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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59)

by 날숨 한호흡 2008. 3. 11.

 

 

 

전에는 그곳을 갔을 때 물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고 난 후 그 일을 겪었던 것을 생각해 내었었다.

다시 한 번 그곳을 가보는 수밖에 없다.

 

가자.

가서 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개울을 향해 가던 중 산 아래를 지나가던 진화는 평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임을 느꼈다.

땅속으로 무엇인가 아지랑이 같은 것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땅속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오늘 땅속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으나 무엇인가 흘러가는 것만 또렷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투시가 되는 것인가? 볼 수 없었던 부분이 보이다니? 그리고 저 땅속을 흐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땅속으로 한참을 내려간 곳에 맑은 물과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으나 물은 아니었다.

 

'저것을 무엇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아무래도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기운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 흐르는 기운의 줄기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근방에서는 큰산인 왕망산 위에서 내려와서

동네의 밭 한가운데를 지나 개울을 건너가고 있었다.

때로는 깊게 때로는 얕게 흐르고 있으며 그 기운의 양이 상당히 되었다.

엄청나게 굵은 구렁이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저렇게 많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저것이 기운이 아니고는 다른 것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땅속으로 평소 보이지 않던 기운이 흐르고 있는 것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인 일인가? 기운이 흐르는 것이 보이다니? 또 무슨 일이 생기려고 하는 것일까?'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것이 나의 눈에만 보이는 것일까?

그 기운이 흘러가는 곳을 가만히 보자 저 멀리 단화산 위에서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맑은 하늘에 구름이 끼듯 하늘이 서서히 기운으로 덮여가고 있었다.

옅은 회색의 기운은 점점 서쪽하늘을 덮다가 동쪽으로 남쪽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상하다.

땅속의 기운이 왜 하늘로 솟아오르며, 또 그것이 바로 올라가지 않고 하늘에서 저렇게 퍼진단 말인가?

아무래도 저 기운들이 범상한 기운이 아닌 것 같았다.

하늘에서 퍼져나가던 기운들이 위로 솟아오르며 하나의 형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았다.

 

'무엇인가?'

기운들이 뭉치면서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용들이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

기운이 점점 검정색으로 뭉치면서 서로 뒤엉키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니 부분적으로는 검정색으로 보였으나 다른 색도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색이 들어가 있다니?'

기운에 색이 들어가 있으면 역할이 다른 것일까?

자세히 보자 검정색이 아니고 여러 가지 색깔이 어울려서 검정색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중간에는 빨간색, 푸른색, 노란색, 녹색도 가끔 보였다.

색깔이 뒤엉키며 돌아가고 있어서 그렇게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 무슨 조화인가?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저러한 것이 보인단 말인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이 있는 것인가?'

진화는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기운이 엉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일이 있을 때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한편 다행이었다.

이러한 일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분명히 이상한 소문이 날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만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는 무엇이라고 설명을 할 것인가?

내가 무슨 기적(氣的)인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열리는 것일까?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

하늘이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기운이 뒤엉키는 모습을 보면서도 진화는 두렵거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저 평온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많이 담대해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나이 탓만은 아니리라.

그동안의 세상경험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겠는가?

허나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세상경험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할 때 싱거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

자신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나자 이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주관이 뚜렷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지만 나의 주관을 어떻게 믿을 것이며,

무엇으로 이것을 설명하려한들 믿을 사람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앞에 멀리 보이던 기운이 점차 어떠한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위로 길게 솟구치기도 하고, 아래로 산중턱까지 내려오기도 하면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어떠한 형상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았다.

만들어져 가는 모습이 용의 형상을 띄어 가는 것 같았다.

 

'용이라니?'

기운이므로 어떠한 모양이든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용을 만들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긴 그것은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기운이 공중에서 형상을 만들어 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면서

이러한 것들이 사실인지 눈을 비비고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사실인 것만은 분명하였다.

무엇을 하든 나와는 무관한 것 아니겠는가?

진화는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애써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려 하였다.

하지만 무관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진화에게 보여주고 있음은 진화가 이미 기운들과 한식구가 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들 말고 자신이 지금 알고 싶은 것은 전에 다녀왔던 곳에 쓰여있었던 글을 알아봄으로써

지금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확인해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헌데 그 개울가로 가는 도중에 상황이 이상하게 변해버린 것이었다.

하늘의 기운들이 점점 형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역시 용의 모습이었다.

용의 모습이 되어 가면서 점차 투명해지고 있었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용처럼 투명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물처럼 계속 움직이며 변화해 나가는 중이었다.

마치 용 틀임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저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닐까?

 

진화는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보는 장면을 자세히 보기로 하였다.

헌데 이곳에서 보다가 다른 사람들이 보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하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조금 산 위로 올라가서 보기로 하였다.

산 중턱으로 올라가서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보지 못할 것이 아니겠는가?

진화는 기운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산 위로 올라갔다.

조금 올라가서 나무 뒤에 있는 바위에 앉아 멀리 단화산 위에서 일어나는 기운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기운은 점차 용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었다.

머리에서는 뿔이 나오고 다리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참으로 혼자서 보기에는 아까운 장관이었다.

색깔이 입혀지다가는 다시 투명해지고 투명해지다가는 다시 색깔이 입혀지는 광경이

너무도 멋있고 훌륭하였다.

기운의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모습이 이렇게 엄청난 색깔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던 진화는 이러한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색깔의 변화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한동안 바라보고 있는 사이 용은 그 모습을 갖추고 나서는 순간적으로 하늘을 돌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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