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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명상 교과서/죽음을 준비하는 법

49재, 무변대에 계신 어머니

by 날숨 한호흡 2007. 9. 4.

 

 

2000년 10월 11일, 어머니의 49재여서 묘소에 다녀왔습니다.

 

그날 새벽 선계 하단 무변대에 계신 어머니를 먼저 찾아뵈었지요.

어머니는 사방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무변대의 한가운데에

개량 한복 비슷한 흰 옷을 입으시고 편안하게 계시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만나자마자 너무 반가워서 활짝 웃었는데 어머니는 그저 빙그레 웃어 보이셨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신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가족들을 반기지 않으셨지요.

그 모습이 가족들의 마음을 영영 아프게 합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돌아왔는데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또 사랑한단 말을 못 했습니다.....

 

어머니의 유품 중에서 저는 지팡이를 골라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수선대에서 사용하시던 추억이 서린 물건이기도 하려니와

앞으로 어머니의 생애에 지팡이가 되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비록 살아생전에는 어머니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해 썩은 지팡이 노릇도 못 했지만

앞으로는 자신이 좀 섭니다.

단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선계로 향하시는 어머니의 지팡이가 되어 드렸다는 것인데

그런 정도의 노력은 제가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에 비한다면 시작에 불과한 것입니다.

 

한 때 모녀였던 인연에 감사드리며, 고난 많았던 어머니의 영생(永生)을 책임지고자 합니다.

어머니를 추모하며 금년 제 생일에 주셨던 카드의 문구를 유언으로 가슴에 새깁니다.

 

"축 생일 화영! 새 천년의 처음 맞는 사랑하는 딸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전쟁의 불안과 고통 속에서 축복 받지 못하고 태어난 딸....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내 마음속에 멍든 상처가 그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부디 정성을 다해서 존경받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 주기를 빌며......  노모가."

 

다시 뵈올 때까지 부디 편안히 계십시오.

 

 

(이어집니다.)

 

[2장.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어머니의 향천을 지켜보며, 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