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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02)

by 날숨 한호흡 2008. 1. 4.

 

 

우주는 상대적이라 절대적인 시간의 개념이 없는 선인들도 업무상의 편의를 위하여 시간의 개념을 설정해 놓고 있었다.

상당히 짧은 시간도 길게 쓸 수 있고, 긴 시간도 짧게 쓸 수 있는 그들이므로 시간에 구애받는 일은 없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으나 메릴린스가 마음에 걸려 가급적 천천히 지구로 향하였다.

 

아프리카의 어느 곳. 하늘에서 작은 기운이 내려오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느껴지기 어려울 만큼의 아주 작은 기운이었다.

가벼운 산들바람 같은 기운이 이리 저리 기웃거리고 있었다.

미르메트(이후 미르로 호칭)가 자신이 수련할 곳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몸체를 갖지 못한 미르는 대양을 넘고 산맥을 건너 구름을 통과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었다.

라르 선인으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지구는 수백 만가지 기운으로 조화를 이룬 곳이며, 이러한 기운은 우주 전체를 통틀어 많지 않다고 하였다.

 

이러한 기운이 있는 곳은 600여 개 은하를 통틀어 1개정도 있는 진기한 별이므로 기운의 손상이 없도록 하라는 주의를 받았다.

이러한 별들은 수련에만 사용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수련에만 사용하라!"

라르 선인의 음성이 귀청을 때렸다.

지구의 수많은 곳들을 돌아보는 데만도 여러 날이 걸렸다.

참으로 많은 기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기운들이 널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경이였다.

자신이 관할하던 메릴린스는 불과 수 백가지 기운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았던가! 물론 수 백가지 기운이 다양한 혼합을 하면 수 만가지 기운으로 변할 수도 있었지만 지구의 기운은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가 수 만가지 기운으로 태어난 별이었다.

수 만가지 기운들이 서로 혼합과 조화를 이루어 수백만 가지 기운들이 널려 있는 것이었다.

살고 있는 생물들도 너무나 다양하였으며 어느 것이고 한번쯤은 함께 해보고 싶었다.

사슴이나 노루가 되어 산과 들을 뛰어다니고 싶기도 하였고, 거북이나 물고기가 되어 물 속을 헤엄쳐 보고 싶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 보고 싶기도 하였다.

 

몸을 가지지 않은 상태 하에서는 행동에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지구에서 구경을 하다가 선계로 가면 그뿐이며 다시 메릴린스의 성주로 간다고 해도 그뿐이었다.

하지만 일단 몸을 가지게 되면 철저히 그 몸의 기능에 종속되어 그대로 생활해야 한다고 했다.

어떠한 몸을 가질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며칠을 보냈다.

 

다행인 것은 지구의 크기와 질량이 메릴린스와 비슷하여 적응하는데는 별 부담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구라는 별이 수련을 위해 창조된 별이므로 일단 지구에서 한번 몸을 받으면 다시 메릴린스로 가고 싶어도 수련을 마치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구를 포함하여 수련을 위해 창조된 별에서는 특별히 '윤회라는 법칙'이 있다고 들었다.

몸을 받고 나서도 수련에 진일보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수련이란 지구에서 태어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다시 찾을 때까지는 망각하고 사는 것이기도 하였다.

지구의 낮과 밤은 정말로 다른 세계였다. 메릴린스는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하므로 밤이 없는 세계였으나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태양이 하나밖에 없는 밤에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 전혀 다른 세상은 모든 것이 절반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구는 선악과 귀천, 음양 등 모든 것이 절반씩으로 이루어져 있어 항상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선의 씨앗도 절반이며 악의 씨앗도 절반이므로 정확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균형을 정확히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밤과 낮이었다.

밤은 낮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이같은 밤을 구경하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밤에는 활동하던 모든 것들이 대부분 잠들어 있었으나 반대로 밤에만 나타나서 활동하는 것들도 있었다.

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며칠씩 활동하다가 다시 며칠씩 쉬는 불규칙한 것들도 있는 등 정말로 재미있는 다양한 현상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었다.

낮의 기운은 밝고 활동적이며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었다. 밤의 기운은 반대로 냉하고 습하며 어두웠다.

 

기(氣)적인 시간으로 보는 것이므로 빛의 존재 여부는 시각의 인지와 별 관계가 없었으나 지구의 만물들은 빛의 유무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빛의 힘이 이렇게도 사용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구에서 빛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빛은 양이었으며, 선이었고, 광명이었으며, 음을 무찌르는 무기였다.

빛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힘을 이용하여 다양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이들의 세상인 것은 아니었다.

밤이 되거나 정신적인 암흑기가 되면 다시 음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어 온 것이 바로 지구의 역사였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수만 년간 머물 것도 없이 수천 년간의 역사만 보아도 지구의 모든 것을 전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같은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이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달랐다.

거의 완벽히 정제된 메릴린스의 기운은 동일한 기운이 상당 부분 몰려 있었다. 그 기운들은 비슷한 활동과 비슷한 형태로 존재하였으며 설사 다르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전혀 다른 상극의 기운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렇게 양극의 기운이 동일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이 지구의 매력이자 수련에 도움을 주는 요소인 것 같았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의 미르는 점차 지구의 매력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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