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벌레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벌레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루 이틀이면 밟히거나 먹히거나 합니다.
동물의 세계라는 게 약육강식이잖아요?
하루 이틀 살아있으면 잘 살아있는 것이지요.
벌레의 고통이 있습니다.
수련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벌레가 그렇게 커 보일 수 없는데 그 고통의 무게 때문입니다.
벌레 이전에 뭐였겠습니까?
그 역사가 굉장히 깁니다.
인간이 과연 그렇게 잘났다고 할 수 있는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면 벌레만도 못합니다.
이상한 짓도 많이 하고, 이상한 생각도 많이 합니다.
벌레는 죄는 안 짓는데 사람은 얼마나 많은 죄를 짓습니까?
그러니 벌레만도 못하다, 벌레가 참 위대하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다못해 기어가는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봐도 그렇습니다.
참 쉬지 않고 끊질기게 갑니다. 끊임없이 힘을 내서 갑니다. 쉬지도 않습니다.
그 꾸준함이 참 대단한 것이죠.
우리 인간은 가다가 뒤돌아보고 가다가 뒤돌아보고 하지 않습니까?
절 수련을 할 때도 한 배 하고 뒤돌아보고 또 한 배하고 딴생각하고 이러지요.
그런데 바퀴벌레는 잡념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갑니다. 그래서 그 한 가지만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내가 가지지 못한 한 가지 장점이라도 발견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진실에 다가가는 첩경인 것입니다.
모래 한 알에도 고개가 숙여진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남사고 선인은 모래 한 알 얘기를 하셨고, 우리 회원님 중 한 분은 '바위이야기' 라는 동화를 쓰셨는데
파장을 받아서 쓴 글이시더군요.
오랜 세월 표정도 없이 서 있지만 바위 하나가 가지고 있는 역사가 우주의 역사와 같습니다.
인간은 나와서 60~70년 살다가 가지만,
바위는 수억만 년을 그렇게 있습니다.
우주의 역사를 보고, 같이 하고, 온갖 풍상을 겪어왔습니다.
이리저리 비바람을 맞고, 이끼가 끼고, 파내어 글을 새기고, 깍아서 집을 만들고....
그 앞에서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3장. 수련, 진화하기 위한 방법 - 겸손과 하심으로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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