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48)

by 날숨 한호흡 2008. 2. 27.

 

 

 

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말 그대로 물이었다.

 

'그렇다면 마셔 보자.'

물에 손을 담그자 너무나 시원한 느낌이 인간으로 있을 때 그대로였다.

물론 지금이라고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가 달랐다.

하지만 물에 손을 담근 느낌은 전과 그대로였다.

잠시 손을 씻으려 물을 내려다보던 진화는 자신의 얼굴이 훨씬 어려 보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이 아이처럼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나이로 보이는 것이 아니고 아주 어린 얼굴로 보이는 것이었다.

자신이 평소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글줄 깨나 읽으면서도 손이 고운 편은 아니었었다.

헌데 손이 아주 곱게 바뀐 것이었다.

꼭 아기의 손처럼 보들보들해진 것이었다.

 

'이럴 수가. 어쩌면 사람의 손이 이리도 고울 수가 있단 말인가?'

피부에 한 점의 티가 없었다.

갓 태어난 아이의 손도 이렇게 고울 수는 없을 것이었다.

뽀얀 손가락이 마치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곱고 보드라웠다.

인간의 피부가 이렇게 고울 수도 있구나 싶게 속세에 있을 때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물을 마셔 보았다.

물맛이 시원하면서도 바로 피부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식도를 통하여 위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목에서 몸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치 내장이 없이 목구멍 바로 아래에서 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 곳에 오면 몸의 구조조차 바뀌는 것일까?'

주변의 나무와 풀들을 보았다.

나무와 풀들 역시 너무나 고왔다.

잎새에 단풍 하나 없었으며 푸르고 고운 자태 그대로 있다가 떨어지면 그대로 낙엽이 되는 것이지 나무에 달려 있으면서 단풍이 되는 법이 없었다.

풀들도 곱기 그지없는 상태로 있을 뿐이었으며, 꽃 역시 너무나 고운 그대로였다.

감히 손을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왔다.

나뭇가지가 이렇게 곱다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풀 역시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로 살아 있었다.

정말 살아있음을 이렇게 실감있게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속세에 있으면서 보았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들이었다.

 

'인간으로 있으면서 그렇게 매일 보던 것들이 왜 이 곳에서는 이리도 다른 것인가?'

그러고 보니 공기도 물도 모두 달랐다.

이렇게 다를 수가 없었다.

모든 것들이 그저 바라보기에는 그리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았으나 접촉해 보면 너무나 달랐다.

공기도 시원하기 그지없으면서도 호흡을 하기가 너무나 편하였다.

 

물 역시 마시기가 너무 편안하지 않던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는 것이 생각났다.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걱정이 인간의 몸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음으로 인하여 오히려 편안히 걱정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곳은 무엇이든지 편안하도록 만드는 기운으로 조성되어 있는 것일까?

이 기운을 속세에 가져갈 수만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편안히 생활할 수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가져가면 될 것인가?

이러한 것들을 속세의 인간들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너무 좋은 일이 될 것인데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이 곳에 거주하고 있는 절대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였다.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진화는 물만 마셨음에도 힘이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인간으로 있을 때는 물만 마셔서는 시원한 느낌은 있었어도 이렇게 힘이 넘쳐나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마신 물이 어떠한 다른 효능이 있는 것일까?

 

혹시 만병통치인 것은 아닐까?

속세에 있을 때 가끔 소화가 안 되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마신 물과 함께 다른 음식을 먹는다면 소화가 너무나 잘 될 것 같았다.

그것뿐인가?

모든 것이 원활하게 순환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운동을 해도 땀이 날 것 같지 않았다.

적당히 몸의 상태가 조절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완벽히 조절되는 것을 무엇이라고 하여야 하나?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조절되는 곳이 있다니?'

너무나 모든 것이 적당히 조절되므로 몸의 조절기능이 퇴화해 버릴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몸이 조절해 주어 그런 대로 추우나 더우나

살아갈 수 있었다.

헌데 이 곳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안한 감이 없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편안히 느껴지는 것이었다.

진화는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가 보았다.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웠다.

마치 공중에 떠서 나아가는 것 같았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공중으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능할 것인가?'

하지만 부질없는 짓 같기도 하였다.

어떻게 인간이 공중으로 날아오른단 말인가?

어쨌든 몸이 상상할 수 없이 가벼운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이렇게 가벼운 상태라면 수만 리라도 가뿐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무슨 조화인가? 공기와 물이 좀 다르기로서니 인간의 몸이 이리도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진화는 앞에 보이는 절벽을 올라가는 길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하여튼 저 길을 올라가 보자. 지금 보이고 있는 길은 저 길밖에 없지 않는가!

어쨌든 앞으로 가려면 저 길을 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가자!

 

진화는 천천히 걸어갔다.

이 곳의 시간이 어떤 기준으로 흐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들어왔고,

더욱이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는 이상 어쩔 것인가?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자.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자.'

절벽을 오르자 공기가 달라졌다.

아래보다 더 시원해진 것이다.

차가워지기는 하였으나 피부에 다른 감각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온도가 내려간 것 같은 느낌만 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오르면서 지나치는 길에 옆에 있는 나뭇가지가 몸에 와 닿는 감각이 상큼하였다.

보다 멀리 내다보이는 곳까지 오르자 전망이 달라졌다.

멀리 구름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구름이 올라 탈 수 있을 만큼 견고해 보이는 것이었다.

지상에서 보던 구름이 아니었다.

형태는 구름이고 공중에 떠 있으나 바위와 같이 단단해 보이는 것이었다.

 

워낙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가서 볼 수는 없었으나 위로 오르면서도

멀리 있는 경치가 너무나 똑똑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경치가 지금까지 보던 산과 들의 모습과는 달랐다.

인가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틀림없이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오는 것이었다.

인간의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은 기와집이 여러 채 있었다.

가만히 보니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인가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사람의 모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가는 것은 아니었으나 몇 사람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지금 내려가서 저 곳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진화는 내려가기보다는 올라가는 길을 끝까지 올라가 보고 나서 다시 내려와서

그 길을 가보기로 하였다.

올라가는 길은 의외로 짧았다.

금방 올라갈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자 사방이 내려다 보였다.

주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주변을 거의 볼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자신이 올라간 봉우리 정상의 바위에 묘연봉(妙然峰)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1. 선계수련 교과서 > 소설 선(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仙 (050)  (0) 2008.02.29
소설 仙 (049)  (0) 2008.02.28
소설 仙 (047)  (0) 2008.02.26
소설 仙 (046)  (0) 2008.02.25
소설 仙 (045)  (0) 2008.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