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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47)

by 날숨 한호흡 2008. 2. 26.

 

 

 

그 바위에 앉아서 가만히 지난 일을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으며,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짚어보았다.

이러한 경우가 닥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부분이므로 자신도 어떻게 행동하여야

할 것인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이 계획 없이 행동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친구에게 다녀오려 하였으면 친구에게 다녀왔으면 될 것을 개울을 건너려던 중 그러한 일이 생겼으며

그러한 일이 생겼어도 마음을 쓰지 말고 그냥 갔으면 될 것을 그 처녀가 앉았던 자리로 가서

결국은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일이 생긴 것인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인연이 있어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일까?

나의 팔자 어느 부분에 이러한 곳과 인연이 닿은 것일까?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을 한탄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기뻐해야 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누구인가 전에 이러한 일이 생겼음에 대하여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음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이러한 일이 내게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 아닌가?

이것은 천운인가? 아니면 악연인가?

악연일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러한 인연이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리라.

 

헌데 아까 그 처녀는 누구일까?

지금 내가 와 있는 이 곳에서 나온 처녀였을까?

기이한 일이었다.

누군가 이러한 일을 당하였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으니까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지 않는 것 아닌가?

참으로 생각을 거듭해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돌아가지 못하는 동안 집에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동네에는?

아마도 내가 사라졌음을 알고 나서도 찾을 수가 없으리라.

이러한 곳이 있는 것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인데 이 곳을 어찌 찾을 것이며

어찌 들어올 수가 있단 말인가?

 

들어온들 먼저 들어온 나도 나갈 길을 찾지 못하여 허둥대고 있는데 그 사람들인들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찾은들 어떻게 돌아서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진화는 모든 것을 포기하여야 함을 알았다.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

이 곳에서는 도무지 가능한 일이 없었다.

 

'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일단 일이 되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결국은 나의 생각대로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모든 것은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운명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어차피 이 곳이 선계라면 나는 현재 영혼의 상태를 지나 선계의 일원이 되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좋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방법으로 살아서는 안될 것 같았다.

이 곳의 현실이 전혀 다른 것이다.

인간 세상과는 전혀 다른 어떠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조건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어쨌든 이 곳에서 살아가다 보면 알아질 것 같았다.

그렇더라도 속세의 인연들이 궁금하였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하여는 포기하여야만 할 것 같았다.

인간이 살아가다 보면 이러한 일도 있구나.

하긴 이보다 더한 일도 지상에서 있는 것을 보아왔다.

너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닥치는 악운, 이것을 하늘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하늘이 있다면 이렇게 불쌍한 중생을 놓아 둘 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지 않는가?

하지만 하늘이 있어도 인간의 인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았다.

아니 그 사람의 운명은 그렇게 타고 난 것이어서 금생은 그렇게 보내야만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자신이 그러한 처지와 꼭 같은 것은 아니지만 남들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와 비슷한 처지에 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사라져서 어디에서도 자취를 찾을 수 없다니?

전에도 누군가 그러한 일이 있었을 때 아마도 무엇엔가 물려 간 것이라고 생각들 하다가

잊어버리고 잘들 살지 않았던가?

아마 나도 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생각을 하겠지만 머지않아 잊어버리고 말겠지...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는 인연이란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울고불고 난리를 해도 또 금방 잊고 살아가는 것이 사람들 아니던가?

그렇다면 선계란 곳이 그리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이번에 들어온 김에

한 번 쉬어 감은 어떨까?

 

이러 저러한 생각을 하면서 진화는 자신의 냉정함에 새삼 놀라고 있었다.

인간으로 있을 때 같으면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너무나 슬플 것 같았다.

아마도 가족과 헤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슬픔이 될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마음의 아픔 없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생각만으로 풀어나가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일이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것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나의 일을 마치 남의 일처럼 보고 있다?

감정이 사라져버린 것인가?

마음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더욱이 마음이 혼란스러우면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던 일이 없어진 것이다.

 

'이것이 무슨 일인가?'

이럴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상황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가?

무엇인가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고는 이럴 수는 없는 것이었다.

 

'나의 어디가 잘못된 것인가? 나의 생각이 종전처럼 깊지 않아서일까? 몸이 사라진 것일까?

이 곳의 감각이 달아서일까? 아까는 공기의 시원함이 느껴졌었다.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진화는 그 자리에 앉아서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허나 해답이 나올 수 없었다.

앞을 보면 절벽 위로 올라가는 길이요, 뒤를 바라보아도 깊은 숲만 보일 뿐 자신이 들어온 그 길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찌 할 것인가?'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좀 더 생각을 해보기로 하였다.

앞으로 나갈 것인가?

뒤로 돌아갈 것인가부터 생각을 하여야 하였다.

 

'뒤로 돌아간다면 다시 올 수는 있을 것인가? 다시 못 올 것이라면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 나가 보는 것이 괜찮지 않겠는가?'

진화는 앞으로 나가기로 하였다.

앞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잠시 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옆을 보자 바위에서 흘러내리는 조그만 물줄기가 보였다.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한 물인 것 같았다.

이 곳의 일이란 것이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어떠한 일을 해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일단 믿어보자. 이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일단 믿어보지 않고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물을 마시기 위해 가까이 가서 보자 바위의 움푹 패인 곳에 흘러내리던 물이 두 뼘 정도 넓이로

고여 있었으며 다시 흐르고 있었다.

물의 옆에 풀이 비치면서 하늘도 비치고 있었다.

진화는 목이 마른 것은 아니었으나 물을 마셔보기로 하였다.

손으로 받아서 마시면 될 것 같았다.

가만히 물 속을 들여다보자 다시 얼마전의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물 속에 있는 곳을 찾다가 이렇게 되었지! 지금 이 물은 그러한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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