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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21)

by 날숨 한호흡 2008. 1. 24.

 

 

 

이진사의 이 같은 의문들은 대를 이어 계속되는 듯 싶었다.

어느 날 이진사는 문득 아들 진이가 남다른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 날 따라 어린 진이가 저녁 무렵에 마루에 앉아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다.

그냥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유심히 보고 있었다.

 

"무엇을 그렇게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이냐?"

"......"

아무 말이 없었다.

눈으로는 손바닥을 보고 있으면서 머리 속은 전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을 보고 있느냐고 묻지 않느냐?"

"아버지,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겼는지요?"

"이 세상이라니?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이 세상 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말입니다."

"이 세상이 어떻게 생기다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이 세상 말이냐?"

"예. 이 땅과 하늘과 저 물, 동식물, 사람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

 

무엇이라고 한 마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다고 이야기 할 것이가?

어린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하늘과 땅부터 설명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하늘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있도록 해준 원천이다.

하늘이 있고 나서 땅이 생겼으며 땅이 생기고 나서 모든 것이 창조되기 시작하였느니라."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요?"

"인간은 모든 생물의 대표로서 하늘의 뜻에 의해 이 땅을 다스리기 위하여

하늘의 모습을 본받아 생성된 것이다. 땅은 말하자면 모든 것의 어머니와 같은 것이고,

하늘은 모든 것의 아버지와 같은 것이다. 하늘과 땅이 있고 나서야 모든 것이 존재하도록 된 것이다."

"그렇다면 존재하는 순서가 있는지요?"

"그렇다. 하늘이 먼저이고, 땅이 그 다음이며, 그 후 다른 것들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사람이 맨 나중이다."

"그런데 왜 사람이 이 세상을 대표하게 되었는지요?"

"그건 사람은 하느님이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이 아닌지요?"

"전부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을 본 따서 창조하신 것은 바로 인간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라면 왜 잘못을 하는지요?"

"인간이 곧 하느님이 아니므로 잘못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느님이 잘못 만드신 것이 아닌지요?"

"그렇지 않다. 하느님이 만드셨으나 부족한 점이 있음으로써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인간이며

따라서 열심히 노력하여 하느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인간다운 점인 것이다."

"처음에 완전하게 만드신 것은 하느님으로서도 불가능한 것인지요?"

"왜 불가능하겠느냐? 다만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바로 그 부족함 때문인 것이다."

 

진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이라면 왜 그토록이나 다투고 잘못을 하며 살아간단 말인가?

적어도 인간이라면 도리대로 살려는 노력이라도 하여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진이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각자 나름대로 성장한 어른들 역시

잘못을 수시로 저질러가며 살고 있었다.

 

"그래도 큰 잘못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 아닌지요?"

"그 점이 바로 네가 할 일이 아닌가 한다. 누군가는 잘못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이 필요한 것이며,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언젠가는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인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대로라면 이 세상은 벌써 낙원이 되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진이의 눈으로 보기에도 잘못이 많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었다.

 

"하면 잘못을 하고도 벌을 받지 않는 경우는 어찌 되는지요?"

"인간의 모든 행동은 인간 세상의 심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일 뿐이며,

인간이 심판하지 못하는 잘못은 하늘의 심판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하늘의 심판은 어떻게 내려지는지요?"

"인간으로 있을 때 내려지기도 하지만 인간의 몸을 버리고 나서 심판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인간의 몸을 버리고 나면 어떻게 벌을 받을 수 있는지요?"

"인간으로 있을 때가 전부가 아닌 것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있을 때는 몸을 가지고 있을 때뿐인 것이다.

인간이 인간의 몸을 벗어나면 또 하나의 영체(靈體)가 되는 바 그 때에도 역시 하늘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이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또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영체는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지요?"

"영체도 등급이 있어 할 수 있는 일이 전부 다른 것이다. 하느님은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신 분이며,

인간이 인간의 몸을 벗어난다고 하여도 하느님과 같이 전지전능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그 외의 노력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노력을 하여야 하는지요?"

"공부를 하는 것이다."

"어떠한 공부를 하여야 하는 것인지요?"

"하느님께서 어떠한 일을 하시는 지에 대한 공부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

"......"

"공부란 여러 가지가 있어 인간이 전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허나 인간이 가장 하느님께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어떠한 일을 하시는 지에 대하여

공부를 하면 하느님의 생각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 수는 없으나 대충은 감이 잡히는 것 같사옵니다."

"인간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으나 반드시 그 범위에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생각 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니라.

그 생각 외의 능력이란 인간의 능력이라고 생각되는 것 외의 능력으로서

우리들의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였던 부분인 것이다."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동일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온지요?"

"전적으로 그러한 것은 아니나 인간으로서 신의 영역에 있는 부분을 읽어 올 수 있으며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부분이 일부 있다는 말이다."

"그러한 행동을 실제로 할 수 있는 분들이 계셨는지요?"

"많이 계셨다. 단군, 환웅, 환인 시대의 제왕들께서는 모두 그러한 능력을 지니신

반신(半神) 반인(半人)인 분들이었느니라.

그 외에도 각 시대별로 많은 선인(仙人)들이 계셔서 이 나라를 지켜주고 계시는 것이다."

"지켜주신다 함은 이 나라를 살펴주고 계신다는 말씀이시온지요?"

"그렇다. 살펴주고 계신다는 뜻이다."

 

진이는 나라에 대한 생각이 피상적이서 그저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정도였다.

허나 지금 이 순간 나라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나라란 어떠한 것인가?

아직은 내 나라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있음에 대하여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우리가 쓰는 글자만 하여도 지금 배우고 있는 한문은 중국에서 빌어 온 것이라 하였다.

내 나라 글이 있기는 하였으나 중국에서 빌어 온 한문에 비하면 그저 보충하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다.

실제로 생활함에 있어서는 한글을 많이 사용하였으나 의미를 전달함에는 한문을 사용하고 있음으로 한문의 절대적인 힘 앞에 무력한 것이 내 나라의 글인 한글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는 그렇게 힘이 센 나라는 아닌 것 같지 않은가?

그러한 나라들은 하느님께서 더 살펴주고 계시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하느님께서 살펴주심으로 그러한 광대하고 힘이 있는 나라가 된 것일까?

진이는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살펴주시고 하느님의 뜻을 읽었던 수많은 조상들이 있음에도

부족한 많은 것이 있는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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