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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명상 교과서/죽음을 준비하는 법

한 사람의 마음의 무게

by 날숨 한호흡 2007. 8. 24.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와 석 달을 같이 지내셨는데,

처음 한 달 동안은 제가 열심히 살려드리는 일을 했습니다.

여든일곱 살이셨는데 삶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많아서 제가 살려드리려고 애를 썼지요.

 

한 달이 지나자 증상이 거의 없어지고 탁기도 많이 빠지면서 좋아지셨는데,

이상하게 기력이 쇠하면서 매일같이 시들시들하셨습니다.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살펴보니까 이미 기운이 다하셔서

어쩔 수 없이 돌아가셔야 하는 시점에 계시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돌아가시는 공부를 시켜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평생 몸담아 왔던 종교에서는 버리는 공부를 하지 못하셨습니다.

통일, 승리 등의 전투적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종교였습니다.

충성을 해야하고, 승리하지 않으면 패배이고, 이런 식의 개념을 평생 주입받다 보니까

어머니에게 비운다는 개념이 없었던 것이지요.

'비우면 실패하는 것이다', '비우면 지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셔서 잔뜩 짊어진 상태로 계셨습니다.

 

같이 계시는 동안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그 무거움이 수선대의 기운을 다 덮어서 한 달 동안은 제가 탁기(탁하게 오염된 기운)를 제거하는 데

엄청난 기운을 썼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하니까요.

한 사람의 마음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얼마나 천근만근일 수 있는지 제가 알게 되었습니다.

 

 

(이어집니다.)

 

[2장.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어머니의 향천을 지켜보며,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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