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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29)

by 날숨 한호흡 2008. 2. 5.

 

 

 

"비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이제부터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비운다고 다 비울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만큼 올라오셨다는 것은 마음이 얼마나 비워졌는가 하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입니다."

아마도 마음의 무게에 따라 올라가는 높이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여기는 어디인지요?"

"말씀드려도 모르실 것이옵니다. 여기는 아직 인간계에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이옵니다."

"그렇더라도 이름이 있을 것 아니옵니까?"

"이름이 없으니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이름이란 한낱 쓸데없는 것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것을 많이 보실 것입니다. 그렇긴 하나 이상할 것이 없는 일입니다.

세상에는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氣)입니다.

기에는 특별한 이름이 없는 것이 맞습니다. 기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입니다.

참고로 저희들도 이름이 없습니다. 기운 자체가 말해주는 것입니다.

선생께서도 이름이 없이 얼마간 지내실 것입니다.

허나 그것이 전혀 불편함이 없음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렇군요."

 

"이곳은 인간의 몸으로 계시다 오신 분들 중 하늘을 위하여 일하신 분들이 오시는 곳입니다.

하늘을 위하여 일하셨다 함은 지상에서 하늘의 뜻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 하늘을 의식하고,

하늘의 뜻에 따르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하늘은 공평하기 때문에 하늘을 위하여 노력한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보답을 하는 것입니다.

이제 마음 놓으셔도 될 것입니다. 이곳은 가장 편안히 계실 수 있는 곳입니다."

 

"고맙습니다."

 

"이곳은 지상에서 올라오신 분들께서 마음이 정리될 동안 머무시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머무는 기간은 정해진 것이 아니며, 마음이 정리되어 하늘에서 필요한 곳에

소용될 정도가 될 때까지 계시게 됩니다."

 

이진사는 이들이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이들은 이진사가 하늘에서 소용될 만큼 변화될 때까지 이곳에서 다시 영혼을 정화시키는 것 같았다.

아직 자신에게는 마음에 많은 때가 묻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지상에 있는 동안 어찌 죄를 짓지 않고 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많은 죄를 지으며 살아온 것이다.

그 많은 죄를 씻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은 하였으나

그것을 모두 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늘의 뜻을 알 수는 없었다.

아직 미숙한 상태에서 어찌 하늘의 뜻을 알겠는가?

하늘의 뜻이 그렇게 가볍다면 하늘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있겠는가?

하늘의 뜻은 무겁고, 크고, 넓어서 인간의 힘으로는 모를 수밖에 없으리라.

허나 인간도 공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을 이제야 알려 하다니...

 

과연 하늘의 뜻은 무엇인가?

지상에 사는 동안 하늘을 위하여 일하였다 함은 하늘의 뜻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 하늘을 의식하고,

하늘의 뜻에 따르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천의(天意)라..."

하늘의 뜻?

어쩌면 알 것도 같았다.

하늘의 뜻이라면 하늘이 생각하고 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착하게 살려 한 것으로 족하지 않을 것인가?

인간은 죄를 짓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알고도 짓고, 모르고도 짓는 것이 죄인 것이다.

지나가다가 개미를 밟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며, 나무 가지를 꺾어도 생물을 해하는 것인 것이다.

인간 세상의 법으로야 그것이 죄가 아니라고 하여도

하늘의 법에서는 어찌 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늘의 법도에 의한다면 이 세상의 만물이 이치대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모든 것이 죄인가?

그렇다면 나는 너무 많은 죄를 지어 이곳에 올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왔지 않는가?

 

인간이 지은 모든 죄를 전부 허물 한다면 살아갈 수가 없으리라.

하늘이 죄라고 하는 것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인간 세상의 법도가 아무리 좋은들 하늘의 뜻을 전부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인데

어찌 인간 세상의 법도로 하늘의 뜻을 잴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하늘의 죄는 인간 세상의 죄와는 다를 것 같았다.

인간 세상의 죄라면 아직 큰 죄를 지어 본적이 없는 내가 아니던가?

무엇인가?

무엇이 하늘의 죄인가?

......???

내가 하늘의 죄를 지었다면 이곳에 올 수 없음은 명백한데 이곳에 왔다는 것을 보면

최소한 하늘의 죄는 짓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하늘의 죄란 무엇인가?

하늘의 뜻으로 보아 가장 큰 죄라면 아마도 마음으로 짓는 죄가 아니겠는가?

 

마음으로 짓는 죄.

그것도 없다고 할 수 없었다.

마음으로야 소싯적에 동네 처녀들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던가?

장가를 들고 난 후에도 갑순이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하늘의 죄를 짓지 않았다고 잡아 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쨌든 하늘의 죄를 많이는 짓지 않았으므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착하게 살면 될 수 있는가?

 

아니다.

나는 이미 살아 있을 때의 과정에 대하여 심판을 받으러 이곳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착하게 살려 해도 그것이 점수에 반영되는 단계는 아닌 것이다.

지금은 기다리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과정인 것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심판의 날이 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삶에 대한 심판이 있을 것임은 너무나 분명하였다.

심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절대적으로 승복하는 것이 바로 인간 이후의 일이리라.

 

"인간 이후의 일"

인간 이후의 일에 대하여 생각하여야 할 날이 이렇게 빨리 오다니!

언젠가는 올 것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되기 전에 그 날을 대비하여 왔건만

벌써 나에게도 그런 날이 이렇게 다가 온 것이다.

 

"심판의 날이라..."

그러나 이진사는 두려운 마음보다 궁금한 마음이 더 드는 것이었다.

심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온다 하더라도 이미 그 결과를 받아들이려는 마음은 확고하였다.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이 그런 대로 중간 이상의 삶을 살았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그를 안심하도록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 결과가 자신이 생각하였던 것에 비하여 달리 나온다고 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의 뜻에 따르려는 마음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절대 하늘을 실망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

 

하늘은 하늘의 뜻이 있을 것이다.

하늘의 뜻이 어떻든 간에 하늘의 뜻은 다 쓸데가 있으므로 있을 것이다.

이제 인간 세상의 일은 모두 끝났으므로 앞으로도 하늘의 뜻을 따르며 살리라.

 

"하늘의 뜻"

너무나 숭고하고 거룩한 말이었다.

감히 하늘의 뜻이라는 말을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보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내가 하늘의 뜻을 이렇게 생각해 보다니...

하늘에 가까이 왔음을 증명하는 것인가?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허나 주변의 정황으로 보아 이러한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은 불과 1초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앞에는 여전히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으나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여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이진사에게 인사를 하고는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니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진사가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얼마를 더 올라가야 한단 말인가?

여기는 지상에서 올라온 사후의 인간들이 마음이 정리될 동안 머무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곳에서 머무는 기간은 정해진 것이 아니며, 마음이 정리되어 하늘에서 필요한 곳에

소용될 정도가 될 때까지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다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까 보다는 빨리 올라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를 올라가다가 서서히 멈추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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