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마음의 치유]
네모난 고층건물이 숨막히게 들어차 있는 서울 광화문 빌딩 숲 속에 조그만 여백이 숨어 있다. 스트레스에 찌든 직장인들이 언제든 와서 가볍게 마음을 씻고 갈 수 있는 곳, 명상학교 ‘수선재’다.
세종문화회관 옆길로 들어서자마자 왼편에 보이는 나지막한 건물 2층에 위치한 수선재는 입구에서부터 명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바닥에 깔린 청옥, 장미수정, 백옥, 맥반석 등을 밟고 걷다보면 시원한 돌의 기운이 머릿속까지 전달된다. 바로 ‘돌명상’이다.
본격적으로 안에 들어서면 수련실이 있다. 맵시를 위해 몸을 인위적으로 조였던 옷과 묵직한 장신구를 모두 풀어놓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은 뒤 ‘오행(五行) 선(仙)체조’에 들어간다.
오행 선체조란 토, 금, 수, 목, 화, 상화의 기운을 골고루 강화해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는 건강 기(氣)체조로 언뜻 보기에는 스트레칭이나 요가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운동이라기 보다는 자세를 펴고 호흡을 고르기 위한 과정이다. 체조가 끝나면 ‘경혈 마찰’이 이어진다. 정수리 뒷머리 인중 단전 등에 위치한 경혈을 누르고 마찰해 기순환을 원활히 한다. 얼굴 축소법으로 유명한 경락마사지가 따로 없다. 건강이 좋아지고 피부가 고와지는 효과가 있다.
다음엔 ‘디톡스 동맥 명상’.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선 뒤 발가락에 힘을 주면서 몸을 15도 정도 기울이고 5분간 단전으로 호흡한다. 이 명상은 몸의 탁맥을 열어 인체 혈관이나 세포막을 공격하는 활성산소(free radical)를 배출함으로써 몸의 독기를 빼준다. 반복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져 숙면효과도 있다. 그 뒤에는 혼자서 혹은 옆 사람과 함께 양팔을 들어 올리거나 밑으로 쭉 뻗어 구부리는 등의 ‘자세 명상’을 취한다. 명상 시간이나 프로그램은 자신에 맞게 조절해도 좋다.
‘수선재’는 비즈니스 타운 한복판에 있는 데다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명상을 하고 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스트레스로 지친 직장인 회원이 적잖다. 100여명의 수련생 중 대부분은 인근의 회사원으로 보통 아침 출근 전이나 평일 퇴근시간 이후에는 찾아온다.
수련생들은 명상의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 정화 뿐 아니라 다이어트와 자세 교정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다. 3개월 전부터 명상을 시작했다는 류한영(39ㆍ행자부 사무관)씨는 “예전에는 스트레스가 많아 누군가 약속을 안 지킨다든지 하는 작은 일에도 언성을 높이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명상을 하고나서는 화가 줄어들고 머리가 맑아졌다”고 말했다.
1년 5개월 전 직장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다는 민정화(30ㆍ여ㆍ회사원)씨는 “명상의 핵심은 마음의 치유와 극기를 통한 자신감 회복에 있다”며 “자세 명상이 요가처럼 다이어트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명상을 하다 보면 강박관념이 사라져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잊게 된다”고 말했다.
수선재는 광화문 외에 서울에는 약수, 관악, 송파, 여의도 지부가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26개 지부가 있다. 또 미국 뉴저지, 중북 북경 등 해외지부도 6곳에 달한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