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관이 없어 고생하던 어느 본당에서 사제관을 신축하였는데, 예상보다 훨씬 돈이 더 드는 바람에
본당에는 현금이라곤 한푼도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일하던 목수, 미장공들도 막판에 가서는 일당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미장공 한 사람도 그 본당의 열심한 교우였는데 일당을 못 받자 한 보름 정도 참아 내더니
결국 인내에도 한계가 왔는지 며칠 계속 사제관에 와서 독촉하였다.
토요일 오전 사제관의 초인종이 울렸다.
본당 신부가 문을 열어보니 그 미장공의 부인 데레사 씨가 있는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신부님예."
"데레사 씨가 오늘 웬일이십니까?"
"우리 집주인이예, 밀린 돈을 오늘 다 못 받아 내몬 절대 집으로 돌아오지 말라 캤심더!"
그 말을 들은 본당 신부는 열심한 교우가 조금만 더 참아 주면 될걸 하면서
실망도 되고 화가 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숨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이렇게 그 부인을 타이르는 것이었다.
"데레사 씨, 오늘 집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한 것은 남편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데레사 씨한테서 해방되어 술 진탕 마시러 나가기 위한 속임수입니다.
데레사 씨는 왜 그걸 모르십니까?
저라면 그 술책에 절대 안 넘어갈 겁니다!"
이 말을 들은 데레사 씨가 사라진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였다.
[하느님도 농담을 아실까? 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