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서 꼭 칼을 뽑아야 할 시기는 그리 많지 않아서 세 번 정도라고 봅니다.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매번 칼 뽑고 덤벼들 수는 없습니다.
너무 자주 칼을 뽑으면 헛손질이 되기 쉽습니다.
아껴 뒀다가 꼭 뽑아야 할 시점에 뽑아야 합니다.
칼을 한 번 뽑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해야 하며 일단 뽑았다면 뭔가를 해내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명상에서 한 번 뽑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에서 한 번 뽑고,
명상과 일 이외에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에서 한 번 더 뽑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일에서는 다 모른척하고 눈감아 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계속 세상을 눈 부릅뜨고 쳐다보면 뭐합니까?
매번 내가 관여해서 바꿔 놓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사실 이 세상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
악이 지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선악이 반반 섞여 돌아가면서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서 내가 보고 배우면 됩니다.
그냥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흥선 대원군은 십여 년 동안 그런 생활을 했습니다.
참 남자답다고 여겨지더군요.
그릇이 얕은 사람 같으면 뜻을 내비치고 싶어서 안달이 날 겁니다.
그러나 남자라면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품은 뜻을 매번 내비치면 뭘 하겠습니까?
상갓집에서 개 취급당하면서도 자기 뜻을 감출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명상을 하다 보면 깊어집니다.
얕았다가도 깊어져서 한 번 마음을 품으면 서슬이 퍼렇게 나타나집니다.
그리고 일단 칼을 뽑았다면 뭔가를 해야 합니다.
특히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는 명상에서 한 번 칼을 뽑았다면 어느 경지까지는 가야 합니다.
한 것도 없이 다시 칼집에 넣는다면 참 시시하잖아요?
[4장 멤버십과 리더십,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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