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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52)

by 날숨 한호흡 2008. 3. 3.

 

 

"낭자! 낭자! 잠깐만......"

진화는 애타게 불렀으나 이미 상대방에게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무엇인가 진화를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

옆에 자고 있던 처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무슨 꿈을 그렇게 꾸시옵니까?"

 

"아무 것도 아니오."

진화는 전신이 흠뻑 젖어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였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가운데 지금은 현실 세계에 와 있으나

조금 전까지의 모든 것들이 꿈만은 아닌 것 같았다.

처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을 가까스로 재워놓고 진화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처의 걱정은 땀을 많이 흘리는 것에 대하여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정도였으므로 진화가 이해시키기는 쉬웠다.

허나 그러한 것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다녀온 곳은 꿈속에서 본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꿈속이었지만 시간이 흐르지 않음으로 인하여 속세의 시간이 정지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하여

문득 생각을 하였던 것이 기억났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을까?

깜깜한 밤중인 것으로 보아 자신이 잠들었었던 그 시간이 길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도 서너 시각(한 시간 정도)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자신이 느끼기에는 며칠은 흐른 것 같았다.

이곳과 시간의 흐름이 그렇게 달랐었다.

하긴 해가 지지 않는 곳이었으니 시간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진화는 잠을 못 이루고 뒤척뒤척했는데 어느새 날이 밝았다.

거의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피곤한 것은 아니었다.

몸 전체가 시원한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다른 때 같으면 그토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으면 약간은 피곤할 것인데...'

진화는 그날 이후로 다시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설레임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가끔 있었다.

하지만 다시 그러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서너 달이 지나 진화는 다시 그 친구를 만나러 다녀왔으며, 그 개울을 건너며 자세히 살폈으나

아무런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상하다. 이 무슨 조화인가?'

이렇게까지 전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다니?

자신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곳이 분명하기는 하였다.

허나 다시 보아도 종전의 그 부분을 발견할 수 없었다.

물 속을 보아도 모든 것이 바로 보였으며 물도 평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진화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전에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곳이었다.

사실은 꿈속이었는지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그곳은 바로 또 하나의 현실세계였으며, 절대로 꿈속에서 지나친 곳이 아니었다.

서너 달이 지났건만 속세의 어느 기억보다도 생생하게 머리 속에 살아있는 것이었다.

현실세계에서 어제 겪은 일도 그렇듯 생생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을 정도로 생생한 것이었다.

꿈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에 꿈속에서 본 것들은

깨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던 것인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를 않은 것이다.

 

'참 이상도 하지.'

진화에게는 요즈음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혼자 있으면 무슨 말인가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나이 살 깨나 먹어서 정신이 이상하다는 말을 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이상한 것은 분명하였다.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나서 그렇듯 이상한 일을 겪어본 적도 없거니와

이번에 겪은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생하여 도저히 기억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이러다가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다.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기억이 생생해지며,

사리판단이 더욱 정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이라고 해서 판단에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 다녀오고 나서는 매사가 조심스러워지고 세밀해졌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여야 할 것인지 스스로 설명이 되질 않았다.

다른 누구에게 그러한 말을 한다고 해서 믿어줄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랬다가는 아마도 자신만이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혹시 누군가가 그 비슷한 이야기라도 한다면 그때 가서 나도 그러한 경험이 있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누가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한다는 것은 스스로 이상한 것을 자인하는 것 같아 참고 있었다.

다른 비밀 같으면 참고 있다는 것이 답답함 그 자체였을 것이나 이 일에 대해서는 답답함이 없었다.

그것도 이상한 것 중의 하나였다.

 

자신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인가?

나의 어디가 어떻게 변한 것일까?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어쨌든 좋은 비밀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수 있었다.

진화는 자신이 퍽 낙천적으로 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요즈음 들어 매사에 느긋해진 것이다.

전에는 다소 급한 성격이었으나 근래 들어 퍽 느긋해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 일 이후로 나의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아.'

진화는 모든 일에서 느긋해지고 대범해진 자신이 대견스러워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곳에 다녀온 것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어쨌든 모든 일이 즐겁고 신나는 가운데 세월이 흘러갔다.

가족들은 모두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으며, 매사가 걸림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 역시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 가운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진화의 가정에 즐거운 일이 하나 있는 것은 바로 진화의 아들 지함이

영리하기가 진화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았으며 알은 것에 대하여 조금도 자랑하거나 뽐내는 법이 없었다.

때로는 아이들의 소견으로 뽐내는 일이 있을 것 같았으나

전혀 그러한 일이 없는 것이 또한 신통한 일이었다.

아이의 행동인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어른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궁리 또한 어른스러워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부모가 지함이 할 일을 잘 챙겨서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잘하였기 때문에

모든 일이 순탄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진화가 지함이 신통하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의 신통함이 아니었다.

이 아이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것이었다.

하루는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가

혼잣말로 조만간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아이가 할 소리가 아니었다.

서당에 다니는 나이의 아이가 알면 무엇을 알아서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어른스러운 소리를 한단 말인가.

진화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진화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들어와서는 지함을 방으로 불렀다.

 

"얘야. 아까는 무엇을 본 것이 있더냐?"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네 혼자 말로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아직 잘은 모르겠사오나 서쪽 하늘에서 큰 별이 지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사옵니다.

그 별이 지는 모습을 보니 서남쪽으로 내리 꽂히다가 다시 동쪽으로 올라가서는 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북쪽에서 누가 처내려와서 중국에 내란이 난 것 같으며,

내란 중에 무슨 변고가 있었던 것 같사옵니다.

별빛이 아주 붉은 색이 날뿐더러 흐르는 중간에 끊김이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으며 황제의 신상에 변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네가 별을 보고 그것을 어찌 안다고 할 수 있겠느냐?"

 

"일전에 점성술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하늘을 보며 별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러한 일을 발견하여 생각을 해 본 것이옵니다."

 

"혹시 누구에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해라. 잘못하면 큰 일 나느니라."

 

"예. 알겠습니다.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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