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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57)

by 날숨 한호흡 2008. 3. 9.

 

 

 

그렇다면 보이지도 말아야 하였다.

어차피 인간에게 한정된 것만 보여줄 바에야 모든 것을 감추어 놓을 것이지

일부만 보여서 감질나도록 하는 것이 신의 일이란 말인가?

이 세상에 신의 영역이 아닌 것은 무엇이 있을 것인가?

전부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은 신의 영역에서 온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 역시 신의 영역에서 온 것일진대 왜 인간은 신의 영역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일까?

신의 영역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이 필요한 것일까?

 

'신의 영역.'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넘볼 수 없는 신성한 것인가?

진화의 머리 속에는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이렇게 빨리 이렇게 많은 생각이 지나가는 것도 별로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갑자기 머리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소리를 내며 빨리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러한 속도로 생각을 계속 할 수만 있다면 신의 영역에서 보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의 영역에서 보내는 소리는 어떠한 소리일까?

아마도 인간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더 없이 황홀한 소리일까?

아니면 우리가 보통 듣는 소리일까?

 

진화는 인간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음에 대하여 놀라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있음은 진정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것은 나의 힘인가?

아니면 다른 어떠한 힘에 의한 것일까?

진화는 자신이 빛을 따라오는 사이 어떠한 힘이 자신을 끌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힘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자신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이 자신을 이 개울가에까지 끌어온 것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렇게 빨리 달려왔다면 숨이 가빴을 것이었다.

헌데 지금은 숨도 가쁘지 않게 이 길을 온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다른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이러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동안 아무런 생각도 없이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서서히 넘어가는 것 같았다.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문득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빛이 점점 어두워지다가 희미해지더니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진화가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사이 빛이 사라지고 다시 어둠이 깔려 있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진화는 가만히 개울가에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 내가 본 것이 맞는 것일까?

이곳에 와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무엇인가를 보고 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빛을 보고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빛은 나에게 무엇일까?

무언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 같은 힘을 느꼈다.

그 힘은 어떠한 원리로 작용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남철처럼 자신을 당겼던 것이다.

그 힘에 의해 이렇게 끌려오지 않았던가?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을 그렇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물체도 자석이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것을 본 적은 있었지만

사람을 이렇게 끌어당기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상한 것은 무엇인가?

그 빛이 자신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다.

그 빛은 무엇일까?

그 빛이 나를 이곳으로 끌어당긴 것일까?

그리고 이곳은 전에 한 번 이상한 경험을 하였던 바로 그곳이 아닌가?

이곳에서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은 없지만 어쨌든 그 때는 그랬었다.

그 때의 경험은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자신을 이끌었던 것이다.

아니 잊기는커녕 점차 새롭게 자신의 기억 속에 살아나는 것이었다.

그 때의 그 일과 지금의 일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생각을 마냥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날이 샐 것이고, 날이 샌다면 잠옷으로 이곳에 서 있는 자신을

동네사람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

집으로 가자.

진화는 서서히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면서도 진화는 그 빛이 자신에게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 생각을 거듭하였다.

하지만 알 듯 말 듯 하면서도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이었을까?'

어떠한 뜻을 전달하려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것 같다는 인상을 강렬히 받았으나 그 내용이 파악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번 문제 역시 쉽게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도 또 하나의 어려운 숙제를 가지고 가는 구나.

그렇다고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일이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음에도 모든 것이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더욱 이상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일이 거듭 일어났음에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다니?'

집으로 돌아오자 아직 어둠 속이었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진화는 방으로 들어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꿈결에 또다시 방이 밝아져 왔다.

'하루 밤사이에 무슨 일이 두 번씩이나 생기는 것인가? 도대체 알 수가 없구나.'

진화는 일어나 창 밖을 보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었다.

밤하늘에는 별들만 총총 떠 있는 것이었다.

착각이었을까?

진화는 이불을 덮고 누웠다.

그런데 눈을 감자 방이 밝아져 오는 것 아닌가?

눈을 뜨자 다시 어둠 속이었다.

진화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또다시 밝아오는 것이었다.

 

'이 모슨 조화인가?'

진화는 실눈을 뜬 채 가만히 이 느낌을 살펴보았다.

방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렇다면 이 빛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

밝은 곳이라고는 아무 곳에도 없지 않은가?

'무엇이 이렇게 눈을 밝게 보이도록 하는 것인가?'

진화는 가만히 이 빛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 살펴보았다.

'아마도 나의 가까운 곳에 눈을 감으면 비치고 눈을 뜨면 보이지 않는

도깨비 불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누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조물주일까? 아니면 악마일까?'

헌데 느낌으로 보아 악마 같지는 않았다.

진화는 가만히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날은 잠이 늦게 들었으나 그렇다고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나서 마당을 돌아보고 세수를 한 후 들어왔으나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랬듯이 피로감이 없었다.

오히려 더 정신이 맑고 기분이 상쾌하였다.

진화는 전에 보던 점성술 책을 펴들었다.

하늘에 있는 별들의 그림이 나와 있었다.

전에 볼 때는 무심하게 보던 내용이 오늘은 왠지 속속들이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마치 그림이 아니고 실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림이 이렇게 보일 수 있는 것인가?'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뒤에 있는 별자리가 보이는 듯 하였다.

진화는 밥을 먹는 것도 잊고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러한 것을 천서라고 하는 것일까? 마치 인간이 만든 책으로는 보이지 않는구나.'

책을 덮으면 다른 책과 같음에도 열고 보면 다른 책과는 달리 하늘이 들여다보였다.

 

'하늘.'

언제부터인가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 단어였다.

인간이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무슨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 하늘.

그 하늘이 이 책 속에서 보이는 것이었다.

하늘이 보인다는 것은 이제 하늘을 공부하여도 된다는 뜻일까?

하늘을 공부하여서 무엇을 할 것인가 만은 하늘을 공부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든 하늘은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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