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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명상 교과서/목적있게 사는 법

맑게 밝게 따뜻하게

by 날숨 한호흡 2007. 9. 28.

 

 

이혼 후 한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백여 명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피아노 학원 원장입니다.

이것저것 제하면 한 달 수입이 이백여 만원 된다고 하는군요.

어린 학생들 야단치느라고 악악거리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도 말이죠.

두 자녀까지 학원에 매달려 있답니다. 조수 노릇 하느라고요.

 

요즘 같은 불황에 밥 굶지 않고 사는 것은 전부 천주님의 보살핌 때문이라면서

매주 일요일에는 성당에 나가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늘 명랑합니다.

전화 통화를 하면 웃느라고 말을 못할 정도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몇 년에 한편이라도 글을 쓸 수 있다면 행복하답니다.

20여 년 전에 데뷔한 소설가인데 사는 일에 바빠 그 이후 글 쓰는 일을 못하고 있죠.

 

단 한 편도 쓰지 못하면서 말로만 글, 글 하는 그 친구에게

저는 글은 그만 잊어버리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많이 서운해 하더군요. 자신의 꿈을 앗아가는 말이라면서요.

미안하다고 극구 사과했지요.

 

또 한 친구는 남편이 어디 고등법원장인 대단한 사모님인데요.

매주 두 번씩 병원에 다니면서 환자 간호를 위한 봉사를 하고 있죠.

취미 생활이 아니라 본업이 될 정도로 열심이랍니다.

추운 줄도 더운 줄도 모르고 계절이 지나간답니다.

도우미 없이 살림하랴, 환자들 돌보느라 바빠서요.

 

매주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회에 나가는데,

남편과 함께 주일학교 간사라고 합니다.

이 친구도 매일 명랑합니다. 역시 통화하면 웃느라고 정신없습니다.

 

며칠 전에는 조선일보에 장영희 교수의 근황이 소개되었더군요.

유방암이 척추로 전이되어 병원에서 투병 중이며 12회 예정인 항암치료 중 4번째를 맞이하고 있다고요.

그런 와중에도 올봄 대학 강의를 신청했다면서 활짝 웃는 사진이 실렸더군요.

 

자신의 일인 강단에 설 때에 가장 살아 있는 보람을 느끼며

번역을 하고 글을 만질 수만 있다면 행복하다면서요.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더군요. 물론 자기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겠죠.

 

그다음은 자신을 아끼는 독자들에게 몸소 보여주고 싶을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기쁨이라는 것을요.

이런 분들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큰 꿈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선인이 된다는, 선계에 간다는.....

살아서 선인같이 살지 못하고, 살아서 선계를 이루지 못하고,

자신이 속한 가정, 직장, 이웃에서 맑고 밝고 따뜻함을 이루지 못한다면

죽어서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입니다. 

첫째, 매일 하하 웃는 것.

둘째, 한 가지라도 찾아서 매일 감사하는 것.

셋째, 자신에게 부여된 과제인 선악과를 보지 않는 것.

넷째, 생명나무인 호흡을 열심히 하는 것.

 

위의 네 가지만 생활화한다면

맑고, 밝고,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저 자신에게도 매일 다짐합니다.

수련생다운 수련생이 되자!

선생다운 선생이 되자!

사람다운 사람이 되자!

선인다운 선인이 되자!

 

 

(이어집니다.)

 

[2장. 진화,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 - 행동의 진화 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