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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46)

by 날숨 한호흡 2008. 2. 25.

 

 

 

그렇다면 한 번 들어가 보는 것 역시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들어가는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들어가야 할 것인가?

또 들어가면 나올 수는 있을 것인가?

아직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방법을 알 때까지는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보자.'

만약 이러한 사실을 누구에게 이야기한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랐다.

이러한 일 외에도 이상한 경우가 많이 있기는 하였으나 자신이 당한 적은 없었다.

자신이 당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누구에게 문의해 볼 수도 없었다.

아버님께서 계신다면 물어볼 수도 있으련만 지금은 아버님께서 계시지 않으니

다른 누구에게 문의해 본들 정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정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 누구에게 문의해 본 들 어차피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만 들을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아무 말 없이 그냥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진화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다시 한 번 이 곳에 와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친구를 만나려면 이 곳을 지나쳐야 할 일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친구를 오늘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이 아니던가?

 

'수일 내에 다시 시간을 내어 그 친구를 만나보리라. 그리고 그 친구를 만나러 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이 곳에 들려 어떠한 일이 있을 것인지 확인해 보리라.'

아무에게나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틀림없이 이 곳은 나와 어떠한 인연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게만 이러한 일이 생길 리 없지 않은가?

진화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누웠으나 오늘 낮에 본 그 생각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무엇인가? 내가 보기는 정말 본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제대로 본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무엇에 홀린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직까지 살면서 무엇을 잘못 본 적이 없었다.

그러한 일은 해 본 적도 없었으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의 기억에 어떠한 이상이 생기지 않고서야 없는 일을 볼 수가 있을 것인가?

그러나 너무나 선명히 떠오르는 얼굴이었으며, 목소리였고, 풍경이었다.

가서 본 것처럼 생생히 떠오르는 것이었다.

진화는 그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잠이 막 들었을 무렵 누군가가 진화를 깨우는 것이었다.

일어나 보니 아까 본 개울가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내가 왜 이 곳에서 잠들어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이 곳에 들어다 놓기 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헌데 이 곳에 와 있는 것이다.

일어나 보니 옆에 아무도 없건만 누군가가 깨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앞을 보자 낮에 본 그 그림이 자연의 상태로 저만치 있는 것이었다.

물 위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바로 앞에 그 산이, 그 절벽이 있었다.

그 소나무도 보였다.

진화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참으로 수려한 풍광이었다.

인간 세상의 어디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게 어느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경치였다.

모든 것이 인간 세상의 찌든 때에 전혀 오염되지 않은 채 하늘에서 만든 당시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골짜기로 걸어 들어 갈수록 바람이 상쾌했다.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자신의 내부까지 바뀌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공기로 숨을 쉰다면 내장까지도 맑아질 것 같았다.

 

우선 머리 속이 시원해져 왔으며, 이것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자 가슴속이 시원해지다가 다시 복부로,

그리고는 양다리가 시원해져 왔다.

이 기운이 발바닥을 통해서는 땅바닥으로 내려갔으며, 머리를 통하여 다시 위로 솟아 올라갔다.

아직 기운이 무엇인지 몰라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지 몰랐으나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처음 겪는 느낌이었으며, 몸이 완전히 달라지는 기분이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기만 한다면 어떠한 병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온몸의 세포 하나 하나가 방금 태어난 어린이의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새롭게 바뀌는 느낌이었으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늙어 가는 일조차도 자신과는 무관할 것 같았다.

 

'이 곳이 인간 세상이 맞는가?'

진화의 능력으로는 전혀 해답을 풀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러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조차 한 번도 들은 바가 없지 않는가?

이 곳이 먼 곳도 아닌 지척인데 누군가는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헌데 이러한 이야기가 왜 전해오지 않은 것인가?

아무도 겪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곳은 내가 처음인가?'

어쨌든 머리 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는 하였으나 이 곳의 경치를 보면서 점차 잊혀져 갔다.

앞으로 갈수록 길이 좁아졌으며 그 길은 절벽 위로 이어졌다.

절벽 옆에 붙어 있는 길을 올라가며 내려다보니 아래쪽의 경치가 정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절경이었다.

 

'이러한 곳이 있다니?'

생기로 가득 찬 곳이었다.

아침해가 뜨기 전 이슬 내린 새벽길을 걸으며 느꼈던 그 느낌이 살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느낌과도 전혀 달랐다.

그 느낌보다 천만 배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생기로 충만한 속에서 천천히 걸어가며 이러한 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생각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온 몸이 새롭게 변화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은 어떠한 원리로 구성된 것일까?'

하나 하나의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며, 더없이 맑은 곳이었다.

어떠한 동물도 보이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살아있었다.

공기조차도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

이러한 곳이 있었다니?

인간 세상에 이러한 곳이 있다면 모든 욕심이 전부 사라질 것 같았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충족되어 아무런 필요한 것이 없었으며,

그저 있기만 하여도 만족스러웠다.

온도나 습도가 아주 쾌적하여 덥지도 춥지도 않았으며, 아무리 오래 있어도 땀이 날 것 같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맑고 깨끗하였다.

진화는 문득 예전에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곳이 말로만 듣던 선계인가?'

그런 것 같았다.

인간 세상이 아니면 어디이겠는가?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을 수 있는 곳은 선계 말고는 없을 것 같았다.

선계가 맞는다면 나는 어찌 속(俗)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진화는 갑자기 돌아갈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다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걸어왔던 그 길이 보이지 않았다.

멀리 온 것도 아니었다.

수십 발자국 걷다가 바위 옆으로 오르는 길을 조금 올랐을 뿐인데

자신이 걸어온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어찌할 것인가? 이 곳에 들어오기는 하였으나 나갈 길을 잊은 것 아닌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뒤를 돌아보아도 나갈 길이 전혀 보이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때문이었다.

진화는 당황했다.

이 곳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보통 산처럼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나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며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하여 아주 조금 상상 속에서 걱정을 해보기는 하였으나

막상 이렇게 나갈 길이 보이지 않자 덜컥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큰일났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너무 빨리 이 곳에 와 버린 것 아닐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변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돌아보아도 그러한 소리가 날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 곳의 기운이 워낙 맑고 조용한 탓에 파장이 극도로 낮아 이러한 파장에 적응이 되어 있던

진화의 귀에 심장 박동 정도의 작은 파동이 엄청나게 확대되어 전달되는 것임을 진화는 모르고 있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가만히 보니 자신의 심장에서 나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는 것이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귀에까지 들리다니?

심장 박동 소리가 아닐 정도로 크게 들리는 것이었다.

진화는 마음을 가라앉히기로 하였다.

몇 발자국 옆을 보니 앉을 만한 바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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