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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한국의 선인들(2권)

신사임당(7)

by 날숨 한호흡 2009. 7. 23.

 

 

 

 

숨이 멎었는가 싶을 정도의 가늘고 긴 숨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으면 날숨을 쉬는 것도 같고, 들숨을 쉬는 것도 같으면서도, 아직은 날숨을 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들숨을 쉬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상태가 얼마간 계속되었습니다.

 

"생각을 바꾸어야 해."

"생각을요?"

"그래. 생각을 바꾸어야 들숨이 쉬어지는 거야."

"생각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요?"

"생각 속에서 들숨을 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해."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네가 날숨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들숨이 쉬어지고 있지 않아."

"네-."

"자. 생각을 바꾸어 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생각을 바꾸어서 들숨을 쉬어 봐."

"네."

 

생각을 바꾸는 데 며칠이 걸린 것 같았습니다. 생각의 바꿈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날숨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날숨체질(?)이 되어 버린 것 같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할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생각을 바꾸려 애쓰며 이러한 상태로 며칠을 보내고 있던 중 조금씩 들숨이 쉬어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니 들숨이 쉬어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생각이 바뀐 것이었습니다. 제가 들숨을 쉬고 있었던 것입니다.

 

"야호! 들숨이야."

"그래. 이제 들숨을 쉬게 되었구나."

 

그 동안 존재를 잊고 있었던 여인이 옆에서 다시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래. 들숨이 시작되었어. 이제부터 자신을 꼭 잡아야 해."

"어떻게요?"

"그냥 '나'만 생각하면 돼."

"왜 그래야 하나요?"

"나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지."

"나를 놓치면 다시 찾을 수가 없는 경우도 있지."

"그럼 나만 생각할게요."

"잠깐이야. 잠깐 동안만 나를 생각하면 돼."

"네. 눈을 감고 있어도 되나요?'

"눈을 뜨고 있어도 되고 감고 있어도 되지만 뜨고 있는 것이 더 나을 거야. 배울 것이 있거든."

"나를 놓치면 어떻게 되나요?"

"그렇지는 않을 거야. 지금은 나만 생각하자. 나를 깊이 생각하고 들어가면

나를 잘 놓치지 않아."

"네."

 

가만히 자신을 가다듬어 보았습니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옷깃을 여민 후 다시 한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보아도 이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았습니다.

 

"자. 이제 들숨이 제대로 열리고 있지?"

"네."

"더 깊이 쉬어 봐."

 

들숨을 더 깊이 들이쉬었습니다.

 

"이렇게요?"

"아니. 아직 힘이 모자라. 더 깊이."

 

더 깊이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이렇게요?"

"조금만 더."

"이만큼요?"

"그래. 그 정도면 되겠어. 자, 어디 보자. 그래. 그런데 마음을 놓치면 안돼."

"네."

"자, 이제 가자."

"네? 이제는 어디로 가나요?"

"네가 있던 곳으로 가야지."

"거기가 어딘데요?"

"네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야."

"네."

 

들숨이 거세어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쉬고 있는 들숨인데 그 들숨에 내가 날려갈 지경이었습니다. 앞에서 뒤로, 양 옆으로 폭풍이 마구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거세게 바람이 몰아치다가는 무슨 일인가가 벌어질 것 같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응. 아무 것도 아니야. 그냥 바람이 좀 센 거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응. 숨을 좀 약하게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돼."

"네."

 

숨을 좀 약하게 쉰다고 생각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점차 바람이 약해지며 순풍에 돛을 단 듯 항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점차 주변의 풍경이 바뀌고 있었습니다. 다시 제가 살고 있던 지구의 내음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저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이 점차 일치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2권, 6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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