생이 중턱에 올라와 계신 적이 있었으나

저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 계실 만큼 근력이 있으신 분은 아닐 것 같았다.

80이 다 되신 노인이 저러한 곳에 올라가실 일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것이다.

단화산이 언뜻 보는 것처럼 그렇게 만만한 산이 아닐뿐더러

자신도 그 높은 단화산 정상을 거의 다 올라간 곳에까지 올라갈 수도 없을 것 같을 뿐만 아니라

이맘때에 올라갈 생각도 없었다.

궁금한 바가 없지 않으나 오늘은 이만큼에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진화는 단화산 아래로 난 길을 돌아 집으로 향하였다.

 

단화산 옆을 돌아오던 진화는 저 멀리 앞에 누군가가 걸어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한 사람은 동막선생 같은데 또 한 사람은 어른 같지 않게 키가 자그마한 것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진화는 저만치 앞에 가고 있는 그 자그마한 사람이 바로 지함인 것만 같았다.

걸음을 빨리 하여 앞사람을 알아볼 만큼 다가간 진화는

동막선생과 동행하는 그 사람이 바로 지함인 것을 알아보았다.

멀리서 보기에도 지함이 아침에 가지고 나간 그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것이 지함이 분명한 것 같았다.

아무리 보아도 지함이가 확실한 아이가 동막선생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함이 동막선생과 같이 이곳에 있다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둘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진지한 대화를 하면서 주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어찌할 것인가?

아직 저들이 나를 알아보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나타난다면 두 사람의 대화를 방해하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그냥 돌아간다면 저들에게 더 이상 방해될 일이 없을뿐더러

내가 여기에 와 있다가 간 것도 모를 것이 아니겠는가?

진화는 발걸음을 돌리려 하였다.

허나 멀리 앞에 가던 동막선생은 이미 진화가 이곳에 와 있다가

뒤에 따라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지함과 같이 발걸음을 늦추며 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였다.

지함 역시 진화가 뒤에 있음을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화가 옆길로 들어서려 하자 동막선생이 돌아보면서 진화를 부르는 것이었다.

 

"여보게. 어디로 가려 하는가? 이리 오게."

진화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동막선생에게로 갔다.

진화가 다가온 것을 본 동막선생은 진화에게 말을 걸었다.

 

"어쩐 일인가?"

"저는 훈장님을 뵈러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훈장님께서는 어인 일이시옵니까?"

"보면 모르겠는가? 지함에게 천하의 이치를 알려주는 길일세."

"천하의 이치라니요?"

"천하의 이치라는 게 별다른 게 있겠는가? 이렇게 돌아다니며 살펴보다 보면

천하의 이치가 나오도록 되어 있네."

 

진화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예......"

"천하란 것이 원래 둘이 아니고 하나일세. 우리가 보기에 하늘과 땅으로 나뉘어 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인 것이거든. 그것이 하나란 것을 깨닫고 나면 이 세상이 작아 보이는 것이지.

이 세상이 작아 보여야 쉽게 깨달을 수 있지. 자네는 지금 이 세상이 커 보이는가? 작아 보이는가?"

"한없이 커 보입니다."

"그것이 작아 보여야 하는 것이네."

"예...???"

"이 세상은 전부가 아닐뿐더러 우주의 아주 일부이기도 하지.

그 우주의 아주 일부로 존재하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이 또 우주의 전부이기도 하지."

 

저 끝없이 넓어 보이고 있는 이 세상이 작아 보여야 하며, 인간이 또 하나의 우주라니???

진화는 동막선생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 분이 말씀하시는 것이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헌데 도대체 평소의 동막선생과 다른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이다.

진화는 순간적으로 생각해 보았으나 지금 답을 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갑자기 말이 막혀 지함을 내려다보았으나 지함은 빙긋이 웃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웃음의 의미가 알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저 녀석이 아비를 비웃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본래 아비를 비웃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닌 것이다.

 

'저 녀석이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 부분에 관하여 이미 답을 깨우쳤다는 것인가?'

진화는 동막선생에게 문의할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중에 지함과 이야기해 보리라.

 

"훈장님. 오늘은 잘 모르겠습니다. 차차 연구해 보겠습니다."

"그러세. 자네도 이제부터 기운을 연구해 보는 것이 어떤가?"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기운을 모르면 안 되는 세상이 올 것이네.

자네는 그 중에도 특히 기운을 모르면 안될 사람이지."

"예......"

 

무슨 말씀이신 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오늘은 어려운 말씀만 하시는 것 같았다.

전에부터 동막선생의 지식의 깊이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여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더욱 안개 속처럼 짚을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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