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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60)

by 날숨 한호흡 2008. 3. 12.

 

 

 

처음에는 천천히 돌던 용은 점차 속도를 빨리 하면서 돌기 시작하였다.

이리 저리 돌던 용은 동서남북을 이리저리 돌더니 갑자기 아주 작은 용 수천 마리로 변하여

이 세상의 만물들 사이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마치 모기와도 같은 작은 모습의 용 떼였다.

그 중의 몇 마리는 진화가 앉아 있는 주변의 나무와 풀들, 그리고 땅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들이 들어간 곳에 있는 나무와 풀은 갑자기 싱싱한 모습으로 변하여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기운이 충만한 모습이었다.

 

진화는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심호흡을 하였다.

심호흡을 하자 이 세상의 공기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공기분자가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심호흡을 서너 번 하자 머릿속이 시원해지며, 예전에 보았던 그 글귀들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 글귀를 보는 순간 진화는 이것이 사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보라.

하늘에 있는 기운이 너로 하여금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다만 너의 뜻을 이루는 것은 네가 아닌 지함일 것이니 지함을 잘 키워 속세에 빛이 되도록 하라.

그렇다면 내가 이러한 경우를 맞이하는 것이 지함을 잘 키우려는 하늘의 뜻 때문인가?

지함이 무슨 인연으로 내게서 태어난 것인가?

그 애가 태어날 때부터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더니 역시 하늘의 뜻으로 내게서 태어난 것이며,

요즈음의 일 역시 그러한 것을 하나 하나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있는 일일까?

그런 것 같았다.

 

한참 떨어진 곳에 있던 다른 바위의 글귀가 생각났다.

큰 일은 하늘의 일이며, 인간의 일이 아니니 인간의 일로 풀려하지 마라.

인간의 일인 것 같아도 하늘의 일인 것이며, 하늘의 일인 것 같아도 인간의 일인 것이니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인 것이니라.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하늘의 일이란 말인가?

인간의 일이란 말인가?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 것인가?

판단이 어려울 때는 하늘의 일로 생각하여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

하늘의 일로 생각하자.

하늘의 일이라면 내가 할 일은 별로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늘의 일이라고 해도 인간이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나의 일은 하늘의 일을 할 지함을 잘 키워서 하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 아닌가?

진화의 판단은 옳은 것 같았다.

하늘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일을 충실히 하여야 할 것이며,

인간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늘의 뜻을 잘 알아야 할 것이었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 진화는 심호흡을 한 번 하였다.

심호흡을 하자 몸에서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호흡을 하는 것이 힘이 나게 하다니?

진화는 연이어 심호흡을 서너 번 하자 더욱 힘이 솟아나는 것이 아닌가?

심호흡과 기운의 증가가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평소 기운이 넘칠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기운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었던 진화는

이렇게 좋은 기운이 있을 때 심호흡을 좀 더 하고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작고 평평한 바위가 있어 그 바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진화는 기지개를 한 번 한 뒤 본격적으로 심호흡에 들어갔다.

심호흡을 하면 할수록 기운이 들어왔다.

기운이 강해지면서 머리가 맑아져왔다.

머리가 맑아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며, 이러한 것들이 머릿속을 가볍게 하였고,

한편에서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였다.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자꾸 떠올라왔다.

생각나는 것들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생각나는 것들이 점차 소급하여 들어갔다.

며칠 전으로부터 몇 개월 전으로, 다시 몇 년 전으로 소급되었다가 십여 년 전으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친구에게 놀러가다가 만났던 그 이상한 세계도 다시 보였으며 그 처녀도 거기에 있었다.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였다.

예전에 서당에서 글을 배울 때의 광경이 아주 생생히 떠오르기도 하였으며,

스승으로부터 혼나던 기억까지도 바로 앞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지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생생하였다.

자신이 그 현장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진화는 모든 것을 잊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기억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한참을 생각하자 지함이 태어날 때의 일들은 물론

때로는 아주 어렸을 적에 겪었던 기억들이 살아나는 것들도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겪었던 기억들도 있었으며, 어머니가 자신의 기저귀를 갈아 채우시는 장면도 보였다.

그러한 장면을 보면서 왜 더 효도를 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계시지 않는 분들이었다.

어쩔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라면 앞으로 만나 뵐 수 있는 분들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앞에 보이고 있는 부분들이 너무나 생생하여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손을 내밀면 잡힐 정도로 가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만지려면 만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생생할 수가!'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앞에 보이고 있는 세계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혼란스런 가운데 점점 앞에 보이고 있는 공간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혹시 위험한 것은 아닐까?'

허나 나 자신의 기억에 관한 일인데 위험할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할 것인가.

나에 관한 일이다.

나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할 것인가?

 

'참으로 이상한 일도 다 있다. 어찌 요즈음은 이러한 일들이 다 일어나는 것일까?'

자신의 앞에 보이고 있는 것들을 보아나가던 중

때로는 언제 보았는지 모르는 것들도 생각나는 것들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들은 나에 관한 부분이 아닌 것 같았다.

언제부터 이러한 기억들이 나에게 있었던가?

그러나 생각을 더듬어 보자 자신의 일이었으나 타인이 보는 시각이었다.

타인의 시각으로 자신을 보는 것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럴 수도 있는 것인가?'

이상한 일이었다.

나에 관한 모든 것들이 보이고 있었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나가다가 더욱 나가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기억이 나는 대로 생각을 더듬어보기로 하였다.

인간의 힘으로 더듬어 나가는 기억인가?

신의 영역을 더듬어 들어가는 것인가?

진화는 더 이상의 생각을 하지 않고 이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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