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선계수련 교과서/내 인생은 내 뜻대로

화혼

by 날숨 한호흡 2017. 10. 10.







화혼





느낌을 멈추는 것, 즉 지감의 상태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장에모 감독의 중국 영화 '화혼華婚'인데,

기생 출신 화가가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원래 기생이 아니었지만 가난 때문에 부모가 기방에 팔아버려 기생이 됩니다.




훗날 그 지방에 부임해온 관리를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기방에서 먹었던 약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중국도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사랑하는 남자의 정혼녀를 고향에서 올라오게 하고,

싫다는 남자를 설득하여 합방을 시킵니다.

그렇게 하고 자기는 옆방에서 옷을 모두 벗고 붓을 꺼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나신裸身을그립니다.

그 장면을 보고 제가 '와, 참 멋지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동요가 없는 상태, 느낌을 멈춘 상태가 바로 지감입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하고 있는데 흔들림이 없을 수 있을까요?

아마 마음이 죽을 것같이 아프고 지옥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을 그림으로 승화시킵니다.




그 후 남자는 본부인과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고, 마침 문화 혁명이 나서 예술가들이 핍박을 받게 되자

주인공은 프랑스로 유학을 갑니다.

그 자유로운 나라에서 한 남자가 그녀를 좋아 하게 됩니다.

전의 남자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멋있는 남자지만,

여자는 이미 자신의 마음에서 자리 잡은 옛 남자에 대해 말하고 새로운 사랑을 거절합니다.

그리고 더욱 그림에 몰두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세월이 흘러 돌아와 보니 그 남자는 부인과 함께 아이를 여럿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여자는 고독하게 이 남자만 생각하면서 그림으로 그리움을 불태웠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흔들림 없이 상대방과 부인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아이들까지도 예뻐합니다.

바라보는 눈빛에 질투나 원망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것이 바로 '지감'입니다.






당 현종과 양귀비를 다룬 영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양귀비는 원래 며느리인데, 현종이 첫눈에 반합니다.

비록 며느리여도 문제가 안될 만큼 권한이 대단했던 왕이지만,

현종은 만남을 합법적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립니다.

양귀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왠만한 왕이라면 당장 수청을 들라고 했겠지만,

멀리서 악기를 연주하면서 끝까지 기다립니다.




실제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영화 속의 현종은 지감을 대단히 잘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이라고 해서 다 귀하고 성이라고 해서 다 천한 것이 아니라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술이 되기도 하고 천박해지기도 합니다.

예술로 혹은 명상으로 풀어 가시길 바랍니다.
















[내 인생은 내 뜻대로, 수선재, 2008년 8월 25일, 앉아서 우주까지, 156쪽]













'1. 선계수련 교과서 > 내 인생은 내 뜻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으로 바로 가세요  (0) 2017.11.28
조선시대 여인들  (0) 2017.11.13
지감 그리고 금촉  (0) 2017.09.13
수련의 기본  (0) 2017.08.28
선계 수련의 종착역   (0) 2017.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