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 한국의 선인들 」에필로그 쓸 때 여러 분들에게 감사를드리면서 특히 저를 지도해 주신 천강 스승님과 제 공부를 같이 하신 사형께는 마음 숙여 큰 절을 올린다는 말을 썼습니다.
제 스승님은 지구에서 죽을 때까지 저에게는 스승님입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같은 반열에 오르기도 하고 스승을 능가하기도 하지만 몸을 벗을 때까지는 스승의 관계에 있고 한번 스승이면 영원히 스승입니다.
또 제 사형은 그분이 먼저 본성에 도달했기 때문에 제가 사형이라고 깍듯이 예의를 갖춰서 대하는 것입니다.
이 수련은 대주천이 누가 먼저 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승점에 누가 먼저 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본성을 누가 먼저 만나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서 그분은 끝까지, 죽을 때까지 저에게 사형이 되시는 거예요.
같이 공부하시는 분 중에서 으뜸 사형이 되시기 때문에 그렇게 예우를 해 드립니다.
사실 마음을 숙였다는 것은 대단한 것입니다.
책에 '한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는 말씀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에너지와 우주를 얻는 에너지는 거의 비슷해요.
인간이 소우주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마음을 숙이게 할 수 있었다면 대단히 성공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람은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자기 마음을 함부로 숙이지 않습니다.
고개는 억지로 숙일 수 있어요.
연장자라고 해서 인사하는 것은 고개를 숙이는 것이지 마음을 숙이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마음을 숙였다는 것은, 특히 마음이 우주라고 여기는 본성을 본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을 숙여 큰절을 올린다고 하는 것은 대단한 뜻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숙여본 적이 없어요.
마음은 존경을 해야 숙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때로 고개는 숙였지만 마음을 진심으로 숙여본 적이 없는데 제가 마음을 숙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최대한의 예우를 나타낸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는 절대 절을 안 받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렇게 고개만 숙인 절은 안 받겠다는 뜻도 있는 것입니다.
제가 진심으로 존경받을 만 해서 하는 절이라면 받죠.
그런데 상대방이 마음을 숙인다고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안 받겠다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숙이는' 마음은 제가 수련하면서 처음으로 제 스승에게 가겼었고 또 제 사형은 먼저 본성을 보았기 때문에 사형으로 깍듯하게 예우를 해 드리는 것입니다.
저도 계속 공부중이고 너무 불완전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감히 마음까지 숙이라는 요구는 아마 끝까지 하지 못할 거예요.
그렇지만 이 수련하시면서 그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없다면, 하물며 고개조차 숙일 수 없다면 수련하기가 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같이 공부하시는 도반들 사이에도 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거 서열이 계속 뒤바뀌죠.
한 번 대주천이 됐다고 영원히 그런 상태가 되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일단 대주천이 되시는 분들은 선배가 되므로 항상 선배의 도리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만큼 예우를 해 드려야 하죠.
같이 공부하는 분들에게, 또 먼저 가신 선배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면 공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만약 그런 분이 있다면 직접 대화로써 일깨워 주십시오.
'선배님은 제가 선배로서 예우를 해 드리고 싶지만 어떤 점 때문에 고개가 안 숙여집니다' 그렇게 얘기를 해 주시라고요.
끙끙거리거나 갈등하면서 안 나오고 그러지 마십시오.
또 그런 말을 들은 분은 시정을 하시고, 선배들은 그렇게 대접을 받을 만한 마음가짐과 행동을 늘 갖추시고 스스로 후배들에게 먼저 예의를 보여 주셔야 합니다.
후배라고 해서 고개 숙일 수 있는 마음을 못 가지겠다면 '나는 선배 자격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후배 노릇을 하겠습니다'라고 스스로 얘기를 하십시오.
그렇게 스스로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고 상대방에는 낮출 수 있어야 합니다.
대인 관계에서 문제가 있을 때는 항상 슬기롭게 대화로 푸시고 어느 누구 때문에 걸려서 수련을 중단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선생님, 요즘 제가 건망증이 너무 심한데 왜 그런지요?
수련하다 보면 사소한 것들은 다 잊게 됩니다.
관심이 없으니까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전에는 관심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던 것들이 점점 관심이 없어지고, 무얼 봐도 봤는지 안 봤는지조차 기억이 잘 안납니다.
눈으로 봐도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안 본 것이고 귀로 들어도 마음으로 안 들으면 안 들은 거예요.
그런데 정작 기억해야 할 것을 자꾸 잊어버려서 곤란하거든요.
지금 현재 기억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과거,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리세요.
아무 가치가 없어요.
지금까지의 일들은 다 기억할 필요가 없고 앞으로 수련하는 법만 잊어버리지 않으시면 됩니다.
기억해 낼 만큼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없어요.
하잘것 없는 것, 쓸데없는 것을 놓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한 번 자기를 추적해 보세요.
'어제 저녁에 뭘 먹었더라? 맛있었던가?' 계속 그런 거예요.
어떤 심리학자가 조사를 해 보니까 사람이 하루에도 2만 번을 선택한다고 해요.
사람이 얼마나 잡다한 동물이면 그렇게 생각이 복잡하겠습니까?
그 생각들이 다 중요한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뜰까 말까'에서부터 시작해서 '일어날까 말까, 옷을 입을까 말까,
뭘 먹을까 말까, 전화를 걸까 말까, 텔레비전을 볼까 말까, 어떤 말을 할까 말까,
화를 낼까 말까, 하다못해 눈을 깜빡일까 말까, 화장실에 갈까 말까' 까지 그런 식입니다.
이런 선택을 하루에 2만 번을 한답니다.
[ 선계이야기2-선계의 예의, 수선재, 2000년 6월 출간, 7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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