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30)

by 날숨 한호흡 2008. 2. 6.

 

 

 

아까와는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약간은 더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가 봄이라면 지금은 초겨울 입새에 드는 것 같았다.

허나 추운 느낌은 아니었으며, 기분이 약간 전환될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곳은 어떠한 곳인가?

모든 것이 맑고 깨끗하였으나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보이는 곳의 끝이 수만 킬로 정도의 거리 이상임을 알 수는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이진사가 본 어느 거리보다도 멀리 보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곳도 있었구나...

우주는 역시 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넓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진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도 이곳의 느낌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속세에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도 헛살았단 말인가?

아닐 것이다.

감히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어찌 우주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우주가 그렇게 작은 것이라면 어찌 우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을 것임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니 어쩌면 한 가지도 알 수 있을 리 없을 것이다.

지금 마시고 있는 공기도 다르다.

무엇이 다른지 설명을 할 수는 없으나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

공기의 입자가 훨씬 미세한 것 같았다.

지상의 공기 입자가 모래알 정도의 크기라면 이곳의 공기는 밀가루 정도의 크기  보다도 작은 것 같았다.

호흡을 하면 그것이 바로 기운으로 흡수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세계가 있었구나.

이진사는 호흡을 깊이 하여 보았다.

호흡을 깊이 하면 할수록 힘이 솟았다.

아마도 지상에 있을 때 호흡에 신경을 쓰며 살아 온 것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신선한 공기를 발가락 끝까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사람으로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하던 기분이었다.

기로 이루어진 몸이 환체(換體)되고 있었다.

아직까지 종전의 몸과 같은 기운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지금 호흡으로 변화하면서

점점 생생한 세포 조직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젊은 시절, 아주 엄청난 힘을 낼 수 있었을 때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인간으로 있을 때는 젊었을 때 아무리 힘이 좋아도 이렇게 몸의 상태가 완벽하게 작동된 적은 없었다.

 

팔을 한 번 움직여 보았다.

태산이라도 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실제로 태산을 들어올린다면 들 수 있을 것이었다.

 

우주란 이러한 곳인가?

이러한 것이 선택적으로 내려지는 혜택인가?

그렇다면 아까 본 그들은 이곳에 상주하는 기인(氣人)들일텐데 얼마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들의 힘이라면 우주의 어느 한 부분을 들어 옮길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닐까?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기로 형성되고, 기로 움직이며, 기로 식별되는 곳이었다.

 

"기라..."

기에 대하여 이렇게 실감하여 보기는 처음이었다.

기라는 것이 이렇게 모든 것을 좌우하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세계,

이러한 세계가 있음은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도까지 완벽하게 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었으면서도 실제로 이렇게 구성되고,

이렇게 움직이는 것을 느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

모든 것이 이렇게 형성되어 있다니.

팔을 한 번 뻗어 보았다.

팔이 움직여지는 것이 느껴졌다.

팔을 뻗어 앞으로 내밀어 보았다.

가벼웠다.

팔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팔의 힘으로 무엇이라도 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앞에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들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무엇이든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대체 우주의 기능에 대하여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우주의 기능인가?

목표는 진화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진화를 위하여 기운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가?

 

"기운의 사용이라..."

기운을 어떻게 사용하여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 해야 할 일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허나 아직은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아직 우주의 구성원이 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찌 될 것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무슨 걱정을 한단 말인가?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틀림없이 무슨 일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일이든 결단코 이루고 말리라.

우주에서도 나의 사명이 있을 것이다. 이 우주에서의 사명을 이루고 나서야 비로소

우주인 즉 우주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이제 또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울 것이다. 이 새로운 세계에서 나의 자취를 보람있게 남기는 것이다.

하늘이 어떠한 역할을 맡길지 모르지만 그 어떠한 역할에도 충실하며 지내야 할 것이다."

 

이진사는 가볍게 흥분되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새로운 일"

이 새로운 일이 앞에 있는 것이다.

어떠한 새로운 일이든 무관할 것이다.

다만 주어지는 일에 충실하는 것이 또한 나의 역할 아니겠는가?

앞이 밝아져 왔다.

일부가 밝아져 오는 것이 아니고, 전체가 밝아 오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다보니 뒤는 아직 조금 전의 밝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앞면이 점점 더 밝아져 왔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채 바라보고 있었다.

밝기가 더하여짐에 따라 태양보다 밝은 정도가 되어 하얗게 되었으나 눈으로 바라봄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 밝음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마치 태양 속에서 무엇인가가 나오는 것 같았다.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틀림없이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주 작아 보였으나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혼자가 아닌 서너 명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었다.

점점 다가오는 것으로 보였다.

아주 밝은 빛 속에서 사람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었다.

나는 이제 죽은 몸이다.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

허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명이란 계속 이어지는 것이었다.

몸이 죽었다고 죽은 것이 아닌 것이다.

나의 존재는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 역시 상대방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나는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인가?

 

 

 

'1. 선계수련 교과서 > 소설 선(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仙 (032)  (0) 2008.02.08
소설 仙 (031)  (0) 2008.02.07
소설 仙 (029)  (0) 2008.02.05
소설 仙 (028)  (0) 2008.02.04
소설 仙 (027)  (0) 200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