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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01)

by 날숨 한호흡 2008. 1. 3.

 

 

어느 날 먼 우주의 별에서 한 가닥 빛의 이동이 있었다.

이 빛의 움직임은 그 별을 관장하는 선인(仙人: 깨달음을 얻어 우주의 일부가 된 이)의 생각이 변하였음을 나타낸 것이었으며, 이 빛의 변화는 곧 우주 공간의 기운의 변화로 나타난다.

 

메릴린스 성(星)의 성주(星主)는 미르메트(토정 이지함의 전생)이다.

미르메트는 요즈음 한 가지 고민에 빠져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이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게 했는데 현재의 메릴린스 성에서 추구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면 다른 별에서 시행해야 하는데 그 별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나깨나 그 생각에 골몰해 있는 것이다.

선인들은 우주의 기동(氣動: 기운의 움직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일을 하여야 하며, 어떤 일도 우주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미르메트는 이 원칙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자신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그의 뜻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요즈음 미르메트는 바로 이 '자신의 생각을 외부로 나타내지 않기 위하여' 너무나 끙끙 앓고 있는 것이다.

 

우주란 선인들의 세계이며 선인들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로 외부로 표현되므로 이것을 표현하지 않기 위하여서는 상당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선계(仙界: 선인들이 살고 있으며 우주를 다스리는 곳)의 계율 제 1조는 우선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자제력과 기력(氣力)의 조화는 선인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선인들에게도 가끔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욕망이 불러일으켜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기복은 주로 5등급 이하의 선인들에게서 일어나고 있었으나 다만 그 회수가 다를 뿐이었다.

일테면 5등급의 경우 1000년에 1회, 4등급은 800년에 1회, 3등급은 600년에 한 번 정도 발동하되 발동의 강도 역시 5등급은 진도 1, 4등급은 진도 3, 3등급은 진도 5 정도였다.

진도 1이면 생각만으로 지구에서 태풍이 부는 것과 같은 수준의 기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서 우주에서는 가장 작은 범위의 기동(氣動)에 속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선인들은 기분의 변화만으로도 우주에서는 상당한 움직임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상당히 주의 깊게 행동하여야 하는 것이었으나 주의 깊게 행동하는 것만으로는 본래의 기질이 숨겨지지 않아 내부적인 기운의 변화를 외부로 표출하지 않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억제 노력은 상당한 기력의 감소를 불러오기도 하는 바 미르메트의 경우 기력의 1/3 정도가 저하될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기운의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인간의 경우 수련으로 보충이 가능하나, 선인들은 자연스레 보기(補氣)가 되므로 인내하면 마음만 다소 힘겨울 뿐 별다른 동정은 없었다.

그러나 미르메트는 재 수련(修鍊: 힘이나 정신을 닦아 기름)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고 있었던 차 드디어 단안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참고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수련의 길을 떠날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련은 현재의 자신이 있는 위치를 떠나 하는 것이 우주의 규칙이었다.

 

한 선인이 관리하던 우주나 별은 관리자가 없어도 얼마간(인간의 시간으로는 상당한 기간, 즉 5만 - 6만년간)은 스스로 작동이 되도록 되어 있었다.

허나 미르메트는 자신이 속한 메릴린스 성을 관할하는 타오(Tao: 우주에서 지평선이라는 의미. 광대한 초원으로 산이나 나무조차 없는 지평선을 말한다) 은하의 라르 선인에게 자신의 수련 의지를 통고하였다.

 

라르 선인은 잠시 생각한 후에 미르메트의 수련을 허가하였다.

"그래, 무슨 수련을 하고 싶으냐?"

* 선계의 대화이므로 기이(氣耳)로 듣는다.

"자신을 변화시켜 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변화시키겠느냐?"

"만물을 소생시키는 힘의 원천을 알고자 합니다."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

"수련으로 가볼까 합니다."

"어떻게 간다는 것이냐?"

"가는 데까지 가겠습니다."

"이미 수련은 할만큼 하지 않았느냐?"

"그러하지 않습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사옵니다."

"그렇게 가보고 싶으냐?"

"그렇사옵니다."

"어디로 가겠느냐?"

"수련을 할 수 있는 별로 가고 싶습니다."

"그러한 별을 알아 나 보았느냐?"

"예."

"어느 별이냐?"

"아스(Earth)입니다."

"어디에 있더냐?"

"마린(크고 넓은 바다) 성단, 아류(항상 빛나는 별들) 은하계, K-78 아루이(항상 샘솟는 샘물) 은하의 한 귀퉁이에 있습니다."

"그 별이 어느 면에서 수련에 적당하다고 생각하였느냐?"

"우주의 모든 파장이 전부 우러나올 수 있는 별이옵니다."

"우리 은하에도 그러한 별이 있지 않느냐?"

"있긴 하옵니다만 그 별은 기복이 심한 점이 장점이옵니다."

"기복이라..."

"기복이 심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별이라고 들었사옵니다. 실제로 기운을 파악해 보니 그러한 기운이 나오고 있었사옵니다."

"그 기운의 어떤 점이 좋더냐?"

"그 기운이 만물의 생로병사를 이끌고 있었사옵니다."

"맞다. 그 기운은 모든 것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할 수 있는 기운이나 그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 그것을 움직이고 있는 근본적인 기운을 알아보면 공부가 많이 될 것이니라."

"알겠습니다."

"그러한 공부를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나 후진(後進:수련이 후퇴함)도 생각할 필요가 있느니라."

"후진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한번 해보아라. 유혹에 빠지지 말고 수련에 정진토록 하여라."

 

미르메트는 메릴린스를 떠날 준비를 하였다. 준비라야 자신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는 정도로 약간의 기운을 고르기만 하면 되었으므로 잠시의 시간이 걸렸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메릴린스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쟁반처럼 보이는 정든 별 메릴린스.

지금까지 자신이 하나 하나 정성 들여 가꾸어 온 메릴린스가 밝은 청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던 별이었다.

미르메트는 메릴린스를 가만히 안아 보았다.

메릴린스가 포근히 안겨 왔다.

"나의 별 메릴린스!"

 

자신이 선계에 입적한 후 처음으로 관리를 담당했던 별이었다.

수련을 한 이후 고향과 같은 별이었다. 우주에서 처음 정을 주었던 별이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올 곳이므로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라 그리 큰 서운함은 없었다.

미르메트는 태양계 제 4별 아스(그 별의 사람들은 지구라고 부름)를 향하여 의식을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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