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해 안다는 것은 나와 같이 생명을 받은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창조된 생명체라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길을 가다가 심심풀이로 나뭇가지 하나씩 부러뜨리기도 하는데, 업이 되는 것입니다.
만일 지나가던 사람이 괜히 팔 한 짝을 뚝 부러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프겠지요? 비명을 지르고요.
마찬가지로 풀 한 포기도 밟거나 꺽으면 아프다는 것입니다.
나와 같은 생명체입니다. 지금 그 자리에 있을 뿐이지 귀한 존재입니다.
나무끼리 너무 붙어 있으면 솎아낼 수도 있고, 다른 곳으로 옮겨 심다가 죽일 수도 있는데,
그럼 그게 다 죄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나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이롭지 않아서 옮겼다면, 옆의 나무를 살리기 위해 옮겼다면,
죄가 아닙니다. 그냥 심심해서 베었다면 죄가 되고요.
지나가다가 풀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그 풀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경우 길을 내주기 위해 정리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심심해서 괜히 풀을 짓이기고 밟는 것은 업입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어떤 마음으로 했는가에 따라 업이 될 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들꽃이 예뻐서 편찮으신 어머니께 꺽어다 드렸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했는가? 좋은 마음이지요.
꽃을 차로 만들어서 나도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도 주고 싶어서 꺽었습니다.
이것도 좋은 마음입니다.
식물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좋은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는데 좋은 사람이 자신을 꺽어서 차를 만들어 마시면
그 식물로서는 참 영예로운 일이지요.
그런데 누구랑 싸워서 화가 났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풀을 뽑아서 질겅질겅 씹고 버렸다 하면
그 풀의 입장에서는 참 슬픈 일입니다.
어쩌다 태어나서 아무 이유도 없이 무차별 공격을 당한 것입니다.
누가 괜히 화풀이 삼아 나한테 돌을 던졌다면 억울하고 분하겠지요?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 그런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광물이나 동물도 나와 같은 생명입니다.
지금은 흙이 되어야 하는 인연이니까 흙인 것이고, 돌이 되어야 하는 인연이니까 돌로 있는 것이지,
언젠가는 고등동물이 될 수도 있는 대상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번은 바다에서 배를 타고 가고 있는데, 먹을 것을 던져 주니까
어디선가 갈매기들이 순식간에 날아오더군요.
계속 따라오면서 바다에 던지는 먹이를 건져 먹더군요.
물보라가 치고 파도가 쳐도 바다 속에 들어가서 건져냅니다.
갈매기의 시력이 인간의 8배라고 합니다. 참 뛰어나지요. 인간에 비기겠습니까?
낚아채서 먹고, 또 순식간에 딴 데 가서 낚아채고 하더군요.
대단하지요.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낫습니다.
남사고 선인은 그렇게 오소리를 통해서 알았다는 것입니다.
오소리의 행태를 보면서 인간과 똑같다는 것을 안 것입니다.
사람이 사는 것과 오소리가 사는 것이 같고, 호흡을 통해서 연명하는 것이 같고.....
자연에 대해 깨닫는다는 것은 이렇게 다 똑같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나와 같은 생명이라는 것, 귀한 존재라는 것이지요.
(이어집니다.)
[2장. 진화,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 - 앎의 진화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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