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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20)

by 날숨 한호흡 2008. 1. 23.

 

 

그 답을 알아내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인가?

그냥 알아내려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물음만 쌓여가고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으로 알아낸단 말인가?

역시 호흡인가?

호흡은 어떠한 것인가?

들숨과 날숨이 번갈아 가면서 쉬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 숨은 저절로 쉬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쉬는 것인가?

내가 쉰다고 해도 공기는 무엇인가?

공기가 없이도 숨을 쉴 수 있는 것인가?

공기가 없다면 무엇으로 숨을 쉴 것인가?

물고기는 물 속에서 숨을 쉬는데 인간 역시 물로 숨을 쉴 수 있는 것인가?

안될 것 같았다. 물을 먹으면 금방 배가 불렀다. 공기는 아무리 마셔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배가 부른 것과는 무관한데 어찌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숨을 쉬지 않는다면 죽은 것이라고 들었다. 그랬다.

동물들을 보면 숨을 쉬지 않을 때 죽어있음을 보았다. 숨을 쉬고 있는 것을 숨을 끊어도 죽었다.

 

자신도 숨을 쉬지 않게 되면 죽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숨이란 어떠한 원리로 돌아가는 것인가?

내쉬고 들이쉬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인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만큼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진사는 숨을 쉴 수 있을만큼 들이쉬어 보았다.

들이쉴 수 있을만큼, 그리고는 내쉴 수 있을만큼 쉬어 보았다.

가슴이 후련해지며 하늘이 더 파래보였다. 다시 숨을 들이쉬어 보았다.

이번에는 막히는 것이 사라진 것 같았다.

 

언젠가 전에도 숨이 끝없이 들이쉬어 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으나

이번에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기운은 들어오지 않고 마치 몸이 양쪽에 구멍이 뚫린 대나무처럼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이쪽으로 공기가 들어오면 다른 쪽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몸 전체의 호흡기가 피리처럼 일방통행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사람의 몸에서 이러한 느낌이 오다니!

들어오는 곳은 코구멍인데 나가는 것은 어디인가?

 

온몸으로 나가고 있었다.

어깨 아래 겨드랑이에서 발끝까지 전신에서 바람이 새어나가고 있었다.

바람이 새면서 자신의 몸에 있던 모든 것들이 새어나가 버리고

몸을 이루고 있는 기운의 형체만 어슴프레하게 남아 몸 전체가 투명한 물질로 변해버리는 것 같았다.

이러한 변화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예전에는 기분이 좋고 나쁜 것이 분명하였는데 지금은 나쁜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닌

묘한 기분이었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것은 결코 기운이 모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운이 새어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기운이 변하는 것이었다.

맑게 투명인간처럼 되었던 몸이 다시 색깔이 있는 몸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피부색깔이 투명한 것이 아닌 흰색 가까운 색깔로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흰색이라...

이러한 변화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점차 색깔이 돌아오면서 이진사는 현실적인 감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감각이 살아나면서 주변의 모든 것이 다시 새로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구름이 날고 있었다. 구름을 바라보며 호흡을 시작하였다.

호흡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멈추고 있었다.

 

내가 구름을 보면서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 구름이 멈추다니!

나의 호흡과 구름이 어떠한 연관이 있는 것인가?

이진사는 다시 호흡을 멈추었다. 구름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다시 호흡을 시작하였다.

다시 구름이 멈추었다.

 

이러기를 수차례.

구름은 흐르다가 멈추기를 수차례나 반복하였다.

나의 의지인가?

호흡의 힘인가?

이러한 것이 원래 가능한 것이었던가?

아니면 기운이 바뀌면서 이렇게 된 것인가?

기운이 바뀌었음은 곧 하늘의 기운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인가?

하늘의 기운이 되지 않고는 나의 호흡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연결될 수가 있는 것인가?

아마도 하늘의 구름과 나의 기운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닌가?

기운이 새어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던 그 시간에 나의 기운은 끝없이 새어나가고 있었다.

새어나가는 기운이 온몸의 기공을 열면서 백회로는 끝없이 하늘 기운을 받아들였던 것 아닌가?

그리하여 하늘 기운이 나에게 연결된 것 아닌가?

 

하늘 기운과 일체, 그것이 바로 구름을 멈추게도 하고 흐르게도 하는 역할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 아닐까?

그런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의 호흡이 하늘의 구름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하늘의 구름을 움직인다는 것은 구름과 내가 하나로 되지 않고는 어려운 것이다.

내가 구름을 통제할 수 있음은 곧 하늘에 기운이 연결되었음을 말해주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하늘 기운이 연결되었음을 기화로 어떠한 일을 하여야 할 것인가?

구름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할까?

비를 오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 눈도 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구름으로 인한 조화는 모두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비가 오지 않도록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오지 않도록 할 수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늘의 기운이 언제까지 나에게 연결되어 있을 것인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았다.

 

이진사는 하늘의 기운이 백회에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다시 기운을 당겨보았다.

신선한 하늘 기운이 들어오고 있었다. 기운을 단전으로 끌어들여 보았다.

단전으로 기운이 모이고 있었다. 아까는 기운이 모이지 않았었다.

그냥 아래로 새어나가지 않았던가?

왜일까?

기운이 전에는 새어나가더니 지금은 왜 새어나가지 않는 것일까?

아마도 이유가 있다면 기공이 열린 탓일까?

기공이 열리면 왜 기운이 단전으로 모이고, 열리지 않으면 기운이 새어나가는 것일까?

이진사는 끝없는 의문속에 어쨌든 단전에 쌓이는 기운을 차곡차곡 모았다. 단전이 커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주먹만 하던 것이 점차 커져서 호박만큼 커졌다가 다시 물동이만하게 커지고 있었다.

단전이 이렇게 커져도 되는 것인지 이진사는 알 수 없었다.

 

수련중 이렇게 누가 가르쳐주지 않은 의문에 부딪치는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답을 구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답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우에 어린 이진사의 해법은 답이 없이 넘어가는 것이었으나

그런 질문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기억하였으므로 지속적으로 답을 연구하게 되었다.

 

그나마 답을 구하는 일부의 경우에도 스스로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 답을 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진사의 연령정도에도

그나마 한문을 깨치며 이치를 대충 알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많이 알지는 못해도 하늘과 땅이 있으며 그 사이에 인간이 있고, 하늘과 땅은 서로의 역할이 있으며,

이외에도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은 각자 자신의 영역이 있어

그 구분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을 알면서 점차 어린 이진사의 생각은 모든 것이 자신의 역할이 있으며

이 역할을 지키면서 존재한다는 것에까지 미치었다.

 

소가 먹는 먹이는 닭이 먹는 먹이와 다르며, 개가 하는 역할은 토끼가 하는 역할과 달라

서로 중복되는 것이 없었다.

집안에서도 형이 하는 역할은 누나의 역할과 달랐으며 할아버지 역시 아버지와 중복되는 것이 아니었다.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도 각기 다름대로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그러한 구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웃사람들이 전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진사는 자신의 몸에도 역시 하나의 구분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입과 귀가 서로 다르며 코와 눈이 서로 다르고 손과 발이 다르며 배와 등이 또한 서로 달랐다.

모든 것은 중복되는 것이 없이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기운이 모이고 있는 단전은 배를 갈라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다만 기운의 세계에서만 있는 것이라는 것을 전에 아버지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단전에는 왜 기운이 모이는 것일까?

단전은 어떻게 생겼을까?

단전이란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가졌길래 이렇게 기운을 담아놓을 수 있는 것일까?

그릇처럼 생겼을까?

무형의 공간에 기운이 모이려면 어쨌든 기운이 모일 수 있도록 지남철 같은 성능이 있던지,

아니면 담을 수 있는 기능이 있던지 둘중의 하나여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모인단 말인가?

의문이 솟아오르는 가운데 또다시 단전이 따뜻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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