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그동안의 생태공동체 실현을 위한 개인적인 또는 동호회 차원의 노력 과정들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분야인 '영농' 관련 계획 수립에 환한 빛을 비추어 준..
'아! 이거다!!' 하고 생각하게 해준 아주 소중한 경험이 있었다.
퍼머컬쳐 Permaculture..
지리산 산청에 위치한 민들레공동체 '대안기술센터'에서 호주의 생태마을인 크리스탈 워터스의
퍼머컬처 지도사인 에반과 모랙 부부를 초청하여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 라는 과정을 진행하였는데,
여기에 교육생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Permanent 영구 지속.. 이라는 의미와 Agriculture 농업.. 의미의 합성어인
퍼머컬처 Permaculture 의 목적은
'생태 사이클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농업과 토지 이용에 대한 윤리를 바탕으로 하는 삶만이
향후 지구의 존속을 보장해 줌을 보여주는 것' 이다.
[사진, 퍼머컬처 전도사.. 모랙과 에반 부부, 그리고 앙증맞은 자녀들..]
약 열흘에 걸쳐 진행된 교육에서, 나는 향후 생태공동체 조성에 필요한 철학과 스킬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었고,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보다 더 강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모랙과 에반 두 분의 강의 기법 자체가 교육이라기 보다는,
강사와 수강자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우러져 자연스런 대화와 자발적인 실습을 통해
'함께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어느덧 익혀가는 기법?이었기에..
지금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여전히 많은 부분 생생하고 바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자연에 직선은 없다' 라는 디자인의 기본 컨셉을 바탕으로
우리의 바둑판 처럼 조성된 논밭의 모습이 아닌 자연스런 대지의 본 모습을 그대로 살리는 농지 이용..
여러 종류의 작물을 함께 섞어 심되 역시 곡선을 활용한 씨뿌리기..
발효 과정을 활용한 천연 비료 만들기..화단 처럼 예쁜 텃밭 디자인..
바람과 햇빛의 강도와 방향에 따른 건물과 농지의 배치 그리고 자연 정화를 활용한 오수 처리..
관계 수로의 디자인..
이러한 과정이 모두 실습 중심으로 하나하나 친절히 전달되었고,
이 과정에서 모두가 매우 친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룹 나누기..
첫 날, 모랙(여성 강사)이 바깥에 나갔다 오더니
교육생 수만큼 사진의 다섯 종류 자연물들을 놓고,
각자 선택하라 했다.
그러고는 서로 다른 것을 선택한 이들끼리 그룹을
편성했다. 다양성.. 그것이 곧 자연이며,
퍼머컬처의 기본 정신이라 설명하면서..
나는 같은 것을 고른 이들끼리 그룹을 짤 줄 알았다..
마을을 구성하는 것들. 밭, 과수원, 집, 길 등을 똑같이 두 줄로 세로로 적고
각각에 포함되는 세부 요소들의 상호 관계를 정의해보는 과정..
다양성에 이은 그 다양성 간의 관계.. 역시 퍼머컬처의 또 다른 기본 정신
내가 생태(ECO..)에 대해 가장 정확히 개념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해준 모랙의 설명..
퍼머컬처 디자인 사이클이라는 제목의 강의였는데 대부분 그림으로 설명을 해주면서 (참 잘그린다..)
왜 퍼머컬처가 '지속적인 지구의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시켜 주었다.
곧 생태(Eco)적인 삶의 구체적인 실현 방법이 바로 퍼머컬처의 해법이라는..
실내 교육도 충실했지만, 야외 교육도 충분히 그
효과가 있게 진행되었다.
각 자연물간의 다양성 인식, 그 관계들을 카드를
이용해 직접 배치해보고 설명해보는 과정..
이 과정은 에반이 진행하였는데, 생생한 기억은
그 관계조차 보는 이들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설명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전혀 다른 관점으로 그 관계를 설명을 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모든 자연의 요소들은 다른 모든 것들과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고 얽혀져 있으며,
상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공동체, 생태공동체의 이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
당시 교육에 참가한 한 분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영국인 남편분과 함께 지리산에서 직접 집을 짓고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시는 분의 집.. 그리고 또 다른 분의 집.. 당시로선 참 놀라운 느낌을 주신 분들..
지금은 선애마을 분들도 모두 이를 실천하고 있지만..
다음은 그룹별 실습 '생태적 공간 배치..' 실제 계획 중인 생태교육연수원을 모델로 참가자들이 각 조별
개성에 따라 배치도를 작성해보는 시간이었다. 교육 과정의 백미(白眉)..
우선 현장에서 파악한 지형을 도화지에 그리고..
트레이싱지에 바람과 햇빛의 방향 그리고 물의 흐름 등을 표시하고..
따로 다른 종이에 각 공간의 이름을 적어.. 미리 한번 이리저리 공간을 배치해 보고..
즐거운 토론을 통해 각 공간의 결정된 배치를 그려넣고 풍력과 태양광 등을 활용할 배치로 마무리..
위의 전체 배치도 외에 각 공간별
또는 기능별로 나누어.
그룹 멤버들이 각자의 전문분야의
개념 설계를 하여
위 배치도에 추가하도록 위 과정에
포함되었고..
나는 위 교육연수원의 물 공급/처리에
대한 파트를 맡았다.
왼쪽은 내가 작성한 물사용 개념도..
빗물과 지하수를 생태적인 수로와 둠벙의
개념을 활용하여 설계해본 것..
지금도 이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열흘 간의 교육을 마치고.. 그 효과에 반한 나는 모랙과 에반 두 분을 서울의 선문화진흥원에
초청하여 특강을 의뢰할 정도였으니, 그만큼 내게는 그동안 고민했던 생태공동체 영농의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던 매우 소중하고 고마운 기회였다.
아쉽게도 이후 추진된 생태공동체에서 이 퍼머컬처가 완전하게 적용되지는 못했지만..
적지 않은 부분에서 실현이 되고 있고, 점차 확대 적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도 기억에 선한 것들 중 하나는..
모랙과 에반 두 분의 수평적인 친절한 설명과 시연..
첫 만남시 모두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서, 작은 공을 불규칙하게 상대에게 던지면서
'Hi, OO님' 하며 상대의 이름을 부르며 그 이름을 익히는 과정..
다양한 자연물의 형상이 그려진 카드들을 비슷한 유형으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특성을 익혀가던 시간..
민들레공동체 주민 분들의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고자 하시던 그 열정과 노력..
함께한 교육생 분들과의 조별 실습 과정에서의 가까워짐을 통한 정(情)..
생태공동체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꼭 한 번은 경험해 보아야 할 교육 과정이 있다면
이 퍼머컬처 과정을 추천한다.
영농이 삶의 기반을 위한 힘겨운 노동만이 아닌
함께하는 여러 사람들이 이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욱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그리고..
또 하나의 문화, 또 다른 영역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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