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경우 선계의 모든 것을 비교적 속히 알 수 있었사옵니다. 이러한 결실은 어려서 호흡을 깨우친 까닭이기도 하였습니다. 호흡은 인간으로서 우주와 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된 까닭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습니다. 여섯 살 나던 해 봄에 따뜻한 날씨 속에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얘야. 숨을 깊이 쉬어 봐."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였으나 제가 지상에서 들어 본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낯익은 목소리였습니다. 바로 귀 옆에서 속삭이는 말이었으므로 누군가 옆에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돌리자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니야. 난 네 옆에 있어. 아주 가까이 있어. 그냥 숨을 쉬어 보면 돼."
하고 다시 말이 들렸습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숨을 들이쉬기 시작하였습니다. 웬지 들이쉬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았습니다. 헌데 들이쉬자마자,
"얘야. 들이쉬는 것이 아니고 내쉬는 것이 먼저야."
라는 말이 다시 들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다시 숨을 내쉬기 시작하였습니다. 헌데 숨을 내쉬기 시작하자 끝도 없이 숨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코만 빌려 주었을 뿐 숨을 내쉬는 것은 제가 아닌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숨을 계속 내쉬고 있던 중 주변의 모든 것들이 점점 바뀌어 갔습니다. 물체가 모두 빛으로 이루어진 세계, 만지려 해도 만져지지 않으나 느끼려면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세계로 변해 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육체의 감각을 사용해서는 알 수 없지만 마음의 감각을 사용해서는 알 수 있는 그러한 상태가 되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약간의 훈련이 필요한 상태가 지난 후 저는 그 상태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이제는 숨이 계속 내쉬어지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았으며 그러한 상태가 오히려 편하였습니다. 모든 인간들이 이렇게 숨을 쉬는 것으로 알 만큼, 들 숨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오랜 시간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숨을 내쉬고 있던 중 눈앞이 밝아 오면서 어떤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저에게 숨을 쉬어 보라고 하였던 바로 그 여인인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숨을 쉬어 보라고 하였던 바로 그 여인인 것 같았습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그래. 나야."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그 말이 귀가 아닌 저의 마음으로 전달되고 있는 목소리임을 알았습니다. 저의 파장과 함께 하면 몸의 어느 부분으로도 보고 느끼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파장을 가진 사람을 처음 보았으나 저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보아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이 여인이 저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으나 조금도 함께 있었던 사실을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2권, 54쪽 ]
'1. 선계수련 교과서 > 한국의 선인들(2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사임당(7) (0) | 2009.07.23 |
---|---|
신사임당(6) (0) | 2009.07.22 |
신사임당(4) (0) | 2009.07.20 |
신사임당(3) (0) | 2009.07.17 |
신사임당(2) (0) | 2009.07.16 |