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
나는 길눈이 어둡다.
지하도에서 나오면 방향을 잘 잊으며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한다.
이런 습성이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노정에서도 나타났다.
삼십이 넘어서야 기(氣)를 알고 도(道)의 바다로 향하는 뱃길을 보았다.
사십이 넘어서야 문학이라는 나룻배를 만들고 배를 젓기 시작했다.
올해가 기를 알게 된 지 만 십년이 되는 해이다.
오르던 길을 중지하고 내리막길에 들어서면서
나는 비로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여러 색깔의 감정을 경험하였고 좀 겸손해졌다.
예를 들자면 짝사랑이라든가,
좌절이라든가,
소외감 같은 것들을 말이다.
인생은 고해(苦海)였다.
몇 번이고 자살을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내 마음은 왜 그렇게 힘들고 외로웠는지 모른다.
공부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일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었다.
약 천일간 금촉(禁觸)수련을 했는데 이 기간 동안 거의 모든 만남을 끊고 오로지 숨만 쉬었다.
최소한의 살림만 했다.
친구들은 하나둘 다 떠났다.
도무지 사람 구실을 하지 않으니 누군들 좋아했겠는가.
힘들 때마다 나는 단군신화를 생각했다.
그것이 힘이 되어 곰녀의 한 사람인 나는 드디어 최소한의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다.
십년전 같이 공부를 시작했던 도반(道伴)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대부분이 도중 하차했고 몇 사람만이 각자의 영역에서 일을 찾아 하고 있다.
공부란 끝이 없기 때문에 팔자 좋게 숨만 쉬면서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세상을 등진 공부는 반쪽이고 더불어 사는 일에 성공할 때 완성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단지 나 자신에 도달하기 위해서 책을 쓰는 일을 시작했음을 고백한다.
이 글을 통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고 껍질이 수없이 벗겨지기를 원한다.
혼자 공부하는 것은 테니스 운동으로 말하자면 백보드를 상대로 혼자 공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
이제 나는 선수들과 공을 치고 싶다.
깨달음으로 향하는 수도(修道)의 과정에 동참할 동반자를 구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환영한다.
특히 살고 싶지 않거나 우울하거나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는 마음의 병을 앓고 계신 분들은
이 글을 통해서 아마도 동변상련의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신비의 세계를 동경하는 분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정보를 같이 나누게 될 것이다.
[ 선계에 가고 싶다-책을 내면서, 수선재, 1999년 5월 출간, 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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