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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살이 실천하기/웰빙 이야기

안정감을 주는 칭찬과 불편한 칭찬

by 날숨 한호흡 2007. 3. 15.

 

 

 

열 세 살의 에밀리가 시를 썼다.

선생님 : 에밀리야, 넌 훌륭한 시인(詩人)이야.
에밀리 :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나는 시를 잘 짓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아요.
선생님 : 왜 그런 소리를 하니, 너의 시는 아주 훌륭해!
에밀리 : 나는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아니에요. 그리고 난 에밀리 디킨슨 같은 시인이 될 수도 없구요.
선생님 : 하지만 네 나이 또래에서는 아주 훌륭한 시인이야.
에밀리 : 공교롭게 그렇게 되었을 뿐이에요.

에밀리와 대화를 나눈 선생님은 왜 에밀리가 자신의 정직한 칭찬에 반항하며 비관적으로 대하는지에 대하여 의심이 들었다.

어린 소녀에게 '너는 훌륭한 시인이야.'라고 말하면 그들은 역정을 낸다. 어린 소녀를 생존해 있거나 작고한 모든 위대한 시인과 억지로 비교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너는 훌륭한 시인이야'와 같이 인격에 대한 직접적인 칭찬은 마치 직사광선과 같아서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고 눈을 멀게 한다. 위대하다거나, 훌륭하다거나 고결하다거나, 겸손하다는 말은 아이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그들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저항감을 느낀다. 인격이나 개성을 평가하는 칭찬은 '너는 항상 ~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기에 불쾌한 것이며 불안한 것이다. 인간이 항상 훌륭하고 고결하고 겸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
그러나 노력이나 성취시킨 결과나 감정에 대한 칭찬은 도움과 안전감을 준다. 그러니 필자는 에밀리의 선생님에게 '시 자체를 칭찬하지 시인을 칭찬하지 마십시오.'라고 충고하고 싶다.

열 세 살의 엘리엇이 상쾌한 봄에 대하여 시를 썼다. 그의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엘리엇, 난 네 시를 좋아해. 너의 시 중에서 '어느 봄날 아침에, 내 마음은 무한히 기뻤네'라는 대목을 읽었을 때 내 자신이 무한히 기쁜 마음을 느꼈단다."

엘리엇은 크게 기뻐했다. 얼굴에 기쁜 빛이 넘쳐흘렀다. 엘리엇은 장래의 포부를 말하며 기쁨에 넘쳐 있었으며 활기에 차 있었다. 선생님은 엘리엇에게 <위대한 시인>이니 <훌륭한 시인>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생님은 엘리엇에게 <위대한 시인>이나 <훌륭한 시인>인 듯한 생각을 갖게 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엘리엇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 그의 시에 대하여 호평했던 것 뿐이다. 선생님은 엘리엇의 시 구절을 인용하여 자신의 감정에 부합시켰던 것이며, 바로 그렇게 표현된 칭찬이 엘리엇에게 신뢰감을 주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엘리엇에게 또 이렇게 말했다.

"엘리엇, 너의 시가 물론 프로스트나 바이런, 또는 다른 훌륭한 시인들의 시처럼 훌륭하지는 않지만 너의 시는 나를 아주 기쁘게 만들었어, 바로 너의 시가 말이야."

선생님의 말을 듣고 엘리엇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쓴 시가 독자를 행복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할 수 있으며, 감동을 줄 수도 있구나."

엘리엇의 이러한 생각은 계속하여 엘리엇에게 시를 쓰게 하는 충분한 동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의 공로나 노력, 결과, 일, 창조성 등에 대하여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말해 줘야 한다. 우리는 특별한 사건에 대하여 말하고 또한 우리 자신의 특별한 느낌에 대하여 말해야 한다. 그러면 자녀들은 그들의 인격이나 개성에 대하여 일반적인 결론을 내린다. 우리가 내린 판단이 실제적이어서 그들에게 공감이 간다면 저들은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결론을 내린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도움이 되는 칭찬(서술적인) : 차를 닦아주어서 고맙구나. 아주 새 차처럼 보이는구나.
(2) 가능한 결론 : 내가 좋은 일을 했나 보구나. 나도 차를 깨끗이 닦을 수 있구나. 아버지께서 무척 기뻐하시는구나.
(3) 도움이 되지 않는 칭찬(평가적인) : 넌 참 훌륭했어. 너의 차 닦는 솜씨는 전문가 같구나. 너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어떻게 되었겠니.

(1) 도움이 되는 칭찬 : 생일 선물 고마왔다. 선물이 어떻게나 우스운지 난 웃느라고 혼났다.
(2) 가능한 결론 : 내가 선물을 잘 선택했구나. 나에게도 선택하는 능력이 있구나. 좋은 경험을 했는데.
(3) 도움이 되지 않는 칭찬 : 너는 언제나 아주 사려가 깊은 아이야.

(1) 도움이 되는 칭찬 : 네 노래를 들으니 일어나서 춤을 추고 싶구나. 그냥 의자에 앉았으려니 좀이 쑤시더구나.
(2) 가능한 결론 : 내 노래 솜씨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구나. 내가 부른 노래가 사람의 심금을 울리다니. 나도 무언가 봉사를 할 수 있구나.
(3) 도움이 되지 않는 칭찬 : 너는 위대한 가수야.

(1) 도움이 되는 칭찬 : 내 지갑을 찾아 주어서 고맙구나.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단다.
(2) 가능한 결론 : 나의 정직한 행동이 칭찬을 받는구나. 노력한 보람이 있어 나도 기쁘구나.
(3) 도움이 되지 않는 칭찬 : 넌 언제 봐도 아주 정직해.

(1) 도움이 되는 칭찬 : 네가 쓴 수필이 마음에 들더구나. 나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었어.
(2) 가능한 결론 : 나에게도 독창력이 있구나.
(3) 도움이 되지 않는 결론 : 넌 참으로 훌륭한 작가야. 물론 철자법에 유의는 해야 하겠지만.....


출처 : 하임 G. 기너트 지음, 『부모와 청소년』(이유경 역, 범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