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내주고 잔잔하게 스며드는 예술
예술이라는 것이 왜 필요하냐면,
진리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는 기쁨과 재미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사는 게 너무 재미없으니까 예술을 통해서 재미를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로만 끝나면 안 되기 때문에 감동을 주고 아름다움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면서 살아가야 할 가치인 것이지요.
책을 내는 것도 어떤 지식만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니라
감동을 주고, 또 아름다움도 주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예술도 지나치면 월권이 됩니다.
예술이 인간을 좌지우지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
슬쩍슬쩍 건드려줘야 합니다.
너무 심심하거나 살맛이 안 나거나 우울하거나 슬플 때 슬쩍 건드려서 기분을 전환해 주는 것이지요.
살맛을 내주는 성분, 양념 같은 것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 양념이 너무 많으면 본래의 맛을 희석시키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뭔가 해보겠다고 마구 뒤집어 놓고, 들쑤셔 놓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게 답은 아닙니다.
뭔가를 잔뜩 표현하려고 하면 걸립니다.
음악도 순수한 음악들은 몸으로 스며드는데,
뭔가를 표현하려고 무지 애를 쓴 음악들은 듣는 게 힘들더군요.
그래서 지상의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너무 강하게 자극하는 음악, 사람에게 뭔가 작용하려는 음악보다
자기도 모르게 스며드는 음악이 좋은 것입니다.
'명상음악'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나를 편안하게 하고, 자유롭게 하고, 이롭게 하고, 비워주는 음악이 좋은 음악입니다.
그림도 추상화라고 해서 복잡하고 색깔을 짙게 한 그림을 보면 '아, 끔찍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것이 좋은 그림이 아닙니다.
그림을 봄으로써 내가 순화되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지요.
할리우드 영화는 폭력과 섹스가 빠지면 영화가 안 됩니다.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두 시간 동안 숨 돌릴 시간도 주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높은 파장이 계속 나와서 사람을 끌고 올라갑니다.
오히려 스토리가 없어 보이고 단순한 영화를 통해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폭력이 없고, 섹스가 없고, 마약이 없어도 인생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런 잔잔한 영화가 좋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품위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보면 하루를 건진 듯 기분이 좋습니다.
결국 仙문화는 육체와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장 仙인류의 문화, 2절 삶과 예술, 수선재, 2012년 10월, 16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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