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튼 마음을 비우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시도록 계속 공부를 시켜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상당히 까다로운 분이셨습니다.
어딜 가면 좋은 점 아홉가지는 다 잊어버리고 한 가지 불편한 점을 자꾸 문제 삼는 성격이셨지요.
너무 깔끔하다 보니까 좋은 것은 기본으로 여기고 불편한 것을 문제 삼아 계속 힘들게 하셨죠.
그래서 감사와 비움에 대해 계속 말씀드렸습니다.
마침 제가 '이진사의 향천' 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죽고 나면 어떻게 된다는 것,
사후의 세계가 어떻다는 것을 읽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걸 거부하시더군요.
듣기 싫어하시면서 "왜 나와 상관없는 얘기를 자꾸 하느냐?",
"왜 살고 싶은 사람한테 죽는 얘기를 자꾸 하느냐?" 하고 역정을 내셨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끝까지 다 읽어드렸는데 죽은 후에는 아는 만큼 가기 때문이며,
그 내용이 의식 속에 남아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믿은 종교는 영계가 끝이라고 말합니다.
죽으면 영계에 가고, 가면 제일 먼저 조상들이 마중 나오고,
그 종교의 교우들과 같이 살게 된다고 말합니다.
제 어머니도 그런 줄 알고 계셨지요.
그래서 제가 "그런 것이 아니다. 가족들도 죽는다고 해서 다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생전의 업적과 영급에 따라 가는 곳이 다르다" 라고 밀씀드리면서
한두 달 동안 계속 공부를 시켜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상태가 악화되시고, 제 언니와 정리할 것도 많으시고,
또 공적인 일을 하는 저에게 신세지는 것을 싫어하셔서 석 달만에 서울로 다시 올라가셨습니다.
그 후 자꾸 열이 나고 폐렴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헌데 그때부터 기분이 굉장히 안 좋으시더군요. 느낌이라는 게 있으셨던 거죠.
'내가 이 병원을 영영 못 나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시니까,
거의 2주 동안 치료를 거부하셨습니다.
"빨리 이 소굴에서 나가게 해달라" 는 말씀만 하셨고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셨습니다.
폐렴인데 백혈구 수치가 너무 떨어지고 저항력이 약해져서 자꾸 다른 균들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원에 계시도록 하면서 죽음에 대한 공부를 계속 시켜드렸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는데 의식이 있으면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병원에서 의식을 없게 하는 약을 투여하더군요.
그러면서 중환자실로 옮겼습니다.
중환자실로 가신 후에도 하루 정도는 굉장히 싫어하시면서
"빨리 일반 병실로 가게 해달라" 고 하셨습니다. 죽음을 거부하신 것이지요.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보겠다.....
그리고 불만이 아주 많으셨습니다.
자식들이 어머니의 뜻을 받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병원에 대한 여러 가지 불만,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엄습하면서 아주 무겁다는 것을 어머니를 통해서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렇게 무거우시더군요.
87세까지 지고 온 마음의 무게가 엄청났던 것이지요.
(이어집니다.)
[2장.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어머니의 향천을 지켜보며, 195쪽]
'2. 명상 교과서 > 죽음을 준비하는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들의 공부 (0) | 2007.08.29 |
---|---|
아, 역시 어머니다! (0) | 2007.08.28 |
한 사람의 마음의 무게 (0) | 2007.08.24 |
죽음에 대한 공부 (0) | 2007.08.23 |
선인의 임무 (0) | 2007.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