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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22)

by 날숨 한호흡 2008. 1. 25.

 

 

 

그렇다면 우리 후손들이 하여야 하는 일은 어떠한 것일까?

하느님의 뜻을 읽었던 많은 조상들이 있었는데도 후손들이 하여야 하는 일이라면 무엇일까?

그 중에는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인가?

 

"아버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요?"

 

이진사는 진이가 이렇게 빨리 자신의 뜻을 알아차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지금 진이는 벌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묻고 있지 않은가?

이 아이가 나의 뜻을 전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아이일까?

내가 찾던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이 아이란 말인가?

이 아이를 잘 키우면 하늘의 뜻을 땅의 뜻과 연결시키려는 나의 뜻을 이 아이가 이어 줄 수 있을 것인가?

이진사는 당대에 자신의 뜻을 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대를 이어서라도 할 수 있도록 자취를 남겨놓고 싶었다.

 

물론 이것은 욕심일 수도 있었다.

다른 선인(仙人)들이 인간으로 있으면서 자신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결국 하지 못하고 떠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전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뜻을 그대로 접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일이었다.

누군가 선계(仙界)에서 나의 뜻과 같은 뜻을 가지고 내려온 선인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이진사는 차선책으로 자신의 뜻을 지상에 남겨놓음으로써 다음에 오는 선인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정도라도 남겨두고 싶었다.

옛 선인들은 지상에 자국을 남기므로 언젠가 지상에서 태어날 후배 선인들이 선배가 남긴 뜻을 알아

지속적으로 이어서 행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아직 내가 선인인지에 대하여도 확신이 없다.

선인이 겉으로 보아 구별이 되는 것도 아니려니와 무엇인가 다른 것이라면 나중에 나타날 수도 있었다.

허나 선인이라면 선계의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러한 것은 없지 않았는가?

아니 있었지만 내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었다.

내가 걸어온 길에도 수많은 선인들의 자국이 있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수만 가지의 선계의 자국이 있었다.

이것은 보이는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으나 선계의 시각으로 보아야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선계!

머나먼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저 멀리 바라보이는 하늘의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었다.

있다면 반드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래서 금생에 사명을 다할 수 있다면

갈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선계 출신이라면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당대에 불가능하다면 나의 자국을 어딘가에 남겨야 할 것이고,

남기기 전에 이어받을 사람을 만난다면 넘겨주면 좋을 것이었다.

그래서 이진사는 자신이 이루어가고 있는 일들을 하나 하나 남겨놓고 가는 중이었다.

 

그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진사는 그 일을 하면서 너무도 많은 것들을 알아 나가고 있었다.

그 일이란 자신이 하는 하나 하나에 대하여 마음을 실어 놓는 일이었다.

마음을 실어 놓는다는 것은 바로 그 부분에 대하여 자신이 기억하고 있음을 주지시키고,

그럼으로 인하여 해당되는 부분에서 자신의 파장이 나오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 부분은 자신이 알고 나서 걸어갔던 모든 부분에 대한 것이었다.

나중에 선계의 어느 선인이 내려온다면 반드시 이 파장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본래의 물질에서 나오는 파장과 다른 파장을 읽는다면 나의 뜻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

당시 이진사는 아주 낮은 파장을 읽을 수 없으므로 선계의 파장이 모든 물질에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파장이 우주의 질서임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우주의 질서는 이 세상 만물의 어디에도 미치지 않는 부분이 없었으나

이진사가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해나가던 중 이진사는 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음을 알고 나서

진이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데가 있었다.

아이면 아이다워야 할 것인데 아이답지 않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다는 것, 이것은 별로 즐겁지 않은 일일 수도 있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는 것임에도 아이가 아이답지 않다면 이것은 일종의 반(反)질서일수도 있었다.

질서는 그 질서의 범위 내에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며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어른이 아이답거나 아이가 어른다운 것은 벼가 가을에 영글어야 함에도 봄에 영그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은 자연의 질서에 대한 일종의 반란일 수도 있었다.

허나 세상은 반드시 상식대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비(非)상식이 상식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일부를 본다면 질서를 벗어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큰 틀로서 본다면 질서일 수도 있었다.

큰 생각을 하는 선인들이 범인들이 상상치 못하는 생각과 행동을 하였으나

범인들이 나중에야 깨달은 바에 의하면 그것은 범인의 지혜를 벗어나는

혜안이 열린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진이의 행동은 올바른 것일 수도 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닌 것인가?

신(神)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의 판단은 어디까지가 옳은 것인가?

과연 나의 판단이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나의 안일한 판단은 포기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가?

나를 이렇게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고민해서 소용없는 것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인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고민 속에서 얼마간을 보낸 이진사는 모든 것이 결국 신의 뜻이며 자신은 신의 뜻,

즉 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도구임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인간으로서는 최상의 깨달음으로서 장차 선인이 됨에 기반이 되는 정신적 출발점인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수련생이든 또는 수련생은 아니나 마음공부, 하늘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든

이 부분의 각성은 우주의 일부로 존재하는 인간에게 있어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즉 인간계에서 신계로 넘어가는 바로 그 지점인 것이다.

우주의 일부로 존재한다 함은 인간계를 떠나서도 영원히 존재하는 영생체의 일부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리라.

 

이진사는 진이에게 남겨주어야 할 일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남겨줄 것은 너무나 많다.

이 세상을 그대로 넘겨줄 것인가?

자신이 이 세상을 자신의 생각 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그대로 아비의 뜻을 전달해 줄 수도 있다.

허나 그렇게 한들 소화가 될 것인가?

이 아이가 속이 다소 깊다고 한들 어찌 어른들의 세계에 대하여 알 수 있을 것인가?

이 세상에는 반드시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정신세계는 더욱 겪어야만 알 수 있는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인 것이다.

특히 어려운 것은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표현되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은 적군과 아군이 구별되지 않는 가운데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이라고 해서 전부 스스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진사 자신도 때로는 전혀 생각지 않던 말이 불쑥 튀어나와서 민망하게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스스로 통제가 안되면서 다른 무엇을 통제할 것인가?

이러한 부족함으로 가득 찬 자신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해 볼 것인가?

무엇을 한다함은 보다 나은 다음을 창조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지금이 아닌 다음...

다음까지 생각을 다시 한번 돌려 줄 수 있는 기회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있었다.

희생은 하여야 할 것인데 무엇을 할 것인가?

나의 많은 부분들은 한가지도 중복된 부분이 없었다.

이것은 우주의 질서로 볼 때에도 상당한 중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백성들에게 전달되도록 노력하여 차차 이 세상 전부가

"하늘 질서의 왕국화"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착하디 착한 백성들에게 이진사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 정도만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진사는 갑자기 난감해지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생각하였던 것이 실제로는 이미 시기를 놓쳐 할 수 없게 된 많은 경우를

보아왔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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