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이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지 알 수 없다.
나의 힘이 이렇듯 펄펄할 때야 저들의 힘은 더할 나위 없이 강할 것 아닌가?
나의 힘이 강해진 것 같으나 사실을 시험해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나의 힘이란 역시 우주 앞에서는 보잘 것 없는 것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들이 하는 대로 맡길 수밖에 없다.
전에 언젠가는 이곳을 거쳐갔을 터인데 어찌 이렇게 낯선 곳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도저히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처음으로 이러한 경험을 하는 것인가?
나의 전생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전생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모든 것이 생각나지 않는 것일까?
머리 속이 복잡해져 왔다.
이곳은 무엇이든 잊게 만드는 곳일까?
잊고 나서 언젠가는 다시 생각날 수 있는 것일까?
지금은 잊었지만 다시 생각나는 단계가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종전의 기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문득 앞을 보니 약 50여 보 앞에 사람들이 와 있었다.
내가 지금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인가?
저분들을 맞이하여야 할 것 아닌가?
머리 속으로 한참을 생각하고 있었어도 실제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이곳의 시간은 정말로 측정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았다.
한참 지나간 것 같아도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언젠가는 아주 긴 시간인 것 같아도 아주 짧은 시간인 경우도 있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저분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아까 만난 분들은 나와 대화가 가능한 분도 있었고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 오고 있는 저분들은 또 어떠한 분들일까?
나에게로 오는 것을 보면 나에게 오는 분들이 아닐까?
누굴까?
다가오던 분들이 저만치에 서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들리지는 않았으나 행동으로 보아서는 무슨 의논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무슨 의논을 하는 것일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진사가 들을 수 없는 파장을 사용하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우주라는 것이 이렇게 넓고 깊은 것이구나.
이제 우주의 입새에 왔음에도 듣지 못하는 파장이 있었구나."
새삼 우주의 넓고 깊음에 대하여 확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파장은 어떻길래 이 상황에 처해서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일까?
아마도 나의 앞에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곳은 분명 지구가 아닌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 채 이렇게 황당한 형편에 처한 것일까?
모든 것은 단계가 되어야 보이고 들리는 것인가?
영계라고 해서 누구나 듣고 보는 것은 아님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면 인간으로 있을 때 많은 노력을 하여 어떠한 파장이든지 듣고 볼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후회였으나 이미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제 와서 무엇을 어찌 할 것인가?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린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노력을 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저들이 나에게 무슨 말인가를 한다면 그것에서 실마리를 풀어볼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그들의 목소리, 즉 파장을 듣는 것에서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아직은 그들의 파장이 들리지 않지만 저들이 나와 대화를 하기 위해 온 것이라면
무슨 말이든 할 것이었다.
일단 대화가 가능하다면 그 다음에 어떠한 행동을 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알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
기다려보자.
저들이 저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는 것은 어쩌면
대화가 통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러 저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다섯 명의 선인들이 대화를 마무리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끝냈다면 무슨 행동이 있을 것 아닌가?
저들이 대충 나에 대하여 토론한 것이라면 무슨 말이든 있을 것이다.
다섯 명의 선인 중 한 선인이 이진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후광이 눈부시게 머리 뒤를 감싸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누구일까?"
하지만 누구인가에 대하여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날 것 같으면서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은 아니었다.
상당히 낯익은 얼굴이면서도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이미 인간의 몸을 벗었으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생각이 나야 함에도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는 어떠한 장치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인가가 기억을 차단하고 현재의 상태로 있도록 하고 있었다.
"너무 애쓰지 말게."
"예?"
"기억을 살리려 너무 애쓰지 말게."
"아-. 예."
"자네는 지금 아무 것도 무리를 해서는 안되네."
"네?"
"지금 자네의 상태는 갓 태어난 아기와 같네. 자네는 지금 성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네. 자네는 인간으로 있을 때는 성인이었으나 지금은 어린 아이와 같은 상태이네.
허니 너무 무리하지 말게.
내가 자네에게 말하는 것이 궁금하겠지만 아까는 우리들의 방법으로 대화를 한 것이므로 들리지 않았고,
지금은 나의 파장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므로 들리는 것일세.
모든 것은 시간이 흘러야 가능한 것이며, 이 상태에서 자네는 바로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것인지
아니면 선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받을 것인가가 결정되네."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다니?
내가 지금 인간으로 있다가 향천한지 얼마 되었다고 다시 인간이 된단 말인가?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하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간다면 앞으로는 열심히 우주의 파장을 읽고 공부하여
모든 인간에게 하늘의 뜻을 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였다.
"인간으로 돌아간다면 여기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잊을 것이네."
이진사는 놀랐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모두 읽고 있는 것 아닌가?
"여기서는 생각하는 것이 모두 상대방에게 전해지게 되어 있네.
즉 생각하는 것이 곧 대화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생각을 올바로 하여야 하네.
자네가 여기에 온 것은 인간으로 있을 때 하늘의 뜻을 잘 따랐기 때문이네.
이곳은 천상부의 하단으로서 인간으로 있을 때 공덕을 쌓지 않으면 절대로 올 수 없는 곳이네.
자네는 인간으로 있으면서 충분히 그러한 노력을 한 것이 하늘에 인정을 받게 되었으므로
이렇게 여기에 온 것이네.
이곳은 누하단(樓下端)이라고 하지. 천상의 모든 누각의 하단이라는 뜻이네.
이곳에서 자네를 비롯한 모든 인간의 영들이 등급을 결정 받고
자신이 일해야 할 곳으로 보내지는 것이네.
자네는 하늘의 뜻이 무엇인가 알고 있으므로 인하여
더 이상 인간의 몸으로 공부를 할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하네만 단정지을 수는 없네.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자네 정도 되니까 가능한 일이네.
격이 낮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조차도 금기일세."
그랬었구나.
이곳이 누하단이라니.
아직 들어보지 못한 곳이었다.
지상의 어떠한 기록에도 그러한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끝없이 넓은 광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앞의 밝은 빛이 비추어지고 있는 곳의 위로 구름이 떠 있었고, 그
위로 누각이 보이고 있었다.
잘 짐작이 되지 않지만 아마도 지상의 척도로 비교해 본다면 이진사가 위치한 곳으로부터
위쪽으로 약 500미터 정도 공간이 있고, 그 위로 높이가 1km 정도는 되어 보이는 누각이 솟아 있었다.
"천웅각(天雄閣)"
기운으로 만들어진 누각이었다.
하지만 고체보다도 더 단단하게 느껴졌다.
'1. 선계수련 교과서 > 소설 선(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仙 (033) (0) | 2008.02.09 |
---|---|
소설 仙 (032) (0) | 2008.02.08 |
소설 仙 (030) (0) | 2008.02.06 |
소설 仙 (029) (0) | 2008.02.05 |
소설 仙 (028) (0) | 2008.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