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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49)

by 날숨 한호흡 2008. 2. 28.

 


 

'묘연봉이라?'

무슨 뜻일까?

다른 봉우리에도 이름이 있을 것 같았지만 그것은 지금 알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내려가는 길은 다른 쪽으로도 나 있을 것 같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길이 여러 갈래 나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서 어느 길로 내려가야 할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저 멀리에는 강 같은 것도 보였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지상과 상당히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경치도 어딘지는 모르지만 닮은 것들이 있고 다른 것들도 많이 비슷하였다.

아마도 인간이 아닐지라도 인간과 비슷한 유형의 어떤 존재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 존재들이 어떠한 존재들일지라도 한 번 만나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진화는 서서히 내려가는 길을 걸어내려 갔다.

동네가 있을만한 곳을 바라보며 한참을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만큼 내려왔으면 다 내려올 만도 하건만 아무리 내려가도 동네가 있는 곳이 나오지 않고 계속 내려가는 길만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있는가? 이만큼 내려갔으면 다 내려올 만도 하건만 어찌 자꾸 내려가는 길만 보인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속세가 아니라고 하여도 이렇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있단 말인가?

주변을 바라다보니 항상 같은 경치만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아무리 걸어도 같은 경치만 펼쳐진다는 것은 내가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외에 무슨 말이 되겠는가?

도대체 모슨 조화가 있어 이렇게 애를 먹이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속이 타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럴 뿐이지 마음은 평온하였다.

무슨 조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내려갈 수 있단 말인가?

다시 올라가서 어떠한 방법을 취하여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진화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

 

'어떠한 방법을 취하여야 할 것인가?'

정상으로 올라가자 다시 아래가 내려다 보였다.

역시 전에 보이던 그 자리에 인가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헌데 그 모습이 아까 보던 것과는 달랐다.

아주 멀리 보이는 것이기는 하나 느낌으로 무엇인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가만히 보니 아까 보이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조화인가?'

또 이만큼 시간이 흘렀으면 해가 질만도 하였다.

헌데 하늘이 밝은 것이었다.

해가 뜬 것도 진 것도 아니면서 구름이 끼인 하늘 아래 밝은 빛만 형광등처럼 비추고 있는 것이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무슨 이러한 곳이 있단 말인가?'

가만히 보자 빛이 다른 것 같았다.

하늘에서만 빛이 비추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물건이 빛이 나고 있는 것이었다.

밝기는 달라도 약간씩의 빛을 내고 있었다.

꼭 반딧불처럼 모든 것이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발광이 되니 해가 질리 없었다.

아니 해 자체가 필요 없는 곳이었다.

 

'이런. 세상에 이럴 수도 있는 것이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이 상당 부분 통하지 않는 곳에 와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어야 저 곳에 갈 수 있는 것일까?

생각이 달라지자 이마에 약간의 땀이 났다.

진화는 손을 들어 이마에 난 땀을 닦고 다시 앞을 보았다.

땀?

땀이 나고 있었다.

이런 정도의 생각의 차이에 의해 땀이 나는 것이구나.

몸이 힘들어서 땀이 나는 것은 아닌데 생각의 차이로 땀이 나고 있었다.

 

'이 곳은 생각의 차이로 움직여지는 곳인가? 그렇다면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내려갈 수 있을 것인가?'

해 보자.

진화는 내려간다고 생각을 하고 내려가 보았다.

마음을 먹자마자 너무나 빨리 내려가는 것이었다.

발걸음이 생각을 따라줄 것인가를 느낄 사이도 없이 어느새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평지에서 바라본 산의 정상은 언제 내려왔는가 싶게 높아 보였다.

가마득한 산의 정상을 바라보며 저렇게 높은 곳에서 언제 내려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올라간 쪽의 절벽 역시 감히 인간으로서는 생각할 수조차 없이 가파르고 높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어쨌든 올라갔었다.

인간의 시간이 통하지 아니하는 곳이므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상당히 긴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불가사의하였다.

이 곳을 움직이고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인간으로 있을 때에는 이러한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은 정상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며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흘러가며, 비가 오는 것까지도

모든 것이 상식의 범위 내에서 움직여지고 있었다.

진화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땅이 흙도 아니면서 모래도 아닌 알 수 없는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밟고 나가는데는 이상이 없었다.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까?'

이 곳의 물질들은 지상의 것들과는 너무나 달랐다.

모든 것이 각기 나름대로 빛을 가지고 있는 것하며, 어디에도 어두운 곳이 없는 것하며

모든 것이 자신이 생각하였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이 곳이 어디인가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면 알 수 있게 되리라.

 

'가보자.'

진화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계속 앞으로 가야 할 것이었다.

지나가는 길 옆의 풀과 나무들이 너무나 낯설면서도 정다웠다.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치 수만 년 전에 본 것 같은 희미한 기억만이 낯설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본 기억으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인가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헌데 걸어가 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럴 수도 있는 것인가?

진화는 모든 것을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하였다.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길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길인 상태가 계속되었다.

옆의 나무와 풀들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를 거듭하였다.

저 멀리 물인 듯한 것이 보였다.

이 곳에 와서 전에 산 아래에서 아주 작은 물줄기를 본 이래 다시 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안개와도 같다가 물과도 같은 것이 보이고 있었다.

 

'저것이 무엇인가?'

지금까지 보던 것들과는 전혀 달랐다.

물인 것처럼 보였으나 지상의 물처럼 평평한 것이 아니라 아래위로 굴곡이 있었다.

큰 파도가 치다가 그대로 멈추어 버린 것 같은 형상이었다.

틀림없이 물처럼 보이는 것이었으나 물은 아닌 것 같기도 하였다.

진화는 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짐에 따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틀림없는 물이었다.

그러나 잘 다려진 물엿처럼 고체의 성격을 가진 액체처럼 보였으며,

지상의 물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 같았다.

 

'이런 물도 있는 것인가?'

물이면서도 물이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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