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한편으로는 아주 복잡하면서도 달리 보면 아주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 복잡함을 단순함으로 풀 수 있는 공식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우주의 이치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사는 우주의 이치가 단순 명쾌함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뿐이지 어느 정도, 극히 일부는 감이 잡히고 있었다.
내 느낌이 정확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다.
다만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말을 개발하면 되는 것인가?
기록을 해보자.
기록을 하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한 번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어떤 때는 알고 있으면서도 필요한 시기에 대답을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울분을 토해보지만
당시에 알지 못하면 모든 것이 소용없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인지도 몰랐다.
이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선인(仙人)의 길로 가는 방법을 익히는 수련밖에 없을 것이다.
선인이 되면 모든 것이 한 번에 생각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알고 있는 것이 막히는 일은 없을 것 아니겠는가?
수련으로 이러한 난관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어려운 시기에 적합한 대응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면에서 좋을 것이다.
이러한 것이 바로 지혜인가?
지혜란 지식을 이용할 줄 아는 것이라고 들었다.
따라서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지혜를 가진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은 바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것을
이용할 줄 아는 사고(思考)가 있는가 없는가에 달린 것이었다.
사실상 인간의 능력은 개발하기에 따라 무궁할 수도 있었다.
평소의 인간은 동물보다도 못한 육감을 가지고 있지만 개발하기에 따른다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그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여 실수를 하는 일이 감히 어떻게 있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늘과 땅의 사이에서 그 뜻을 이어받아 태어난 인간이 어찌
감각의 둔화로 인하여 한낱 동물만도 못한 생을 이어갈 것인가?
동물들을 보면 스스로 지혜롭게 살고 있었다.
욕심도 없고, 사는 듯 마는 듯 살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만을 살생하거나 먹는 것을 보면
그들은 이미 하늘의 뜻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인간이 자신의 이익에 전념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생각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지 못하는 이 점이 결국은 남도 자신을 생각지 못하게 함으로
상호간에 불신의 벽을 쌓아 이 벽 속에 갇혀 생을 마감하는 것에 비한다면
너무나 열린 생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인간들은 이 벽을 넘지 못함으로 스스로 자신의 범위 내에서 한정된 삶을 살게 되고,
이 한정된 범위가 결국 자신을 구속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그리고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감히 인간이 어찌 한낱 동물만도 못한 삶을 살 것인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하늘만은 못해도 최소한 동물보다는 나아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이진사는 다양한 생각 속에서 하늘의 이치를 전달하는 보다 나은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방법은 아주 가까이 있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미 내 속에 들어와 있을런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있다고 모두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내 것이라고 어찌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내 병을 모르고, 내가 내 생사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내가 낳은 내 아이의 천성을 어쩌지 못한다.
이 어찌 내가 내 마음대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 마음대로 하는 것과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어떠한 것이 내 마음대로 되고, 어떠한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인가?
아니 내 마음은 무엇인가?
내 마음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내 마음이라고 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 마음이라고 해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인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 누구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일까?
하늘의 뜻인 것이다.
그랬다.
모든 것이 하늘의 뜻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하여 왔던 것들이 전부 하늘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
그래, 바로 하늘이었다.
하늘의 뜻이었던 것이다.
감히 하늘의 손바닥 안에 있으면서 하늘의 뜻을 벗어나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여 왔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누가 감히 하늘의 뜻을 벗어나서 살고 있단 말인가?
하늘은 어디에나 있었다.
땅이라고 해서 땅이 아닌 하늘의 일부로 존재하는 땅이었다.
스스로 독립하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었다.
하늘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진사는 하늘에서 절대자의 면모를 보았다.
"절대자"
그것은 누구의 거역도 감히 허락되지 않는 경지였다.
인간의 몸으로 감히 판단을 하고 반론을 제기하기에는 너무나 큰 존재.
하늘이었다.
하늘이 내려와 있는 것이다.
내 안에, 내 앞에, 내 뒤에, 내 손 안에 하늘이 내려와 있는 것이다.
하늘이 왜 이렇게 자신에게 가까이 내려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늘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
태어나서 하늘을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하늘은 항상 멀리 있었다.
그런 하늘을 이렇게 가까이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손을 보았다.
손 위에 하늘이 있었다.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도 하늘이 있었다.
옆을 보아도 하늘, 아래를 보아도 하늘이었다.
모든 것이 하늘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
하늘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채우고 있었다.
하늘이 아닌 것은 없었으며, 하늘을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늘을 느끼고 하늘을 받아들이며 하늘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늘은 곧 절대자이자 나 자신이며 모든 것이었다.
지금의 인간으로서는 하늘을 벗어날 수 없으며 하늘을 벗어나면
곧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하늘에서 태어나 하늘과 하나가 되고, 다시 하늘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
이진사는 가슴이 뿌듯해 왔다.
내가 하늘을 느끼게 되다니...
이제껏 하늘은 도인들의 것인 줄만 알았었다.
모든 것이 이렇게 쉽게 나의 것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높고 높은 하늘이 나의 것이 된 것이다.
"하느님"
이제는 나와 항상 함께 있으면서, 보잘것없는 자신과 모든 것을 함께 하는 하늘을 보고 싶었다.
느낌으로는 충분히 다가왔으면서도 한번도 하늘의 본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늘의 본래 모습은 저 파란색이 아닐 것이다.
본래의 색깔이 있을 것이다.
인간들이 보고 있는 저 모습은 아마도 하늘이 한번쯤 갈아입는 옷일 수도 있었다.
밤중에 하늘이 까맣고 별이 총총 빛나는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었다.
저녁때는 하늘이 붉은 색으로 노을이 지기도 하였고, 어떤 때는 구름이 끼이기도 하였다.
철 따라 비가 오기도 하고, 눈이 오기도 하며,
어떤 때는 비가 오지 않아 수개월간 가뭄에 허덕이기도 하였다.
하늘이 있다면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함에도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떻든 하늘은 하늘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부의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돌이켜보면 항상 옳은 것은 하늘이었으며
언제나 이기는 것은 하늘이었다.
하늘은 곧 진리였으며 모든 것이었고, 언제나 승리자였다.
이렇게 완벽한 경우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늘보다 더 큰 존재도 있는 것일까?
아마도 없을 듯 싶었다.
인간의 느낌으로 하늘보다 더욱 큰 존재를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듯 싶었다.
하늘도 전부 느끼지 못하여 감히 하늘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없거늘
하늘 이상에 대해서 알려 한다는 것은 곧 하늘에 대한 모욕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랬다.
역시 하늘은 절대적인 느낌을 주었다.
절대적인 느낌이라 하면 인간으로서 살펴볼 때
작은 부분에서도 어떤 큰 바위처럼 움직일 수 없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느낌은 아직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늘이 있고서야 모든 것이 있으리라는 것은 아직까지는 느낌이었으나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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