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65)

by 날숨 한호흡 2008. 3. 17.

 

 

 

인근에서 지혜가 많기로 이름난 분이다.

이러한 경우에 당하여 그러한 분에게 답을 구하지 아니한다면 누구에게 문의할 것인가?

그러한 분이 지척에 계신데 생각지 못하고 있다니!

자신이 스스로 한심하여 지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실수를 하는 일은 없도록 하여야 할 것 같았다.

그분께서는 답을 주실 수 있을 것이다.

점박이가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생각지 못하고 혼자서 고민하면서

앞으로도 얼마간을 답을 찾아 헤맬 것 아니겠는가?

동막선생을 찾아 뵙고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하여 여쭈어 보는 것이 판단되지 않는 부분에 관하여

속히 해결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었다.

 

가자.

가서 선생께 답을 구하고 그 답에 의해 움직여 보는 것이 나쁠 것이 없어 보였다.

진화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 예의가 아닌 듯 하여 마당쇠를 시켜 일전 떠놓은 꿀을 한 병 챙긴 후

동막선생을 찾아 나섰다.

선생의 서당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한 시각 정도 걷자 선생의 서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화가 서당에 도착하여 선생께서 계시는지 문의하자

어디로 출타하시고 안 계신다고 하는 것이었다.

진화는 다음에 들릴 것임을 전달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단화산 생각이 나서

그 아래로 돌아서 오기로 하였다.

 

단화산을 향하여 가던 중 진화는 멀리 산중턱 바위아래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뜨였다.

언뜻 보면 사람이 아닌 것도 같았으나 자세히 보면 사람이 분명하였다.

'누군가?'

자신이 단화산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 누군가가 단화산에 앉아 있음은

궁금증을 더해주는 문제였다.

진화는 아직 해가 남아 있음으로 그 곳에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산중턱에 올라갔다가 집으로 간다고 해도 저물지 않을 만큼 시간이 남아 있기도 하였거니와

평소 단화산에 올라가 본 적이 없던 진화는 혼자서 올라가는 것보다는 누군가 있을 때 올라가 보면

덜 심심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산아래 샘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신 진화는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사람이 앉아 있던 곳을 찾아보았다.

 

'이곳은 평소 사람이 잘 올라가지 않던 곳이다. 그런데 누가 이곳에 올라와 있단 말인가?'

자신이 신성시했던 이 곳에 누군가가 올라와 있다는 것이 자신하고만 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이 산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거니와

누군지 만나 보아야 만이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서서히 그 곳을 향하여 올라가던 진화는 어디서 본 듯한 사람임을 알고 생각에 잠겼다.

아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라고 이야기를 할 것인가?

자신이 여기를 올라올 일이 없는 사람임은 동네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것 아니겠는가?

헌데 자신이 지금 여기를 올라오고 있음을 본다면 무엇이라고 설명을 하여야 할 것인가?

 

진화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 사람이 있던 곳에 다가가서 보니

바로 동막선생이 앉아 계시는 것이었다.

그냥 앉아 계시는 것이 아니라 가부좌를 한 상태로 눈을 감은 채

깊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진화는 방해가 될까 두려운 생각에 가만히 올라가서 여남은 걸음 떨어진 곳에 앉았다.

잠시 있자 동막선생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게 누구 신가? 어서 올라오시지 않고 무엇을 하시는가?"

 

막상 동막선생의 목소리를 듣자 점박이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점박이가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동막선생께 갔다가 꿈결같이 들었다고 했다.

그 말을 하여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예. 훈장님. 저 진화입니다."

"아. 그러신가? 오셨으면 올라오시지 않고 무엇을 하셨던가?"

"예. 훈장님께서 깊이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생각은 무슨. 그래, 이곳에는 무슨 일이시던가?"

"아. 예. 지나가던 길에 산이 좋아 보여서 올라오던 길이었습니다."

"좋은 산이야 많지. 이 산만 좋던가?"

"그렇긴 합니다만 오늘은 이 산이 좋아 보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시던가?"

"아무 일 없습니다. 그냥 올라왔습니다. 헌데 훈장님께서는 어인 일이신 지요?"

"가끔 산책을 하지. 그런데 오늘은 여기로 왔네. 무고하신가?"

"예. 별일 없이 모든 일이 여일 합니다."

"그래야지."

 

진화는 점박이에게 들은 말이 있으므로 혹시 어떠한 낌새라도 볼 수 있을까 하여

동막선생의 표정을 가만히 살폈다.

하지만 어떠한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한가지 이상한 점이라면 오늘따라 왜 단화산에서 동막선생을 만났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렇게 산에서 선생을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하물며 점박이로부터 들은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선생은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고 계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점박이가 꿈속에서 본 것이 맞는 것일까?

하지만 자신이 궁금해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아셨단 말인가?

점박이가 그것을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점박이가 자신에게 그러한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와서 실없는 말을 하고 갈 만큼 점박이가 평소에 실없는 사람이 아닌 탓도 있었다.

신분이야 그렇다고 치고 그것이 사람의 인격과 동일시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진화였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사실인가? 아닌가?

무엇이 이렇게 판단을 어둡게 하는 것인가?

진화는 이러 저러한 생각을 하다가 말을 돌려서 물어보기로 하였다.

단화산에 대하여 문의하고 선생의 답변을 들으면 어떠한 단서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훈장님. 단화산에 대하여 잘 아시는지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산에 대하여 대충은 알고 있지."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오늘은 이 산이 왠지 좋아 보여서 올라오던 길이었습니다."

"허, 그런가? 이 산은 원래 기운이 좋기로 유명한 산이지. 기운이 말이야."

"산의 기운이라니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 지요?"

"산의 기운이란 이 산이 가지고 있는 힘을 말하는 것이지.

산의 힘이란 우리가 일견 보기에는 나무와 풀이 얼마만큼 자라는가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기운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느껴지는 바가 있지."

"예...???"

 

진화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일전 본 것이 있었으므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였다.

자신이 본 것이 기운이라면 그것을 사람이 느낄 수 있단 말인가?

느낀다면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것인가?

또 느끼고 안 느끼고의 차이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산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기운을 느끼는 것의 시초를 말하는 것이지.

산 기운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가 태어난 이 땅의 기운을 느끼는 것으로서

우리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땅의 기운을 받아서 태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왜 기운이 궁금하던가?"

"예. 말씀을 듣자하니 퍽 이나 궁금해지는 것이 있사옵니다."

"그렇던가? 자네는 기운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없던가?"

"예. 훈장어르신."

"기운이란 참으로 오묘한 것이어서 이 세상을 이루어 가는 모든 것이 사실상 기운이라고 할 수 있지.

기 철학적 관점에서 논한다면 모든 것은 기로 이루어져 있고, 기로 움직이고 있지.

기가 아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기가 아니면 어떠한 일도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

"???"

"기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이며, 기를 떠나서는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지.

자네는 기에 대하여 아직 잘 모를 것이나 지함이는 잘 알 것이네."

"지함이가 어떻게 안단 말씀이시온지요?"

 

 

 

 

'1. 선계수련 교과서 > 소설 선(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仙 (067)  (0) 2008.03.19
소설 仙 (066)  (0) 2008.03.18
소설 仙 (064)  (0) 2008.03.16
소설 仙 (063)  (0) 2008.03.15
소설 仙 (062)  (0) 2008.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