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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53)

by 날숨 한호흡 2008. 3. 4.

 

 

 

지함이 본 것은 정확한 것이었다.

점성술에 대하여 알았다면 이 아이가 다른 무엇인가를 더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번 물어보아야 할 것 같았다.

 

진화의 생각은 절대로 이 아이가 그냥 있을 아이가 아니며

그렇다고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아이도 아니므로 마음놓지 못할 것은 없었으나

무슨 생각인가를 하면서 있을 것 같아 궁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하기 전에 물어볼 일은 아닌 것 같았으므로 좀 더 참기로 하였다.

어쨌든 무엇인가를 본 것 같았으며, 그 본 것이 정확한 것이라면 언젠가 사용할 곳이 있을 것이었다.

이야기를 하고 안하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세월이 흘렀다.

언제나 다름없이 모든 것들은 변해가고 그 변한 것들을 가지고

또 사람들은 남은 세월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어느 덧 진화는 점점 어른이 되어갔으며,

동네에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었다.

한학(漢學)에 열중하면서 진화의 학식은 깊어져 갔다.

 

열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함의 이 세상을 보는 안목에 오히려 진화가 자극을 받을 정도였던 것이다.

남들은 자신들이 모르고 있는 것까지 진화가 무엇이든 전부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진화는 사실상 속으로는 점차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하여 궁금증만 더해가고 있었다.

그 궁금증이란 다름 아닌 이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한 것이었다.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유지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꾸만 변하여 가는데 이 변화하는 모든 것들은 어떠한 일정에 의하여

변하여 가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는다.

늙어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월의 흐름을 거부하고 자신의 현재 위치를 고정시킬 수 없다면

함께 흘러가면서 무엇인가 얻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었다.

그 얻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내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며,

내가 무엇인가를 알고 나서 두 번째 질문을 던질 생각이었다.

 

그 대상은 바로 천지의 자연이었다.

이 자연이 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인가?

자연과 통할 수 있는 언어가 따로 있을 것이었다.

인간의 언어로 한들 자연이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인가?

언젠가 친구네 집에 가던 중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는 무슨 일로 그러한 일이 생겼단 말인가?

그냥 생긴 일은 아닐 것이었다.

무슨 연유가 있어서 나에게 그러한 일이 생긴 것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이상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곳이었다.

당시의 모든 일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대단한 곳이었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의 시간은 왜 멈추어 있었던 것일까?

시간을 멈추어 놓았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멈추었던 시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일까?

진화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 해답을 풀기 위하여 다시 한번 그곳을 방문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곳을 방문한다는 것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뿐만 아니라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지 않는가?

전에도 그 개울을 건너서 사람들을 만나고 왔건만 그 때는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러한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요즈음은 책을 보아도 무엇인가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뒤숭숭한 것이 다른 생각들이 자꾸 생각을 어지럽혀

한가지 생각이 지속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었다.

때로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다른 생각이 떠올라

한가지 생각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편이었다.

 

모든 것이 싱숭생숭하였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었으나 세상이 달라지는 것에 대하여 전에는 무심하게 넘어갔었으나

요즈음은 왜 이리도 마음이 어수선한 것인가?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내가 무슨 정신적인 방황기에라도 든 것일까?

진화는 모든 것이 때가 되면 생각이 나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무슨 때가 되어서 그러한 생각이 나는 것일까?

때가 되었다는 뜻일까?

때라면 무슨 때가 되었다는 뜻일까?

 

진화는 책을 읽다말고 책상에 턱을 고이고 생각에 잠겼다.

요즈음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무엇인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어떤 답을 알아내어야 이러한 상태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인가?

전에는 자신에 대하여 불안한 경우가 없었다.

아주 잘 났다고 할 수는 없어도 그런 대로 남에게 실수는 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상당히 신뢰하고 따르는 편이었다.

진화의 말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함부로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자신이 터무니없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 원인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진화는 자신도 모르는 그 무엇인가가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결론을 내고도 진화의 표정을 살펴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며 진화의 동의를 묵언 중에 구하고는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레 자리잡히면서

진화가 나름대로 동네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여오고 있지 않았던가?

그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었다.

인근의 동네에서도 진화의 신뢰는 확고해 진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한 신뢰는 진화의 예지력 때문이었다.

인간의 가까운 미래는 물론, 어려운 일에까지도 가끔 지혜를 빌려주는 진화 앞에

동네 사람들이 마음의 무릎을 꿇은 것이 그 중요한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인가?

이 대자연과 세상에 대하여 내가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것들이 이렇게 된 연유는 어디에서 발원하는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별로 필요 없는 질문에 자신이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한다고 해서 생활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는 확신이 없었다.

누구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력 싫어하는 성격 탓이기도 하였지만

진화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도 어떠한 대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나의 성격상 어떠한 것을 알아내도 실질적으로 나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렇다면 남들이 하지 않는 것 중에서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되는 것을

내가 하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실리를 챙김에 도움이 되고 아니고는 알 바 아니다.

나의 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나에게 설령 약간의 손해가 난다고 해도 타인에게 그 이상의 도움이 간다면 하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인간의 힘에 대하여 진화는 새삼 강력한 그 무엇을 느끼고 있었다.

 

"인류"

단순한 인간 하나 하나가 아니고 인간들이 모인 집단인 인류는 인간들 한 명 한  명이 모인 것보다

그 영향력이 더욱 컸다.

그러한 영향력을 가지고 인류는 지구를 자신들만의 별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지구에 대하여 진화가 생각한 것은 근래의 일이었다.

진화는 지구가 전 우주에서 가장 크고 발전한 천체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지구가 천체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지구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별이란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으나

그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다른 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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