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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55)

by 날숨 한호흡 2008. 3. 6.

 

 

 

하늘이 어찌 땅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땅과 하늘은 결코 둘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어찌 이 천하가 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나의 원리로 움직이는 것일 것이다.

허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였다.

이제는 생각이 점차 혼란스러운 경지에 와 버린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혼란스럽자 아무 것도 아닌 것도 혼동스러워졌다.

 

일상생활에서 판단의 여지가 없는 것조차 헷갈리는 것이다.

분명히 갑돌이의 집으로 가려고 나서서 가다 보면 엉뚱하게도 주막으로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글씨를 쓰려고 먹물을 찍다가 방바닥을 붓으로 찍어서 먹 자국을 닦아낸 적도 있을 정도였다.

생각이 한 번 잘못 들어서자 무엇이 잘못 돌아가는 것 같았다.

분명한 것을 두고 이렇게 헤매는 것일까?

아니면 분명하지 않아서 이렇게 헤매는 것일까?

너무나 분명한 문제이나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여 불분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땅과 하늘.'

이러한 주제를 놓고 고민을 한 사람이 이전에 많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사람들의 지혜를 빌린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지혜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그 지혜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책밖에 없는 것 같았다.

허나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이 동네나 인근에서는 그러한 학문에 관하여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천자문에 나온 몇 자와 주역에 나온 것 이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길은 있으되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 길을 지금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길만 찾는다면 이 세상을 움직이는 그 무엇인가를 알 것만 같았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어떤 힘.'

그 힘을 알고 나면 무엇을 어쩔 것인가?

그 힘을 안다고 해서 자신에게 바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것은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마음이 정리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지금 당장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의식주가 해결된다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아직 마음이 고파 본 적은 없었다.

지금은 마음이 고픈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이 갈구하는 것을 흡족히 채워줄 수 없기에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것이다.

남들이 보면 누구보다 현명한 아내와 아들 지함, 존경받던 선친.

그런 대로 생활에 불편이 없을 만큼의 재산.

아주 내세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그런 대로 갖추고 사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마음이 고파서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쉽게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한 길을 쉽게 찾으려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도 있었다.

 

어찌 그러한 진리의 길을 쉽게 찾으려 한단 말인가!

그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인지도 몰랐다.

하늘의 길을 쉽게 찾으려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었다.

하늘과 땅의 일에 관하여 알고 싶어하는 것이지만, 하늘과 땅의 일이 아니라

그것은 모두에 관한 일일 수 있었다.

모두에 관한 일.

이 동네 사람은 물론이고 이 나라, 이 민족, 이 겨레의 일이라......

알고 난 이후의 일은 알고 나서 걱정하여도 될 일이었다.

우선은 알지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의문은 모든 사람들이 속으로는 거의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잊어먹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었다.

헌데 자신은 그것이 안 되는 것이었다.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알고 나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일단 해보자.'

진화는 우선 어떻게 하여야 하늘과 땅을 알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주변에 있는 하늘과 땅에 대한 책을 수집하여 읽었다.

하지만 책을 쓴 사람도 무엇을 알고 썼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책을 쓸 때는 무엇이든 알고 썼을 것 아니겠는가?

아마도 숨은 많은 뜻이 있을 것이다.

진화는 천자문을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천자문.'

이 책은 무서운 책이었다.

자신은 지금까지 이 책이 무엇을 적어놓은 것인가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었다.

한학은 하였으나 그저 초입에서 읽고 넘어가는 것으로만 알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었다.

헌데 지금 다시 보니 이 한 권의 책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지식이라면 우주를 연구함에 충분할 것 같았다.

단순한 내용 속에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이 정도의 내용을 충분히 알고 나면 더 이상의 것이 필요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에 관한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잘 유추하면

더 이상의 것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을 뽑아낼 것인가는 우선 이것을 공부하고 난 후 생각키로 하였다.

많은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순한 것을 깊이 있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진화는 밤을 새우며 천자문을 수천 번도 더 읽었다.

아마도 만 번은 읽은 것 같았다.

이제는 무엇인가 이 책에 들어있는 내용을 알 것 같았다.

천자가 갑자기 한자가 되었다가 다시 천자가 되었다가 이번에는 수만자가 되는 것이었다.

눈앞에서 책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외우고 있는 것이었으나 더 깊은 내용을 알아보기 위하여 계속 읽어 넘어가고 있었다.

 

밤낮으로 천자문을 읽어나가는 세월이 벌써 두 달째 계속되고 있었다.

눈앞이 침침해져 왔다.

진화는 불을 끄고 앉아서 눈을 감고 계속 내용을 외웠다.

무엇이 눈앞에 있는 듯 하였다.

그러나 눈을 뜨고 보면 아무 것도 없었다.

진화의 생각이 천자문에 아주 깊이 집중되고 있었다.

이제는 천자문을 쓴 사람이 보았던 그 무엇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겨우 몇 달만에 어찌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단 말인가?

그 사람의 생각은 깊고도 깊었을 것이다.

이렇게 한문 몇 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그 분이 만드신 책 중에는 다른 내용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우둔한 중생들에게 진리를 가르치시고자 내용을 줄여서 이 책을 다시 만드신 것은 아닐까?

진화는 천자문을 외우는 틈틈이 이 책의 어원에 대하여도 생각을 하여 보았다.

겨우 천자임에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우주에 대한 전체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깊은 것이었다.

아마도 천자문을 수만 번 읽고 나면 그 진리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진화는 계속 천자문을 읽었다.

어느 날인가 저녁을 먹은 후 다시 천자문을 암송하고 있자 감고 있는 눈앞이 해가 밝아오듯이

서서히 훤해지고 있었다.

진화는 눈을 감고 계속 천자문을 외웠다.

이러한 일은 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고 계속 암송을 해 나갔다.

하지만 눈앞이 밝아오는 정도가 전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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