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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56)

by 날숨 한호흡 2008. 3. 7.

 

 

이번에는 상당한 밝기로 밝아져 오고 있는 것이었다.

무엇인가 실체가 드러나려 하는가?

천자문으로 우주의 이론을 밝혀볼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살고 있는 이 땅과 하늘의 관계를 명확히 해 볼 수 있을 것인가?

어쨌든 진화는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진 이상

행동화에 들어감에 주저함이 없었다.

이제는 누구를 위하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땅과 하늘에 대하여 밝혀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나는 이것을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진화는 다시 천자문을 암송하였다.

하지만 눈앞이 너무 밝아오자 눈을 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눈을 뜨려하자 전에 나타났던 것과 같이 눈을 감고 있는 것 때문에 발광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눈을 뜨려하는데도 계속 빛이 비추고 있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나?

잠이 들은 사이 날이 밝은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저녁을 먹은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날이 밝는단 말인가?

아무리 내 감각이 둔해졌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닐 것이었다.

아마도 너무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보니 어쩌면 헛것이 보이는 것은 아닌가?

진화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헌데 아무래도 그러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앞에 보이는 밝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이것이 무엇일까?

태양을 제외한 어떠한 것도 아직 이렇게 밝은 것을 본 적이 없다.

무슨 조화인가?

생각을 좀 하였다고 이렇게 밝은 것이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엊그제도 보이기는 하였으나 이렇게 밝지는 않았었다.

더구나 전에는 눈을 뜨면 아무 것도 없었으나 지금은 눈을 떠도 눈앞에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상한 일이었다.

야밤에 무엇이 이렇게 빛을 내고 있단 말인가?

진화는 전에도 한 번 헛것 아닌 헛것을 보아서 남에게 이야기도 못하고 있질 않은가?

다녀온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무엇이고 어떠한 일을 하는 곳인가에 대한 해답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엇이란 말인가?

눈을 뜨고 보자 창밖에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한쪽 창은 밝고 한쪽 창은 어두워서 밤인 것은 분명하였다.

등불도 아닌 것이 이렇게 밝다니?

'무엇인가 나에게 전할 일이 있어서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진화는 창을 열기 전 하인을 불러서 함께 내다 볼 것인가 생각하기도 하였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혼자서 내다보려니 약간 두려움이 들기도 하였으나

그 두려움은 자신의 내부에서 솟아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외부에서는 어떠한 위협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혼자서 내다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진화는 가만히 창문을 열었다.

 

창밖에는 달이 떠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보던 달이 아니었다.

크기도 크려니와 그 밝기에 있어 해를 능가하는 밝기였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창문을 완전히 열고 내다보자 빛이 약간 바래는 것 같으면서도 크기는 더욱 커져갔다.

가만히 보니까 빛이 바래는 것이 아니라 밝은 미색에서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내다보아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대단한 크기였다.

뒷산을 가리고도 남을 만큼 큰 빛의 덩어리였다.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빛!'

저 대단한 빛이 어디에 숨이 있었단 말인가?

태양보다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은 강렬한 빛의 덩어리가 산 위에 떠 있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장관이었다.

점차 아래로 내려가면서 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나 혼자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뒤를 돌아다보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 밤중에 이렇게 굉장한 빛이 떠 있었다면 다른 사람들이 못 볼 리가 없다.

내일이면 동네에서 어젯밤 본 것을 가지고 난리가 날 것이다.

아마도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붉은 빛은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것으로 생각하나 대부분 흉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저나 저렇게 큰 빛의 덩어리가 어디에 숨어있었단 말인가?'

점차 해가 지듯이 빛 덩어리가 산 위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은 밝았으나 다른 곳까지 빛이 비추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빛이 있는 곳 주변만 밝을 뿐이지 다른 곳은 어두운 채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해가 떴을 때는 주변이 모두 밝았다.

하지만 이 빛은 선택하여 빛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과 빛 덩어리까지의 중간지역만 밝고 다른 곳은 전부 어두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분적인 조명이라니?

그것도 공중에 떠 있는 상태 하에서 일부만 비추다니?

 

진화는 당시의 기술수준에 대한 이해밖에 없었으므로

현재의 헤드라이트처럼 한 방향으로만 빛을 보낼 수 있는 장비가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

빛이 점점 내려가서 절반정도만 보이고 있었다.

진화는 그 빛을 향하여 신발도 신지 않고 달렸다.

아마도 오늘 보지 못하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빛인 것 같았다.

의외로 빛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아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빛을 잡아서 어떻게 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다.

빛이 1/3정도 산 위로 걸려 있었다.

산 위에 걸려 있는 빛은 한결 더 붉은 빛이 나고 있었다.

다가가면서 보니 이글이글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빛은 무엇인가 진화에게 이야기할 것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어떠한 물체에 자신의 의사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받은 일이 없었다.

헌데 지금 그러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누구의 사자인가?

다른 의사결정체를 대신하여 무슨 뜻을 전하려는 것일까?

진화는 한참을 달려갔으나 그 빛을 따라 잡지 못한 채 멈추어 섰다.

주변을 돌아다보니 전에 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 건넜던 그 개울 옆이었다.

저 멀리 빛이 지고 있었다.

 

'더 갈 것인가? 그대로 보낼 것인가?'

어찌하면 저 빛이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인가?

귀가 있어도 쓸 곳이 없음이 답답하였다.

어떠한 귀를 가진다면 저 빛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인가?

보통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말을 저 빛은 하고 있었다.

저 빛으로부터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다는 것은 어떠한 것으로부터의 말도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능력은 유한한 것이었다.

이렇게 유한한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저 빛은 아마도 신의 영역에 있는 것 같았다.

신의 영역은 인간으로서는 영원히 넘볼 수 없는 것인가?

신은 누구인가?

신의 영역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가?

지금 내가 본 저 빛이 신의 영역에서 온 것이라면 인간에게 보이는 것만 가능한 것일까?

아닐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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